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전문가 초청 데이트폭력 토크쇼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모르는'

한국과 미국의 ‘데이트폭력’ 실태와 과제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메리



 11월 30일, ‘데이트 폭력 해외초청 강연 토크쇼,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모르는’이 가톨릭 청년회관에서 진행되었다. 밖에서는 겨울바람이 불기 시작했지만, 이내 접수처에서부터 느껴지는 참가자들의 열기는 토크쇼에 기대를 대변하였다.


 한국여성의전화와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의 주최로 기획된 본 프로그램은 ‘데이트폭력’에 대한 이해와 여성에 대한 폭력 근절을 주제로 총 2부로 구성되었다. 1부는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의 <한국 사회 ‘데이트폭력’의 좌표> 강의와 도첸 라이트홀드 뉴욕 여성폭력 근절 단체 ‘Sanctuary for Families’ 법률센터장의 강의로 진행되었다. 강연은 송란희 사무처장의 <한국 사회 ‘데이트폭력’의 좌표> 강의를 시작으로 한국의 ‘데이트폭력’ 개념이 형성된 역사를 되짚어보면서, 현재 여성에 대한 폭력 근절을 위한 과제를 살펴보았다. 이어서 도첸 라이트홀드 법률센터장이 미국 내 여성에 대한 폭력, 특히 아동 데이트 폭력의 실태와 경각심을 알리는 강연을 들을 수 있었다.


 김홍미리 여성주의 연구활동가의 사회로 진행된 2부 토크쇼는 두 강연자와 현장 참가자들의 질의응답을 통해 데이트폭력을 포함한 젠더폭력 해결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토크쇼에선 수능을 끝내고 친구들과 함께 찾아온 학생, 페미니즘을 함께 이해하기 위한 연인 등이 참가한 만큼 데이트폭력을 포함한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국의 데이트폭력 좌표: ‘여성에 대한 폭력’ 개념 정리부터


 송란희 사무처장의 <한국 사회 ‘데이트폭력’의 좌표>에서는 한국의 ‘데이트 폭력’ 개념이 형성된 역사를 바탕으로 현재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근절시키기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한계점을 비추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대표적인 한계점으로는 데이트폭력 피해자들을 보호하는데 ‘여성에 대한 폭력’의 이해가 뒷받침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있다. 유엔은 ‘여성에 대한 폭력 철폐선언’을 채택함으로써 ‘여성에 대한 폭력(violence against women)’을 “여성에게 신체적, 성적, 심리적인 피해나 고통을 유발하거나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종류의 젠더기반 폭력”이라고 정의하고 있지만, 한국은 지금도 ‘여성에 대한 폭력’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를 이루지 않은 채 여성에게 가해지는 젠더폭력을 ‘데이트폭력특별법’, ‘가정폭력방지 개정’, ‘여성폭력근절기본법’ 등 분절적인 형태로 법을 제정하고 있다.


 송란희 사무처장은 “사실 어떤 것이 데이트폭력인지, 스토킹인지, 가정폭력인지 명확히 구분하기란 어렵다. 그래서 ‘여성폭력기본법’, ‘젠더폭력기본법’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현장에서도 나오고 있다.”라고 이야기하면서, ‘여성에 대한 폭력’의 맥락에서 통합적으로 문제를 인식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미국의 데이트폭력의 실태 그리고 ‘피해자에서 생존자’로


 도첸 법률센터장의 강연은 미국의 데이트폭력의 실태와 십 대 사이에서 일어나는 데이트폭력의 경각심을 알리면서 시작하였다. 특히, 데이트폭력은 피해자와 친근한 관계로부터 시작되는 일이 많다는 점을 지적하였는데, 실제로 미국에서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 피해자 중 80% 가 여성이며(Bureau of Justice Statistics, 2012),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으로 인해 상해되는 피해자 중 70%가 여성인 만큼 성별에 기반을 둔 폭력의 범위와 심각성에 대해 집중할 필요가 있다.(Center for Disease Control, 2012)


 이러한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도첸 법률센터장은 정부의 적절하지 못한 대응으로 피해자가 가해자의 포섭에서 벗어나는데 방해를 받는다고 이야기하였다. 즉, 데이트폭력이 발생했을 때, 경찰을 포함한 법률관계자, 정부, 상담가 등이 데이트폭력을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거나 가해자 입장을 대변하는 행동으로 피해자가 데이트폭력으로부터 생존하는 것을 좌절시킨다는 것이다. 따라서 데이트폭력 피해자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보호 명령제도’를 통해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고 가해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도첸 법률센터장은 미국이 데이트폭력 피해자를 자립시키는 방법의 예로 소속 단체인 Sanctuary for Families의 활동을 소개하였다. Sanctuary for Families는 미국에서 가정폭력, 성매매 등 모든 형태의 젠더폭력 생존자들을 위한 선도적인 지원 활동을하는 단체이다. 도첸 법률센터장은 본 단체에서 진행하는 ‘피해자에서 생존자’ 프로그램을 소개하면서 “젠더폭력 피해자들의 안전, 치유 및 자기결정권을 위해 안전한 공간과 공동체를 마련할 뿐만 아니라 가해자들을 처벌하기 위한 법률상담을 제공하고 나아가 경제적 자립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피해자들의 성공적인 자립을 도와주어야 한다.”라고 주장하였다.


 2부에서는 김홍미리 여성주의 연구활동가의 사회를 바탕으로 송란희 사무처장과 도첸 법률센터장이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질문에 응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토크쇼 동안에 현직 성교육 강사를 포함해 법학을 전공하는 학생, 그리고 데이트폭력을 경험한 사람 등 다양한 참여자들의 참여 속에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한국과 미국이 바라보는 데이트폭력


 토크쇼에서는 1부에서의 송란희 사무처장과 도첸 법률센터장의 강연내용을 통해 미국과 한국의 데이트폭력과 가정폭력 범위에 대한 차이를 살펴볼 수 있었다. 즉, 가정폭력이 데이트폭력과 구분되어 있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은 데이트폭력의 범위에 가정폭력이 포함시킴으로써 기혼관계 뿐만 아니라 동거인처럼 친밀한 관계에 의한 폭력의 피해자들을 보호할 수 있다. 김홍미리 여성주의 연구활동가는 “이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가정폭력, 성매매, 데이트 폭력 등 다른 이름으로 불려진다는 것과 연관되는 것과 연관되는 것 같다. 미국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을 총괄적으로 다루는 법, ‘미국 여성폭력방지법(VAWA, Violence Against Women Act)’이 존재한다.”라고 이야기하였다.


