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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이슈/칼럼102

여성만화, 개별화된 성폭력 사건 너머를 말하다 여성만화, 개별화된 성폭력 사건 너머를 말하다 갱 (만화평론가·한국여성의전화 회원) 만화에서 성폭력은 오래전부터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영역에서 서사의 소재로써 활용되어 왔다. 익히 알려진 만화 에서 무천도사는 여성인 부르마에게 가슴을 만지게 해달라는 등 성희롱과 성추행을 일삼는데, 이는 이 만화의 전반적인 맥락에서 고유한 개그코드로 소비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순정만화에서는 성폭력이 로맨스를 전개하는 극적인 요소로 연출되기도 한다. 1990년대 순정만화의 대작이라 불린 에서 여성 주인공 ‘아라’는 일군의 남성들에게 강간 위협을 받는데, 이때 남성 주인공 ‘산마로’가 ‘아라’를 극적으로 구해낸다. 이 사건을 통해 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곧 첫날밤을 치른다. 로맨스를 이루기 위한 계기로서 성폭력.. 2018. 12. 24.
피치 두낫 니드 어 프린스! 피치 두낫 니드 어 프린스! 갱 한국여성의전화 회원 게임 의 세계는 대개 일직선이다. 가로로 난 길을 계속해서 전진한다. 해서 이런 장르를 ‘횡 스크롤 게임'이라고 한다. 마리오는 횡 스크롤 액션 장르의 대표적인 게임으로, 플레이어는 갖가지 장애물을 피하며 목적지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마리오가 전진하는 이 길의 시작과 끝에는 늘 여성이 있다. 주로 여성 캐릭터가 괴물에 의해 납치되고, 납치된 여성을 구하기 위해 마리오의 모험이 시작된다. 납치되는 여성 캐릭터로는 ‘피치'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 피치만 납치의 대상이 되는 건 아니다. 초기에는 동키콩(고릴라)에게 ‘폴린'이라는 여성 캐릭터가 잡혀갔고, 그 후에는 ‘쿠파'(거북이 괴물)에게 ‘피치'가, ‘타탕가'(외계인)에게 ‘데이지'가 각각 .. 2018. 12. 24.
남자, 요리 학원에 가다 남자, 요리 학원에 가다 인태 한국여성의전화 회원 안녕하세요. 한국 여성의 전화 회원으로, 평등문화를 가꾸는 남성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인태입니다. 예전에 여성의 전화에서 일을 도와드리며 근황 이야기를 하다 제가 요리를 배우면서 겪은 에피소드들과 성차별에 대해 활동가분들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쭉 들으시더니 사소한 말이라도 그냥 건네는 법이 없으신 활동가분께서 그 내용으로 글을 쓰면 재밌겠다고 하셨습니다. 이 말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언젠가는 쓰게 될 것이라고 직감했고 결국 원고를 부탁받아서 글을 쓰게 되는 그 날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제가 요리를 배우기 시작한 데는 여러 요인이 있는데 제 꿈과 흥미도 있지만 여기서는 성 역할에 대한 제 인식의 변화를 설명하고 싶습니다. 저는 .. 2017. 11. 24.
[여성과 제모 ④] 제모, 안녕 [여성과 제모 ④]제모, 안녕 지원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성 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을 풀어내는 토크쇼에서 여성의 제모를 다룬 적이 있다. 겨드랑이, 다리털 제모 등으로 한 번쯤은 남의 시선을 의식해본 출연자들은 매우 공감한 주제였지만, ‘누가 강제한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까지 신경을 쓰느냐’며 이해하기 어려워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쉽게 말한다. 자기가 원해서 하는 제모가 왜 그렇게 문제냐고, 어떻게 여성 억압까지 될 수 있냐고. 하지만 과연 여성의 털이 여성 개인만의 문제였던 적이 있을까? 누군가에겐 선택이지만 여성에겐 그렇지 않은 제모 이야기, 그저 ‘보기 좋다’거나 선호의 문제를 넘어 여성의 제모가 갖는 사회적 의미를 더 깊게 파고들어보자. 지난 겨울 이후, 겨드랑이 제모 없이 지내고 있다. 마침.. 2017. 11. 7.
