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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불편'해야만 하는 페미니즘

by kwhotline 2017. 12. 18.


‘불편’해야만 하는 페미니즘



한국여성의전화기자단 7기 영상기자 우진솔



광화문의 중심에서 ‘페미니즘’을 외치다


 대선을 24일 앞둔 15일 토요일. 전국의 페미니스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나는 페미니즘에 투표한다.’는 이름으로 기획된 이 행사는 2시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열렸다. 화창한 날씨의 광화문 광장은 각자의 목소리를 담은 피켓을 든 사람들로 가득 찼다. 이 날 행사는 대선을 맞아 페미니스트 주권자의 목소리와 힘을 드러내기 위해 기획되었다.






 여성밴드 <투스토리>의 공연 후, 본 공연 1부 행사인 ‘페미니스트 마이크’를 진행했다. 여성청소년, 여성성소수자, 장애여성, 온라인 페미니스트, 청년여성노동자, 기혼여성노동자, 여성폭력고발과 같이 다양한 정체성·위치성을 가진 페미니스트들이 자신의 경험을 나누며 페미니즘 정치를 요구하는 자리였다. 한 페미니스트는 “경제적 자립을 하고 싶어서 일을 시작했지만 오히려 일이 두 배로 늘었다.” 고 말하며 육아와 일을 병행해야 하는 ‘워킹맘’의 현실을 비판했다. 그리고 10대 페미니스트는 남자들의 성욕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반면, 상대적으로 여성의 성욕은 부적절하고 죄처럼 인식하는 사회에 대해서 언급했다. 또한 한국여성의전화 이지원 회원은 “여성 두 명 중 한 명이 가족이나 데이트 상대에 의해서 폭력을 경험한다.”고 말하며 현실의 문제를 깨닫는 것이 행동을 바꾸는 것의 시작이라며 ‘인식의 중요성’을 주장했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대한 인식을 뒤집다


 1부 행사 ‘페미니스트 마이크’가 끝난 후, 그룹 토의를 했다. ‘페미니즘은 –한 세상을 만들 것이다.’는 문장을 저마다 채웠다. 토의는 각자의 사례를 이야기하고 이러한 문제가 해결된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주제로 진행됐다. 40분간의 토의가 끝난 후 그룹의 대표는 무대 앞 투표함에 용지를 넣으며 자신이 원하는 세상에 대해서 외쳤다. ‘페미니즘은 젖꼭지가 당당한 세상을 만들 것이다.’, ‘페미니즘은 섹스가 재밌는 세상을 만들 것이다.’, ‘페미니즘은 여자가 안전하게 자취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 것이다.’ 등 다양한 문장들이 나왔다. 사실 성별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이 모든 문장이 기득권 남자들은 당연하게 누려 왔던 것들이었기 때문에, 그동안 당연하게 여성의 의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얼마나 여성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었는지를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다.







다양한 목소리가 하늘을 수놓다


 본행사를 마친 후, 광화문 광장에서부터 평화의 소녀상 앞까지 피켓을 들고 행진을 했다. ‘니 조상밥 니가 하기 운동 본부’, ‘페미니스트가 드세서 싫어? 나도 너 싫어.’, ‘수탉이 울면 나라가 망한다.’ 등 현실을 풍자한 다양한 피켓들이 화창한 하늘을 수놓았다.


 페미니스트들은 다양한 깃발과, 각자의 소망을 담은 피켓을 들고 광화문 광장에서부터 평화의 소녀상 앞까지를 행진했다. 페미니스트들의 행렬을 지켜보는 시민들 중에서는 불편한 듯 눈살을 찌푸리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다. 하지만 그런 시선에 상관없이 페미니스트들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아 보였다.    40분 행진하는 내내 페미니스트들은 여성 차별에 대한 경험을 언급하며 현실이 개선되어야함을 주장했고, 페미니즘에 관한 노래를 불렀다. 마지막으로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다가올 새로운 세상을 기대하며 다함께 ‘다시 만난 세계’를 부른 후 행사가 끝났다.






‘불편’해야만 하는 페미니즘


 사회에서 ‘페미니즘’은 부정적으로 여겨진다.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페미니스트들이 ‘예민’해서 ‘불편함’을 느끼는 거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로 페미니즘이 예민하고 불편하지 않아야 할 이유는 없다. 세상에 대한 인식과, 나아가서는 세상을 바꾸는 목소리기이기 때문에 페미니즘은 당연히 불편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이 필요하다. 이 지금의 ‘불편함’을 담은 질문들이 모여 다가올 미래의 여성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를 기대한다. 


 따라서 다가오는 대선에서 “우리는 페미니즘에 투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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