데이트폭력의 본질, 권력과 통제


 토크쇼는 참여자들로부터 “데이트폭력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잘 모르겠어요.”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는데, 송란희 사무처장과 도첸 법률센터장은 친밀한 관계 속 일어나는 폭력의 중심에는 ‘권력과 통제’가 있다고 대답하였다. 즉, 이미 한 사람의 자유가 억압되었다면, 그 사람은 이미 권력 관계에 종속된 것이다. 더불어, 도첸 법률센터장은 데이트폭력 피해자들은 폭력적인 관계를 끝내는 데 성공하기까지 6~8번을 시도하며 10대 청소년들은 성인들 보다 폭력적인 관계를 단절하기 더 힘들다고 이야기하면서 청소년 데이트폭력 피해자들의 고립에 대한 위험을 강조하였다.


피해자에서 생존자 그리고 임파워먼트(Empowerment)


위에서 언급했듯이, Sanctuary for Families는 피해자의 성공적인 자립을 위해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한 법률상담, 경제적 자립 프로그램 등 종합적인 지원을 제공한다. 그 밖에  Sanctuary for Families는 피해자부터 의심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주변 환경(경찰, 검사, 상담가 등)을 바꾸는 활동을 하는데, 이를 통해 피해자는 트라우마를 강화하지 않고 자신의 경험을 더 타당하게 전달할 수 있게 만든다. 도첸 법률센터장은 데이트폭력 생존자들은 피해자 입장을 대변하도록 환경이 변화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이야기하면서 피해자가 도움을 받기만하는 존재가 아니라 데이트폭력 근절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이야기하였다.


피해자에게 사건의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아닌, 성공적 자립을 위해 환경의 변화를 시도하는 미국과 비교해, 한국의 데이트폭력 피해자 지원 상황은 어떠할까. 현재 여성가족부 지침으로 ‘여성폭력 사이버 상담’에서 데이트폭력 상담을 받을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의료비나 소송비 등을 지원받을 수 없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올해 한국여성의전화는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의료비를 포함한 피해자의 자립을 위한 프로그램을 시도하기도 하였으나, 예산 문제로 짧은 기간에 마감되었다.





경찰의 젠더교육 책임


 한 참여자는 “한국경찰은 데이트폭력, 가정폭력, 성폭력에 무관심합니다. 미국에서는 경찰의 인식을 어떻게 바꿀 수 있었나요?”라면서 미국이 가해자를 조치하는 것이 가능하게 한 요인을 질문하였다. 도첸 법률센터장은 법을 변화시킴으로써 국민들과 법 관계자들에게 젠더폭력에 대해 교육시킨 것이 출발점이었지만, 실제 변화가 일어나려면 경찰이 변해야 한다고 말을 전했다.


 한국도 미국과 같이 경찰에게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11월 2일에 일어난 ‘가정폭력피해자 보호시설 가해자 침입 사건’을 보면 경찰이 피해자를 잘 보호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가정폭력피해자 보호시설은 비공개의 공간으로써 피해자들에게 가장 안전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날 사건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애 아빠가 많은 걸 바라지도 않는구먼요.”, “그냥 3개월 동안 자녀를 못 봤으니 보고 싶다 이거예요.”라는 말을 하며 오히려 가해자와 동일시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결국 여성폭력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경찰에 의해서 피해자들은 보호법이 있어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송란희 사무처장은 이번 “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 가해자 침입사건’에서 경찰이 가해자를 대변한 상황은 피해자의 트라우마에 대한 교육을 형식적으로 진행하거나 매뉴얼을 잘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했다.



데이트폭력 근절을 향한 목소리


 ‘데이트 폭력 해외초청 강연 토크쇼,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모르는’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과 미국의 데이트폭력 실태와 이를 근절시키기 위한 활동을 공유하였다. 무엇보다 토크쇼를 통해 데이트폭력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아직은 미흡한 부분이 많이 있음을 확실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11월에 발생한 ‘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 가해자 침입사건’은 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잘못된 대응방식으로 상황을 악화시킨 사건이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이를 계기로 경찰 대응과 관련해 더 구체적인 교육과 대응책, 철저한 감시를 요구하기 위해 12월 7일 오후 2시에 광화문 변호사회관 조영래홀 (10층)에서 경찰 측 관계자와 함께 토론회를 진행하였으며, 6일에는 미국 ‘덜루스 모델’에 대한 현장연구 보고회를 진행하였다. 이처럼, 정부도 피해자 보호의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젠더폭력의 통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모두가 함께 목소리를 내고 학교와 경찰 그리고 공공기관의 의식을 바로잡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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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일의 경찰 대응,

그 전과 후에 관한 112개의 증언


〈#경찰이라니_가해자인줄〉 eBook 발간!


 

「 #경찰이라니_가해자인줄 (한국여성의전화 엮음) 」 알라딘 eBook 발간! https://goo.gl/a2XJCg





11월 2일의 경찰 대응,

그 전과 후에 관한 112개의 증언


〈#경찰이라니_가해자인줄〉을 내며


안타깝게도 가정폭력 가해자가 피해자를 쫓는 일은 으레 일어나는 일이다. 2017년 11월 2일 저녁 8시 무렵, 한국여성의전화 부설 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쉼터)에도 가해자가 침입했다.


그러나 112와 지구대 신고 후, 소위 ‘전문적’이라고 하는 여성청소년 수사팀이 도착하면서 문제는 또 다른 국면을 맞게 되었다.


경찰들은 가해자를 격리하기는커녕, 활동가들이 피해자를 모두 피신시킬 때까지 세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가해자의 입장을 대변하고, 활동가들을 비난하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한국여성의전화는 2017년 11월 10일 “#경찰이라니_가해자인줄” 이라는 해시태그 캠페인을 시작했다. 삼일 만에 20만 건이 넘는 트윗 언급이 있었다. 대부분은 가정폭력, 성폭력, 데이트폭력, 스토킹 등의 범죄를 신고한 후 겪은 경찰의 잘못된 대응, 즉 ‘경찰에 의한 2차 피해’에 대한 증언이었다.


2016년 전국가정폭력실태조사에 의하면 가정폭력 발생 시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비율은 1.7%이며, 같은 해 실시된 전국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른 같은 항목의 비율 역시 1.9%에 그쳤다. 이 낮은 비율이 의미하는 바는 자명하다.


알다시피 경찰에 의한 2차 피해가 문제가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해시태그 캠페인 아카이빙은 공권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자 하는 간절한 바람으로 기획되었다. 


이 자료집에 실린 증언들은 2017년 11월 10일부터 13일까지 해시태그 캠페인에 참여한 글 중, 작성자와 연락이 닿아 게재 허락을 받은 것들을 112라는 숫자에 맞춰 다시 추린 것이다.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변화’를 선언하며 ‘종합대책’을 내놓았던 경찰. 이제 더 이상 말뿐인 ‘변화’가 아닌, 피해자가 체감할 수 있는 온전한 ‘변화’가 경찰 내부에서부터 시작되기를 바란다. 그 시작에 이 아카이빙 자료가 뼈아픈 자기 성찰의 토대가 되길 바란다.