[여성과 제모 ③] "너 그렇게 하면 남자들이 싫어해" [ 여성과 제모 ③ ]"너 그렇게 하면 남자들이 싫어해" 이린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성 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을 풀어내는 토크쇼에서 여성의 제모를 다룬 적이 있다. 겨드랑이, 다리털 제모 등으로 한 번쯤은 남의 시선을 의식해본 출연자들은 매우 공감한 주제였지만, ‘누가 강제한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까지 신경을 쓰느냐’며 이해하기 어려워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쉽게 말한다. 자기가 원해서 하는 제모가 왜 그렇게 문제냐고, 어떻게 여성 억압까지 될 수 있냐고. 하지만 과연 여성의 털이 여성 개인만의 문제였던 적이 있을까? 누군가에겐 선택이지만 여성에겐 그렇지 않은 제모 이야기, 그저 ‘보기 좋다’거나 선호의 문제를 넘어 여성의 제모가 갖는 사회적 의미를 더 깊게 파고들어보자. 민소매를 입어야겠다고 생각한 .. 2017. 11. 7.
[여성과 제모 ②] 제모의 뿌리를 찾아서 [ 여성과 제모 ② ]제모의 뿌리를 찾아서 이현경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성 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을 풀어내는 토크쇼에서 여성의 제모를 다룬 적이 있다. 겨드랑이, 다리털 제모 등으로 한 번쯤은 남의 시선을 의식해본 출연자들은 매우 공감한 주제였지만, ‘누가 강제한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까지 신경을 쓰느냐’며 이해하기 어려워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쉽게 말한다. 자기가 원해서 하는 제모가 왜 그렇게 문제냐고, 어떻게 여성 억압까지 될 수 있냐고. 하지만 과연 여성의 털이 여성 개인만의 문제였던 적이 있을까? 누군가에겐 선택이지만 여성에겐 그렇지 않은 제모 이야기, 그저 ‘보기 좋다’거나 선호의 문제를 넘어 여성의 제모가 갖는 사회적 의미를 더 깊게 파고들어보자. 21세기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는 제모가 마.. 2017. 11. 7.
[여성과 제모 ①] 털 앞에서 왜 나는 작아질까 [ 여성과 제모 ① ]털 앞에서 왜 나는 작아질까 윤선혜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성 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을 풀어내는 토크쇼에서 여성의 제모를 다룬 적이 있다. 겨드랑이, 다리털 제모 등으로 한 번쯤은 남의 시선을 의식해본 출연자들은 매우 공감한 주제였지만, ‘누가 강제한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까지 신경을 쓰느냐’며 이해하기 어려워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쉽게 말한다. 자기가 원해서 하는 제모가 왜 그렇게 문제냐고, 어떻게 여성 억압까지 될 수 있냐고. 하지만 과연 여성의 털이 여성 개인만의 문제였던 적이 있을까? 누군가에겐 선택이지만 여성에겐 그렇지 않은 제모 이야기, 그저 ‘보기 좋다’거나 선호의 문제를 넘어 여성의 제모가 갖는 사회적 의미를 더 깊게 파고들어보자. “어제 씻으면서 다리털을 밀었던가?.. 2017. 11. 1.