2017년 11월 30일

한국여성의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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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


'보리'들의 활기찬 경제교육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7기 이윤희



 버스를 타고 40분을 들어온 곳, 파주의 홍원연수원에서는 20대 여성인권활동가 아카데미 교육생이 함께하는 가정폭력피해 10대 여성 리더십 캠프인 “보라! 리더십 캠프 - 보리캠프”의 진행이 한창이었다. 주변에는 편의점이나 노래방 등, 10대들이 좋아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보이는 것은 논과 밭이 대부분인 곳에서 10대 참가자들과 20대 여성인권활동가 아카데미 참가자들은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입구에 들어서서 자리에 앉자, 왠지 모를 그리운 기분이 몰려왔다. 도착했을 시간은 아직 쉬는 시간이어서 삼삼오오 모여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누군가는 조용히 책을 읽고 있기도 했다. 또 몇몇은 강단 옆에 마련된 컴퓨터로 게임을 하고 있기도 했다. 학창시절 쉬는 시간 각자가 시간을 보내던 풍경이 떠오르는 분위기였다. 더해서 참가자들은 서로를 ‘보리’라고 불렀는데, 그리운 분위기와 더불어서 존중과 다정함이 느껴진다고 생각했다.





'경제'교육이어도 친숙한 분위기


 29일 오후 일정은 푸른살림경제교육협동조합 박미정 대표의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경제교육’이었다. ‘경제’라는 단어만 듣는다면, 딱딱하고 복잡한 느낌에 거부감이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박미정 대표의 수업은 본인의 경험으로 시작함으로써, 수강하는 보리들은 좀 더 친숙하고 친근감 있는 태도로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박미정 대표는 또한 보리들에게 익숙한 주제로 수업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왜 우리의 용돈은 항상 부족한지’의 질문이 그것이었다. 보리들은 자유롭게 ‘용돈의 액수가 적기 때문이다’, ‘사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대기업의 탈세 때문이다’라는 조금은 엉뚱한 대답을 내놓아서 수업의 분위기를 높이기도 했다.


 우리가 사는 신용사회박미정 대표는 우선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우리가 소비하게 되는 주위 환경에 관해서 설명했다. 설명에 따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이전에서는 지출할 필요가 없었던 통신비 등의 고정비용이 증가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실제로 과소비한 적이 없음에도 과소비를 하게 되었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현재 우리 사회는 빅데이터의 사회라고 언급했다. 이 사회에서는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에 대하여 빅데이터를 구성한다. 그리고 그 패턴에 맞추어 상품을 제시하여 소비를 촉진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우리의 소비 여력은 대다수 일단은 쓰고 나중에 갚게 되는 ‘신용’에 따른 것으로, 우리는 돈을 저금하기가 어렵게 된다.





 그렇기에 박미정 대표는 이러한 환경에서 우리의 적절한 소비 수준을 알고 그에 따른 수지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적절한 소비수준은 절대로 아껴 쓰거나, 많이 쓰라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삶에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수준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래서 적절한 소비수준이 나의 월평균 소득과 어느 정도 균형을 이뤄야 한다.


 강의의 마지막에서 박미정 대표는 우리는 생각보다 돈을 습관적으로 쓰게 된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며, 장부를 씀으로써 그 습관을 파악하고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돈을 쓰고 후회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최고의 상처기에 후회가 남는 습관이 아니라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장부를 쓰면서 적절한 소비패턴이 내면화되어야 환경 속에서 나를 지킬 수 있게 된다는 말로 강의는 마무리되었다. 



어려운 분야지만 활발하고 즐거운 분위기


 경제라는 분야의 강의는 아주 무거워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보리캠프의 발랄한 분위기로 취재를 하러 간 나까지 즐겁게 들을 수 있었다. 나를 포함한 보리들은 강의 시간 동안 공감의 한숨을 쉬기도 했고, 다 함께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경제교육이지만 10대부터 20대까지 모두가 이해하기 쉬운 강의 내용이었고, 좋은 정보들을 많이 얻게 되었다. 기사가 작성되고 있을 때면 캠프가 마무리되고 있을 것이다. 14박 15일 동안의 시간을 보낸 보리들이 좋은 마무리를 하고, 장부를 꼭 써보면 좋겠다. 나도 써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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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


여성폭력정책의 어제와 오늘

한국 여성폭력 정책 및 제도의 변화에 대하여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김예원



 지난달 27일, 한국여성의전화에서는 <여성폭력정책과 제도>에 대한 강연이 열렸다. 이 날 강연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황정임 선임연구위원 진행으로, 약 3시간에 걸쳐 여성폭력정책 및 제도의 현주소와 앞으로의 방향에 관련한 이야기로 이루어졌다.



여성폭력정책과 제도의 기본 틀


 우리나라에서 여성폭력 정책과 제도는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순으로 관련 법률이 제정되었고 각각의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을 위한 시스템들이 추진되어 왔다. 그러다가 사후적 조치에 중점을 둔다는 문제제기 속에 예방과 관련된 법적 근거(예방교육 의무화)가 마련되면서 예방(Prevention), 피해자 보호(Protection), 가해자 처벌(Prosecution)이라는 ‘3P’의 삼각구도로 여성폭력 정책과 제도가 안착되었다.


 여성폭력 관련 법률은 1995년 시작된 여성발전기본법에 근거한 여성발전기본계획이나 양성평등기본법에 근거한 양성평등기본계획을 통해 본격적으로 구체화됐다. 여성발전기본계획이나 양성평등기본계획은 5년마다 수립되어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등과 관련된 정책이나 제도 운영에 대한 내용을 포함함으로써 지속적인 정책 추진을 가능하게 했다. 또한 강남역 살인사건 등과 같이 여성대상 폭력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별도의 대책들이 만들어져 왔는데, 이렇게 사건이 발생한 후에 수립됐던 대책들도 여성폭력 방지의 제도화에 기여해 왔다고 볼 수 있다. 황정임 연구위원은 이러한 여성폭력과 관련된 제도화 과정이나 추진현황을 볼 때 여성폭력 제도 자체가 미비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여성들은 왜 여전히 두려워하나


 그러나 여전히 여성들은 폭력의 피해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여성들의 두려움은 법률 제정 이전이나 이후나 크게 차이가 없다. 실제로 여성가족부가 2013년 발표한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의 78.5%가 밤늦은 귀가나 택시 승차 시 두려움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택배 등 낯선 사람의 방문도 두렵다고 응답한 여성도 76%가 넘는다. 1995년 여성발전기본법이 시행되고 난 지 약 2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폭력피해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황 연구위원은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이 현 정책과 제도의 방향성에 있다고 지적했다. 현 정책과제도가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성희롱 등 각각 개별 법률과 제도로 접근해 왔다는 것이다. 여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았던 시기에 여성폭력 이슈를 정책 의제화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전략이었으나, 이러한 방식으로는 여성폭력이 근본적으로 성차별적이고 불평등한 사회구조에 의해 발생한다는 점을 이해시키기엔 부족했다. 여성폭력과 관련된 새로운 피해 양상이 나타날 때마다 관련 법률과 제도를 마련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앞으로의 정책과 제도에서는 ‘여성폭력’ 혹은 젠더폭력이라는 통합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황 연구위원이 강조한 이유이다. 





사각지대에 놓인 일상의 폭력 


 그러나 정작 최근에 사회적 이슈로 불거진 데이트폭력과 스토킹은 대다수의 피해자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현행법상 데이트폭력이나 스토킹은 형법이나 경범죄처벌법 등을 적용하여 처벌할 수 있으나 본질적인 규제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일단 살인·상해·폭력 이전 단계나 제도권 외의 관계에서 발생한 일에 대한 처벌이 어렵고,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한 피해자가 보호 조치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예로 여성은 특정인이 지속해서 초인종을 누르는 등 두려움을 조장하는 스토킹을 당하더라도, 가해자가 현관에 발을 딛는 것이 아닌 한 최소한의 보호 조치도 받을 수 없다. 


 다행인 점은 이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움직임이 계속해서 있었다는 점이다. 19대 국회에서는 스토킹 처벌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이낙연 의원 대표발의), 스토킹 방지법안(김제남 의원 대표발의),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안(남인순 의원 대표 발의)가 발의되었던 바 있다. 20대 국회에서는 남인순 의원의 대표발의로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레법안이 발의되었고, 이외에도 스토킹 처벌 및 방지에 관한 법률안(김정훈 의원 대표발의), 스토킹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정춘숙 의원 대표발의) 등이 소관위원회에 접수된 상황이다. 

간절한 것은 누군가의 ‘Action’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어디에 있을까. 황 연구위원은 피해자가 스스로 자신의 피해 사실을 노출하도록, 신고하고 도움을 요청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폭력 상황을 인지하거나 목격한 경우 목격자의 대응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먼저 취해야 할 행동은 ‘신고’이다. 여성대상 폭력 상황을 인지하거나 목격했을 때 경찰에 신고해야 실질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다. 


 그것만큼 중요한 것이 ‘공감’이다. 피해 경험자가 본인의 피해 사실을 말했을 때, 이를 경청하고 공감하는 것이다. 피해자가 처음 피해사실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적절한 도움이나 지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피해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관이나 전문가를 알려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 여성폭력이 무엇이고, 어디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는 것이 필요하다. 


 가정폭력 피해 사실을 처음으로 알리는 데 10명 중 4명의 피해자가 걸린 시간은 자그마치 ‘6년’이었다. 6년이라는 시간 동안 피해자가 가장 간절해했던 것은 다른 누군가의 ‘Action’이 아니었을까. 목격자로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작은 행동들이 누군가의 잃어버린 시간을 다시 찾아줄 수 있는 나비효과로 번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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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


 4월 28일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상임대표는 ‘이주여성 폭력 실태와 상담과정’을 주제로 한국여성의전화 49기 여성상담전문교육(가정폭력전문상담원 교육) 강의를 진행했다. 한국 이주여성인권센터는 이주여성을 위한 민간 대사관으로서 이주여성을 단일주제로 다루는 민간단체이다. 


 이주가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국내 체류 외국인 수도 지난 10년 사이 두 배 증가해 200만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세계 여성 이주자의 72%가 아시아에 집중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논의는 가사노동과 성 산업에 국한되어있다. 허오영숙 상임대표는 한국 사회가 이주와 이주여성을 얼마나 타자화, 대상화하고 있는지 지적하며 강의를 이끌어나갔다.


 “이주여성은 교육을 받지 못했고 가난할 것이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남성과 결혼해 시골에 살 것이다” 이러한 편견과 일반화는 이주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보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한국 사회의 이주여성에 대한 시각



한국여성의전화 7기 기자단 석박지혜



우리 애는 특별해


 어떤 대상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매체인 드라마에서 이주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 한다. 대부분이 가사노동자이거나 결혼이주자로, 어수룩하고 서투른 모습이다. 문제만 일으키는 ‘민폐’ 캐릭터로 등장하는 일도 흔하며 이주여성을 부나 지성 같은 사회에서 중시하는 가치와 결부시키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반면 한국에서 태어나 외국에서 살아가는 이주 여성은 이렇게 극단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그들은 고소득 직종 종사자 혹은 유학생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결혼이주의 경우 사랑해서 외국인과 결혼한 결혼이민자로 그려낸다. 한국 출신의 이주여성이 한국인 외의 유색 인종 이주여성과 같은 대우를 받을 때는 불편함을 느끼면서, 이주여성의 경우 교육 수준 · 경제 수준 · 거주지까지 어림짐작하며 낮추어 보고 웃음거리로 삼는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송출국


 이주여성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한국은 송출국인 적이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한국은 서독으로 이주해 간호사로 광부로 노동했고 월남전에도 참여했다. 이주목적국이 된 지금도 워킹홀리데이 등의 목적으로 꾸준히 외국에서 이주노동자로 살아가는 경우가 왕왕 있다. 


 결혼이주자로의 모습 역시 가지고 있었다. 1910년도 미국에서 사탕수수 노동자로 일하던 한국인 남성 이주노동자의 ‘사진 신부’ 가 대표적인 예다. 사진 신부로 바다를 건너온 한국 여성 역시 베트남에서 온 결혼이주 여성과 같은 상황(경제적 · 계층적으로 불리한 위치의 사람들로 남녀가 평등하고 교육을 받을 수 있으며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믿음만으로 결혼을 결심한 사람들)에 처한 결혼여성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한국인이 아닌 결혼이주여성에게만 사랑해서 결혼한 것이 아니라고 비난한다.  이주민이 하는 노동은 미래가 없는 일이며 한국인이 이주자로 가서 하는 노동은 긍정적이고 좋은, 청년의 꿈과 열정이 담긴 모습으로 그린다. 사실 워킹홀리데이와 이주노동 여성 간에는 큰 차이가 없다. 둘 다 중산층 정도의 경제환경을 지닌 교육받은 사람들이며 고국에서는 하지 않을 일을 좀 더 높은 보수와 해당 국가에서 살기 위한 목적으로 할 뿐이다. 또한 한국보다 경제상황이 좋지 않거나 교육을 받지 못했다 해도 이를 이유로 무시하는 일은 그들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폭력적인 행위이다.


 “노동력을 불렀는데 사람이 왔다.”라는 말이 있다. 이주자를 오래전부터 받아들여온 서구 사회에서 생겨난 격언이라고 한다. 강의를 듣고 가사를 작성하다 이 말을 듣고 나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한 사람이 올 때 입맛에 맞게 어느 한 부분만 떼어 수용할 수 없고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 우리가 그 사람을 ‘받아들였다’라고 할 때는 얼마나 많은 부분을 수용해야 하는지. 부끄러움이 점점 쌓여가고 있었다.




국제결혼인가, 신부거래인가?