나의 직장생활 생존기 나의 직장생활 생존기 목화 * 이 이야기는 가상의 인물에 관한 이야기로서, 나이, 직업, 회사 모두 실제와 다릅니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다 저는 재작년 4월부터 서초동에 있는 한 로펌에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서른이 넘은 나이에 애매한 중상위권 성적의 여성 변호사는 누구도 탐탁해 하지 않는다’는 세간의 소문을 애써 외면하며 이곳저곳 문을 두드리던 중 어렵게 구한 직장이었기에, 반드시 살아남고자 선배들로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워듣고 최소한 한두 가지는 의연히 대처하기로 각오를 다졌습니다. 첫째는 정말 일이 쏟아지듯 많고 초과근무는 일상이 되리라는 것, 둘째는 오랫동안 남초였던 법조계의 성비 불균형과 그로 인한 불편함이 상존하리라는 것. 물론, 각오가 충분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세상이 얼마나 달라졌는.. 2017. 10. 30.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수수 (초등성평등연구회) 나의 아동 시절, 나는 남자이고 싶었다. 어릴 때 사진 속 박박 깎은 머리, 장난기 가득한 얼굴, 탐험 놀이라며 해안가 돌밭과 들판을 마구 헤집는 모습은 영락없는 사내아이였다. 맏이인 데다 꽤 똑똑했던 나에게 기대가 컸던 아버지는 늘 말씀하셨다. ‘넌 아들이나 다름없어. 넌 우리 집 맏아들이나 마찬가지다.’ 아들처럼 키워진 딸. 하지만 나는 아들이 될 수 없었고, 어렸던 난 남자가 되길 원했다. 성 정체성의 문제는 아니다. 아동기부터 꽤 오랜 기간 고민해온 나의 성 정체성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성이니까. 그런데도 여자인 내가 남자가 되고 싶어라 했던 이유는? 답은 간단했다. 그때 각종 매체에서 만난 멋진 사람들은 모두 남자였고, 아버지를 포함한.. 2017. 10. 30.
나와 아버지의 집 나와 아버지의 집 갱 한국여성의전화 회원 아이를 임신하면서 내가 상상한 부모의 모습은 '친구'였다. 아이의 의사를 존중해주고, 부드럽게 대화하고, 아이의 고집을 이해해주듯 때로 나의 고집도 장난스럽게 부려 보는, 그런 엄마가 되고 싶었다. 아이가 두 돌을 맞이하는 지금, 여전히 같은 내용을 소망하지만, 이제는 그게 말처럼 쉽지 않은 길이라는 걸 알게 됐다. 아이의 뜻을 이해해주고 아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은 너무 피곤하고 괴롭다. 목욕하기 싫어하는 아이를 온갖 뇌물로 구슬리고 달래어 겨우 목욕시키고, 마트에서 종횡무진 다니는 아이의 뒤꽁무니를 쫓아다닌다. 내가 가고 싶은 길로 가려면 아이를 설득하거나 다른 눈속임 장치를 이용해야 한다. 민주적으로 아이를 대하는 일은 어렵다. 이 말을 뒤집으면, 지시.. 2017. 10. 26.
21세기 新 여성인권운동 풍속도 21세기 新 여성인권운동 풍속도 은총 한국여성의전화 기획홍보국 ‘휴거’도 Y2K도 없이 평화롭게 21세기의 태양이 떠오른 지 17년이 지났다. 새천년은 세기말의 난리통이 무색할 정도로 고요히 찾아왔으나, 그 후 17년은 결코 무탈하지 않았다. 2015년에는 영화 처럼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될 줄 알았는데, 우리는 여전히 54.4%의 남성이 ‘성폭력은 노출이 심한 옷차림 때문에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가부장적 사고가 만연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2017년 현재, 여성인권운동에 신흥 기류가 불어 닥치고 있다. 온라인은 SNS를 중심으로 여성주의에 대한 게릴라성 움직임이 전개되고 있다. 여성주의 서적은 우후죽순 출간되고 있으며, 다양한 소규모 프로젝트와 여성의 삶 전반에 대해 여성이 스스로 이야.. 2017. 5. 12.