한국여성의전화 7기 기자단 윤선혜



 우리 사회가 이주여성을 대상화하는 시선은 사실 기존에 한국 여성을 대상화하던 시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이주민이라는 소수자성이 이러한 태도를 더 노골적으로 드러낼 뿐이다. 이주민이든 선주민이든, 여성에 대한 대상화는 사회가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보지 않는 데서 출발한다.


 상업적 국제결혼 중개업은 이주여성의 극단적인 대상화가 거리낌 없이 일어나는 곳이다. 유명 국제결혼 중개업체인 ‘하*****’의 홈페이지를 보면 과연 그들이 장려하는 것이 국제결혼인지 여성의 사고팖인지 의문이 든다.




모 국제결혼 중개업체 홈페이지 메인화면



쇼윈도에 진열된 외국인 아내


 첫 화면부터 마치 상품을 진열하듯 여성들의 사진이 국가별로 정리되어있다. 이주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물건처럼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대상으로 소비하는 모습이 한 화면 안에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국가별 여성의 특징을 한국 여성과 비교해 정리해놓은 메뉴는 이주여성뿐 아니라 한국여성까지도 일반화한다.


 홈페이지에서는 국가별 행사일정표, 즉 해당 국가 여성과 결혼하는 과정 또한 상세하게 공지하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를 보자. 베트남에 도착한 첫날에는 처음 만난 신부와 데이트를 한다. 그리고 이튿날 결혼식을 올린 뒤 1박 2일간 신혼여행을 떠난다. 4일째 밤에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모든 일정은 끝이 난다. 중개업 측에서 최대한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고안한 ‘속성 결혼 코스’다. 



“신부를 샀다”


 순수한 의도에서 국제결혼을 마음먹은 남성이라도 이러한 상업적 결혼 중개 시스템을 따라가다 보면 상대 여성을 평등하게 바라볼 수 없다. 어쩌면 이주여성에 대한 대상화는 그들을 그렇게 바라볼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에 가까울지 모른다.


 ‘신부를 샀다’는 인식은 결혼 생활에서 남편과 아내의 관계가 결코 평등할 수 없음을 짐작게 한다. 불평등한 권력 관계는 가정폭력으로 이어지기 쉽다. 지난해 다누리콜센터에는 약 1만3000건의 가정폭력 상담 전화가 걸려왔다.


 우리보다 약 10년 일찍 상업적 국제결혼중개업이 시작된 대만은 그만큼 일찍 부작용을 겪었다. 대만은 이주여성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지난 2007년 국제결혼중개업의 상업화를 없애고 비영리 사단법인이나 재단법인만 국제결혼을 중개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도망가지 않는 베트남 신부”를 강조하는 광고 문구는 여성을 끊임없이 대상화하는 사회 구조와 인식의 변화 없이는 사라질 수 없다. 국제결혼 성공 사례를 앞세워 여성을 사고파는 것과 다름없이 진행되는 반인권적인 상업적 국제결혼중개업에 대한 규제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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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


장애 여성의 관점으로 본 가정폭력  



한국여성의전화 7기 기자단 박세원



 4월 27일, 가정폭력전문상담원 교육 중 하나인 ‘여성장애인 가정폭력 실태와 상담과정’ 취재를 위해 은평구에 위치한 한국여성의전화로 향했다. 장애여성공감 배복주 대표가 진행한 이 날 강의는, 한국여성의전화 교육장에서 3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지난 4월 13일, 14일 양일간 진행되었던 상담원 숙박교육 동안 교육생들이 함께 공감과 연대의 시간을 가진 이후라 교육장의 분위기는 이전보다 한층 더 화기애애했다. 서로 음식을 챙겨주기도 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따뜻한 분위기에 본 기자의 마음도 덩달아 편해졌다. 10시가 되자 이날 강의자인 배복주 대표가 강의를 시작했다.





사소한 일이라고 치부되는 가정폭력


 여성가족부가 실행한 ‘2016년도 전국 가정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정폭력에 대한 대응으로 주위에 도움을 요청한 경우는 1%에 불과했다. 한국 사회에서 가정폭력은 집 안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이라고 치부되며 범죄로 인식되지 못하는 경향이 크다. 결국, 가정폭력 피해자는 가정폭력을 범죄로 인식하고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


 그 뿐 아니라 가정폭력을 신고한다고 하더라도 처벌을 끌어내기 힘들다. 법무부의 2015년 조사에 따르면 가정폭력 사건이 검찰 접수된 후, 기소조차 되지 않는 비율이 50.4퍼센트에 달한다. 가정폭력이 발생할 경우 피해자가 외부로 도움을 구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외부에 도움을 구한다 하더라도 처벌을 끌어내기 힘든 현실이다.


 배복주 대표는 가정폭력방지법의 초점이 가해자에 대한 처벌보다 가정회복에 맞춰지곤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조는 이 법의 목적을 ‘가정폭력범죄로 파괴된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가꾸며 피해자와 가족구성원의 인권을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이 보여주듯, 다른 범죄들에 비해 가정폭력은 엄격한 처벌의 대상이라고 인식되지 못하고 다시 화목한 가정으로 돌아가는 것을 그 목표로 삼는 것이다. 


 이와 같은 한국 사회의 가정폭력에 대한 실태는 익히 알고 있던 바였다. 그러나 강의가 진행될수록 가정폭력피해자가 장애 여성일 거라고는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을 정도로 장애 여성이 당사자인 가정폭력 피해에 대해 무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장애여성에 대한 가정폭력 실태 


 배복주 대표는 장애 여성이 가정폭력을 당할 경우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는 것을 지적했다. 장애 여성의 경우, 그 장애의 특성으로 인해 폭력에 저항하거나 도움을 요청하기 어렵다. 장애 여성은 가족 안에서 일방적으로 보호받는 위치에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폭력에 노출되더라도 타인의 도움 없이는 그 공간을 탈출하기 힘든 것이다. 예를 들어, 타인의 도움 없이는 움직이기 어려운 중증장애인의 경우는 폭력에 무방비하게 노출되며 그로부터 벗어나기 어렵다. 


 또한, 배복주 대표는 자폐를 가진 피해자가 피해 사실에 대해 진술하지 않아 도움을 제공하기 힘들었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장애 여성의 가정폭력에 대한 지원이 어려움을 설명했다. 가정폭력 자체가 범죄라고 인식되기 힘든 상황인데, 장애 여성의 경우는 더욱이 가정폭력을 범죄라고 인식하고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우며 설령 범죄가 신고 된다 하더라도 장애 여성의 진술조차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러나 장애 여성을 위한 가정폭력 대책은 매우 미흡한 상황이다. 장애 여성을 위한 가정폭력상담소는 전국에 두 곳, 가정폭력 쉼터는 세 곳밖에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장애 여성에 대한 가정폭력 지원체계가 열약하다. 배복주 대표는 가정폭력 쉼터에서 장애 여성을 받아주지 않아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경우가 많다는 예를 들어 장애 여성에 대한 대책이 미흡함을 설명했다. 이러한 설명에 많은 교육생이 탄식을 내뱉었다. 

이러한 특수함이 존재하기 때문에 장애 여성에 대한 가정폭력 상담은 비장애 여성에 대한 가정폭력 상담과는 구별되는 어려움을 가지게 된다. 강의가 진행될수록 교육장의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예비 상담원으로서 교육생들이 가지는 고민의 무게가 느껴졌다.  


 비장애인 여성으로 살아온 나는 장애 여성의 삶에 대해 무지했다. 가정폭력의 피해 여성 중  장애를 가진 경우가 있으리라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을 정도였다. 너무나 당연하게 피해 여성이 비장애인일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동안 가정폭력에 대해 나름대로 많이 공부했고, 안다고 생각했던 스스로가 한없이 작아졌다.


 장애 여성은 비장애 여성과는 다른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장애 여성이 경험한 가정폭력은 비장애 여성의 그것과는 구분되는 차이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에 맞는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한 구조 속에서 장애 여성이 가정폭력에 노출될 경우, 그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다. 올 때와 달리, 교육장을 나서는 발걸음은 너무나 무거웠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타인의 삶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고민해보고 행동해야겠다는 생각과 그동안 그렇지 못했다는 부끄러움이 나를 무겁게 짓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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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


‘불편’해야만 하는 페미니즘



한국여성의전화기자단 7기 영상기자 우진솔



광화문의 중심에서 ‘페미니즘’을 외치다


 대선을 24일 앞둔 15일 토요일. 전국의 페미니스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나는 페미니즘에 투표한다.’는 이름으로 기획된 이 행사는 2시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열렸다. 화창한 날씨의 광화문 광장은 각자의 목소리를 담은 피켓을 든 사람들로 가득 찼다. 이 날 행사는 대선을 맞아 페미니스트 주권자의 목소리와 힘을 드러내기 위해 기획되었다.






 여성밴드 <투스토리>의 공연 후, 본 공연 1부 행사인 ‘페미니스트 마이크’를 진행했다. 여성청소년, 여성성소수자, 장애여성, 온라인 페미니스트, 청년여성노동자, 기혼여성노동자, 여성폭력고발과 같이 다양한 정체성·위치성을 가진 페미니스트들이 자신의 경험을 나누며 페미니즘 정치를 요구하는 자리였다. 한 페미니스트는 “경제적 자립을 하고 싶어서 일을 시작했지만 오히려 일이 두 배로 늘었다.” 고 말하며 육아와 일을 병행해야 하는 ‘워킹맘’의 현실을 비판했다. 그리고 10대 페미니스트는 남자들의 성욕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반면, 상대적으로 여성의 성욕은 부적절하고 죄처럼 인식하는 사회에 대해서 언급했다. 또한 한국여성의전화 이지원 회원은 “여성 두 명 중 한 명이 가족이나 데이트 상대에 의해서 폭력을 경험한다.”고 말하며 현실의 문제를 깨닫는 것이 행동을 바꾸는 것의 시작이라며 ‘인식의 중요성’을 주장했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대한 인식을 뒤집다


 1부 행사 ‘페미니스트 마이크’가 끝난 후, 그룹 토의를 했다. ‘페미니즘은 –한 세상을 만들 것이다.’는 문장을 저마다 채웠다. 토의는 각자의 사례를 이야기하고 이러한 문제가 해결된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주제로 진행됐다. 40분간의 토의가 끝난 후 그룹의 대표는 무대 앞 투표함에 용지를 넣으며 자신이 원하는 세상에 대해서 외쳤다. ‘페미니즘은 젖꼭지가 당당한 세상을 만들 것이다.’, ‘페미니즘은 섹스가 재밌는 세상을 만들 것이다.’, ‘페미니즘은 여자가 안전하게 자취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 것이다.’ 등 다양한 문장들이 나왔다. 사실 성별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이 모든 문장이 기득권 남자들은 당연하게 누려 왔던 것들이었기 때문에, 그동안 당연하게 여성의 의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얼마나 여성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었는지를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다.







다양한 목소리가 하늘을 수놓다


 본행사를 마친 후, 광화문 광장에서부터 평화의 소녀상 앞까지 피켓을 들고 행진을 했다. ‘니 조상밥 니가 하기 운동 본부’, ‘페미니스트가 드세서 싫어? 나도 너 싫어.’, ‘수탉이 울면 나라가 망한다.’ 등 현실을 풍자한 다양한 피켓들이 화창한 하늘을 수놓았다.


 페미니스트들은 다양한 깃발과, 각자의 소망을 담은 피켓을 들고 광화문 광장에서부터 평화의 소녀상 앞까지를 행진했다. 페미니스트들의 행렬을 지켜보는 시민들 중에서는 불편한 듯 눈살을 찌푸리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다. 하지만 그런 시선에 상관없이 페미니스트들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아 보였다.    40분 행진하는 내내 페미니스트들은 여성 차별에 대한 경험을 언급하며 현실이 개선되어야함을 주장했고, 페미니즘에 관한 노래를 불렀다. 마지막으로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다가올 새로운 세상을 기대하며 다함께 ‘다시 만난 세계’를 부른 후 행사가 끝났다.






‘불편’해야만 하는 페미니즘


 사회에서 ‘페미니즘’은 부정적으로 여겨진다.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페미니스트들이 ‘예민’해서 ‘불편함’을 느끼는 거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로 페미니즘이 예민하고 불편하지 않아야 할 이유는 없다. 세상에 대한 인식과, 나아가서는 세상을 바꾸는 목소리기이기 때문에 페미니즘은 당연히 불편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이 필요하다. 이 지금의 ‘불편함’을 담은 질문들이 모여 다가올 미래의 여성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를 기대한다. 


 따라서 다가오는 대선에서 “우리는 페미니즘에 투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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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


[ 무엇이 데이트폭력을 '사소하게' 만드는가 ② ]

어디에도 없지만, 어디에나 있는 데이트폭력


단비 · 이윤희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한국여성의전화가 실시한 데이트 폭력 피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데이트관계에서 폭력피해(통제/언어적/정서적/경제적/신체적/성적)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61%에 이르렀고, 모든 유형의 폭력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11%에 이르렀다. 친밀한 연인 사이에서 폭력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지만, 실상은 높은 비율로 데이트폭력을 경험하는 것이다. 그러나 데이트폭력 경험 후 상의 및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는 30%에 불과했으며 전문상담기관이나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는 현저히 적었다.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 이유로는 ‘그렇게 심한 폭력은 아니어서’가 가장 높게 응답되었고, 그 다음으로 ‘창피해서’, ‘말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기 때문에’가 순서대로 응답되었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통해 데이트폭력을 경험한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를 적극적으로 주위에 알리거나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의 분위기가 형성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아직까지 데이트폭력은 연인 간의 ‘사랑싸움’이나 사적인 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또한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 이유를 통해 오히려 피해자가 폭력의 책임 대상이 되며 그 폭력이 사소하게 여겨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친밀한 이성애 관계에서 발생하는 데이트폭력에 대한 심층 취재를 통해 데이트폭력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첫 번째 기사에서는 우리사회의 데이트 폭력 실태와 인식이 어떠한지 알아보고자 한다. 두 번째 기사에서는 데이트폭력 피해자의 인터뷰를 진행함으로써 피해 당사자의 입장에서 데이트폭력을 바라보고자 한다. 마지막으로는 어떠한 문화와 제도들이 데이트 폭력을 조장하거나 사소한 것으로 여기고 있는지 분석하고, 이에 대한 변화를 촉구하면서 마무리한다. 