어른들이 빚은 '모범 아동'의 세상, 뽀로로 어른들이 빚은 '모범 아동'의 세상, 뽀로로 갱 한국여성의전화 회원 이제 벚꽃 피는 봄이 다가오는데, 내 입가에 착 달라붙은 건 ‘벚꽃엔딩’이 아니라 ‘뽀로로송’이다. 길을 가다 보면 무의식적으로 ‘노는 게 제일 좋아, 친구들 모여라-’ 하며 흥얼거리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이제 20개월이 되어가는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만화, 바로 때문이다. 딴에는 여러 만화를 접하게 하고 싶어서 도 틀어주고 도 보여줬지만, 아이는 아직 장편 만화의 긴 호흡보다 짧게 끊어지는 에피소드형 만화 시리즈를 좋아한다. 아이 때문에 옆에서 따라 를 보게 된 지 두 달째, 처음에는 아이가 좋아하니 유료 시즌까지 결제해서 보여줬지만, 옆에서 함께 볼수록 여러 의문이 보글보글 솟아났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아무래도 기존.. 2017. 5. 11.
여성폭력 근절 없이 인권과 정의, 미래도 없다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젠더폭력 근절 정책토론회“현장의 목소리로 젠더폭력 근절 정책을 밝.히.다” 유미 한국여성의전화 인권정책국 여성에 대한 일상적인 성차별 문화와 폭력은 여성을 통제하고 삶의 권리를 제약하며 성적 불평등을 지속시킨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2016년 한국의 경제·정치·교육·건강 분야 성격차 지수는 144개국 중 116위를 기록했다. 2015년 기준 살인, 강간, 폭력 등 한국의 강력범죄 피해자 10명 중 9명은 여성이며, 지난 5년간(2011-2015년) 2,039명의 여성이 살해되거나 살해위험을 겪었다. 한국의 성차별과 여성에 대한 폭력 현실이다. 그러나 한국은 ‘여성에 대한 폭력’의 정의와 국가 기본방침도 확립해놓지 않은 사회다. 성평등 관점이 없는 개별 여성폭력 관련 .. 2017. 4. 25.
아내’들에게 ‘스토킹’은 결코, 사소하지 않았다 '아내’들에게 ‘스토킹’은 결코, 사소하지 않았다 유미 한국여성의전화 인권정책국 정답은 모두 X입니다. 얼마나 맞추셨는지 궁금한데요. 한국 사회에서 이 범죄는 때로는 스토킹이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데이트폭력이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지속적 괴롭힘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최근 보도된 것만 해도 스토킹 피해 여성에게 수백 회의 메시지를 보내며 괴롭히고 회사에 찾아가 소란을 피운 사건, 결국 살인에 이른 사건까지 뉴스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범죄 유형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다양한 이름만큼이나, 실상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 중 일부는 현재 경범죄 처벌법으로 신고할 수 있지만, 고작 범칙금 8만원에 불과한 처벌은 아무런 제지 효과가 없습니다. 또한 다양한 형태의 스토킹 범죄를 포.. 2016. 11. 1.
영화의 폭력 이미지: 고통의 카메라, 외설적 카메라 본 글은 여성인권영화제 10회 기념 포럼의 정민아 영화평론가 발제문입니다. 영화의 폭력 이미지: 고통의 카메라, 외설적 카메라 정민아 영화평론가 1. 흥행 영화 키워드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발간한 『한국영화』 78호에서는 2012년 이후 흥행영화 키워드로 ‘사회성’, ‘애국’, ‘부성애’를 들고 있다(www.kofic.co.kr). 몇 년간 부성애, 사회성, 애국 코드에 덧붙여 복고 코드가 영화시장에서 통하는 키워드가 되었던 것은 분명하다. , , , , , 등에서 보듯이, 각각의 키워드는 독립적으로 등장하지 않고 서로 엮인다. 이러한 영화들의 흥행은 사회 안정성의 위협, 국가 시스템에 대한 의심, 가족 해체의 두려움과 관계가 있다. 하지만 이들 영화에서 여성의 자리는 많지 않다. 대개 여성들은 한 평범한 .. 2016. 1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