 최근에 ‘데이트폭력’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언제나 존재해왔고, 많은 여성이 고통받았음에도 이제야 가시화된 것은 ‘신당동 데이트폭력’사건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이 사건은 7월 18일 오전 1시 30분쯤 20대 남성인 손 모 씨가 연인 관계의 여성에게 무차별적인 폭력을 가한 혐의다. 피의자는 길거리에서 상대를 폭행했고, 가까스로 도망친 상대가 주변 시민들에게 도움을 받자 1t 트럭으로 돌진하여 위협하였다.


 사건의 폐쇄회로 영상이 공개되자 시민들은 분노했다. 그리고 그에 응하여 관련 기사들도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부분 ‘급증하는’, ‘사랑에도 폭력이 존재하나요?’ 등의 제목으로 데이트 폭력에 대한 인식 부재를 드러냈다. 데이트 폭력이 이제껏 존재하지 않았다가 갑자기 생겨나기 시작했다거나, 사랑하는 사이에서는 폭력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전제하여 개인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사들의 제목들처럼 데이트 폭력은 ‘급증’한 것일까? ‘사랑하는 관계’에서는 폭력이 존재할 수 없기에 이는 단순한 개별 폭력사건인 것일까?


데이트 폭력은 가부장제의 성별 위계에서 비롯된다


 앞선 기사에서 말했다시피, 데이트 폭력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지만, 어디에나 존재한다. 데이트 폭력은 너무나도 익숙하여 보이지 않는 가부장제로부터 발생하기 때문이다. 가부장제의 사회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평등한 결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결혼으로 여성은 남성의 가족으로 편입되며, 남편의 통제가 당연한 대상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그런 사회에서 자란 사람의 연인관계에서는 성별 위계관계가 자연스럽게 학습되며 굳어진다. 법적인 관계가 없는 연인관계임에도 남성이 여성을 통제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남성이 연인관계인 여성의 옷차림, 친구 관계, 귀가 시간을 통제하는 모습은 이미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다. 그리고 이러한 통제에서 남성의 폭력은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여성에 대한 통제 시도가 좌절되었을 때 남성은 여성에게 소리 지르거나, 화내거나, 폭력을 가한다. 여성이 남성의 소유이자 일부로 여겨지고, 그에 따라서 통제가 가능한 가부장제는 계속해서 존재해왔다. 데이트폭력과 같은 젠더 폭력은 계속해서 존재했다. 데이트 폭력은 절대 ‘급증’한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성별 위계의 위험


 성별 위계는 폭력을 비가시화 한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의 섹슈얼리티는 남성의 소유물이다. 남자친구는 여자친구의 옷차림을 통제하고 통금 시간을 강제하고, 이성 친구를 만나는 것을 단속한다. 더욱이 이것은 ‘많이 사랑해서’로 대체된다. 이러한 ‘단속’ 과정에서 일어나는 갈등은 ‘연인 간의 사소한 다툼’, ‘사랑싸움’으로 취급되기 일쑤다. 그리고 이것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이에도 폭력이 발생할 수 있나요?’라고 질문한다. 위계와 폭력은 이미 발생했는데 말이다.


 ‘남자 기 살려주기’가 일상인 성별위계 사회에서 ‘남자 기 살려주는 역할’은 여성에게 부여된다. 또한 친밀한 관계에서 단호한 거절을 어려워하게 한다. 때문에 많은 여성이 ‘오빠가 싫어할까 봐’라는 이유로 불편한 스킨쉽을 참게 된다. 불쾌하고 불편함에 어렵게 거절하게 된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다. 남성은 소유와 통제의 대상인 여성에게 거절당하면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분노한다. 그리고 폭력을 가한다. 남녀 사이의 폭력은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의 폭력이 아니다. 이는 성별위계에 따른 일방적이며, 잔혹한 폭력이다.


데이트 폭력, 해결의 첫 단계는 인식의 개선


 데이트 폭력은 항상 존재했다. 연인 관계 또한 성별 위계 내에서 존재했기 때문에, 폭력이 비가시화 되어있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성별위계로부터 비롯되는 데이트폭력은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까? 확실한 건 법적인 처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여성이 젠더폭력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식의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연인관계에서 일어나는 감시와 통제를 성찰해야 한다. “사랑해서 그랬다”라는 변명은 ‘변명’으로 남아야 한다. 그 때에 비로소, 여성은 보호받는 것이 아닌, 인간으로서 존중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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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

3.8 세계여성의날 자원활동 참여 후기


김인태 (前 장미공장 참여자, 現 한국여성의전화 회원, 평등문화를가꾸는남성모임 참여 중)


군 복무 중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여성의전화>라는 단체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평소 여성주의에 관심이 있었는데, 3.8 세계여성의날에 배포할 장미제작에 참여할 자원활동가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먼 길을 찾아 도착한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장미를 만들었는데 제 걱정과는 달리 어느 분도 제가 남자라서 당황한 기색이 없으셨습니다. 오히려 나이나 직업 등 ‘보통’ 물어보는 정보도 하나도 묻지 않으셔서 놀랄 정도였습니다.


복무 기간 동안 갈고닦은 단순반복노동능력을 한껏 뽐내며, 저를 포함해 모든 분이 열심히 일해 주셔서 이틀 치 작업량을 하루 만에 끝내는 위용을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가자마자 점심을 주셔서 맛있게 먹고 장미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한두 시간마다 활동가분들이 오셔서 간식을 먹고 해야 된다며 계속 먹을 것을 주셨습니다. 결국, 저는 점심, 간식, 저녁까지 먹고 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분명히 자원활동을 하러 간 건데 먹고만 온 것 같아 죄송했고, 전역일 일정을 계산해보니 장미 배포에도 잠시나마 참여할 수 있을 것 같아 3월 8일 활동에도 참여하였습니다.


 전역식을 마친 후 짐을 챙겨 들고 장미를 나눠드리기 위해 바로 광화문으로 향해 장미를 나누었습니다. 아마 제 평생에 살면서 가장 단시간에 가장 많은 웃음과 감사의 말을 들은 시간인 것 같습니다. 가게 점원분들도 나와서 받아 가시고, 동료가 받는 걸 본 남성분들이 “여성의날? 그런 날도 있었어? 오늘이야?” 하면서 관심을 가지시고, 세상 한가득 걱정을 짊어진 것 같은 분들조차도 장미를 받고 활짝 웃는 걸 보면 너무나 뿌듯했습니다. 점심과 간식도 먹고, -이곳은 정말 자원활동가들에게 마음의 빚을 남겨주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도 결국 회원이 되었습니다.- 신촌으로 자리를 옮겨서 장미를 배포했습니다. 


광화문과 신촌 모두 장미가 생각보다 빨리 동나서 정말 더 주고 싶은 분들이 많았습니다. 지나다니는 모든 분에게 더 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가족과의 저녁 식사 약속이 있어 강남역까지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전역일이었어도 절대로 아쉽지 않은 행복을 선물 받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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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


3.8 세계여성의날, 당신에게 빵과 장미를


은총 한국여성의전화 기획홍보국



1만 개의 장미는 무엇을 남겼을까

1908년 3월 8일 미국에서 2만여 명의 여성 노동자 시위대가 생존권을 의미하는 ‘빵’과 참정권을 의미하는 ‘장미’를 달라고 외친 후 100여 년이 지난 지금. 언론에 보도된 사건만 집계해도 남편이나 애인 등에 살해당한 여성이 1.9일에 1명(2015년). 성별임금격차 OECD 국가 중 1위(2014년). 한 세기가 지나도록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은 여전하다. 


2017년 3월 8일. 한국여성의전화는 모든 여성의 삶을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한 세기 전 여성들의 외침은 지금 우리의 외침이기도 하다는 뜻을 전달하고자 서울 방방곡곡에서 여성들에게 장미를 나눴다. 아침 일찍 광화문 광장에서, 오후 무렵 신촌 대학가에서, 그리고 눈이 오는 저녁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보라색 장미가 뿌려졌다. 뜻하지 않은 선물에 즐거워하는 여성들. 의미와 선물을 함께 나누며 힘을 얻은 활동가, 자원활동가, 회원의 행동으로 다양한 기쁨이 서울 곳곳에 가득했다. 




장미와 함께 당신을 향한 응원을!

올해는 2016년보다 한층 진화한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사연을 접수해 3.8 세계여성의날에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가 사연 대상자에게 직접 장미를 전하는 <배달의 장미>가 바로 그것이다. 원래 장미 배포 지역 인근에 한해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여성들의 삶이 녹아든 각양각색의 이야기에, 넘치는 의욕을 충전해 은평구에서부터 영등포구까지 퀵서비스를 방불케 하는 속도와 일정으로 장미를 배달하게 되었다.



“학교에서도, 사회에 나가서도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 알고 그것이 침해됐을 때 당당하게 맞섰으면 좋겠다.”


아직 새벽바람이 쌀쌀한 아침 1교시 수업에 깜짝 선물이 나타났다. 학생들의 탄성과 비누 장미의 향기가 교실에 퍼졌다. 고등학교 선생님인 이진현 한국여성의전화 회원이 스물 일곱 명의 학생에게 장미를 선물했다. 이진현 회원은 학생들이 졸업 후에도 이날을 떠올리며 자신의 권리를 되새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렇게 놀기 좋아하던 네가 워킹맘이 되어 열심히 일하는 걸 보니 기특하기도, 짠하기도 하네.”

동생과 공동육아 중인 언니가 혼자만의 시간이 ‘판타지’가 되어버린 동생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사연의 주인공은, <배달의 장미>를 신청한 사람이 언니라는 말을 듣자마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일하는 여성으로 살며 공동육아를 맡은 언니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에 연신 눈가를 훔쳤다. “오늘만큼은 여성들이 행복할 권리가 있지 않겠니?”라는 언니의 말에 사연의 주인공은 “우리 행복해지자.”라는 대답을 전했다. 




“지금은 비록 각자의 자리에서 투쟁하고 있지만, 우리는 틈틈이 여성폭력이 없는 세상으로 바꾸어 나가는 점으로 나타나 함께 선을 긋고, 도형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을 계기로 본격적인 페미니즘 활동을 시작한 불꽃페미액션 활동가들도 <배달의 장미> 주인공이 되었다. “함께 공부하고, 설치고, 떠들고, 소리치고, 싸웠던” 동료로부터 멀리서도 불꽃의 장작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전달받은 활동가들은, 신촌 길거리에서 “너무 행복하다.”며 울음을 터트렸다.


이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거리를 스쳐 지나가는 여성들에게 배달받은 장미를 나누어주는 참된 활동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여성으로 태어난 것을 축하해!”


이 외에도 힘든 나날들에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며, 여성으로 태어난 것을 축하하고 같이 성장해나가길 기원하는 각기 다른 두 신청자의 사연이 있었다. 예상치 못한 일상의 작은 기쁨에 이들은 연신 웃음을 터트리며, 소중한 우정을 되새기는 시간이 되었다.


또 6개의 시민단체와 3.8 세계여성의날 기념 한국여성대회의 ‘성평등 디딤돌’상 수상자들께 장미를 배달했다. 한국여성민우회에는 깜짝 선물을 주기 위해 예고 없이 방문했다. 그러나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가 아무도 없어 텅 빈 사무실의 책상에게 대신 장미를 배달하고 오기도 하였다.


“저 또한 가정폭력피해 생존자로서, 피해자가 두 발로 스스로 설 수 있도록 오랜 시간동안 활동해 온 한국여성의전화에 감사드립니다.”


<배달의 장미> 종료 직전, 마침 근방에서 모임을 하고 있던 여성주의자 모임 <로리타펀치>에서 트위터를 통해 장미 배달을 신청했다. 하루를 마무리하기 위해 홍대입구역 인근에 거주하는 활동가의 방에서 누워있던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들은 부랴부랴 남은 장미를 챙겨 마지막 장미를 배달하기 위해 다시 신발을 신었다. <로리타펀치>의 활동가는 장미를 받은 후 모임 구성원들이 함께 마련한 후원금을 한국여성의전화에 깜짝 선물해주었다. 감사를 전하는 활동가들에게 <로리타펀치> 활동가는 “오히려 자신이 여성에 대한 폭력이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해 온 한국여성의전화에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하며 큰 감동을 안겨주었다. 이 외에도 응원의 문자를 보내면 1건당 3천 원이 후원되는 #2540-1983번을 통해 3.8 세계여성의날을 지지하는 메시지로 힘을 실어 주신 많은 분들이 계셨다. 


2016년 1,500송이에서, 2017년 1만 송이의 장미를 준비해 더 많은 여성들과 3.8 세계여성의날의 의미를 나누는 시간이 되었다. 직접 전하진 못했더라도, 이 땅의 모든 여성에게 온 마음을 담아 ‘빵’과 ‘장미’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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