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해외전문가 초청 데이트폭력 토크쇼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모르는' - 한국과 미국의 ‘데이트폭력’ 실태와 과제

by kwhotline 2018. 1. 4.


해외전문가 초청 데이트폭력 토크쇼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모르는'

한국과 미국의 ‘데이트폭력’ 실태와 과제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메리



 11월 30일, ‘데이트 폭력 해외초청 강연 토크쇼,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모르는’이 가톨릭 청년회관에서 진행되었다. 밖에서는 겨울바람이 불기 시작했지만, 이내 접수처에서부터 느껴지는 참가자들의 열기는 토크쇼에 기대를 대변하였다.


 한국여성의전화와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의 주최로 기획된 본 프로그램은 ‘데이트폭력’에 대한 이해와 여성에 대한 폭력 근절을 주제로 총 2부로 구성되었다. 1부는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의 <한국 사회 ‘데이트폭력’의 좌표> 강의와 도첸 라이트홀드 뉴욕 여성폭력 근절 단체 ‘Sanctuary for Families’ 법률센터장의 강의로 진행되었다. 강연은 송란희 사무처장의 <한국 사회 ‘데이트폭력’의 좌표> 강의를 시작으로 한국의 ‘데이트폭력’ 개념이 형성된 역사를 되짚어보면서, 현재 여성에 대한 폭력 근절을 위한 과제를 살펴보았다. 이어서 도첸 라이트홀드 법률센터장이 미국 내 여성에 대한 폭력, 특히 아동 데이트 폭력의 실태와 경각심을 알리는 강연을 들을 수 있었다.


 김홍미리 여성주의 연구활동가의 사회로 진행된 2부 토크쇼는 두 강연자와 현장 참가자들의 질의응답을 통해 데이트폭력을 포함한 젠더폭력 해결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토크쇼에선 수능을 끝내고 친구들과 함께 찾아온 학생, 페미니즘을 함께 이해하기 위한 연인 등이 참가한 만큼 데이트폭력을 포함한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국의 데이트폭력 좌표: ‘여성에 대한 폭력’ 개념 정리부터


 송란희 사무처장의 <한국 사회 ‘데이트폭력’의 좌표>에서는 한국의 ‘데이트 폭력’ 개념이 형성된 역사를 바탕으로 현재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근절시키기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한계점을 비추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대표적인 한계점으로는 데이트폭력 피해자들을 보호하는데 ‘여성에 대한 폭력’의 이해가 뒷받침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있다. 유엔은 ‘여성에 대한 폭력 철폐선언’을 채택함으로써 ‘여성에 대한 폭력(violence against women)’을 “여성에게 신체적, 성적, 심리적인 피해나 고통을 유발하거나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종류의 젠더기반 폭력”이라고 정의하고 있지만, 한국은 지금도 ‘여성에 대한 폭력’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를 이루지 않은 채 여성에게 가해지는 젠더폭력을 ‘데이트폭력특별법’, ‘가정폭력방지 개정’, ‘여성폭력근절기본법’ 등 분절적인 형태로 법을 제정하고 있다.


 송란희 사무처장은 “사실 어떤 것이 데이트폭력인지, 스토킹인지, 가정폭력인지 명확히 구분하기란 어렵다. 그래서 ‘여성폭력기본법’, ‘젠더폭력기본법’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현장에서도 나오고 있다.”라고 이야기하면서, ‘여성에 대한 폭력’의 맥락에서 통합적으로 문제를 인식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미국의 데이트폭력의 실태 그리고 ‘피해자에서 생존자’로


 도첸 법률센터장의 강연은 미국의 데이트폭력의 실태와 십 대 사이에서 일어나는 데이트폭력의 경각심을 알리면서 시작하였다. 특히, 데이트폭력은 피해자와 친근한 관계로부터 시작되는 일이 많다는 점을 지적하였는데, 실제로 미국에서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 피해자 중 80% 가 여성이며(Bureau of Justice Statistics, 2012),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으로 인해 상해되는 피해자 중 70%가 여성인 만큼 성별에 기반을 둔 폭력의 범위와 심각성에 대해 집중할 필요가 있다.(Center for Disease Control, 2012)


 이러한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도첸 법률센터장은 정부의 적절하지 못한 대응으로 피해자가 가해자의 포섭에서 벗어나는데 방해를 받는다고 이야기하였다. 즉, 데이트폭력이 발생했을 때, 경찰을 포함한 법률관계자, 정부, 상담가 등이 데이트폭력을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거나 가해자 입장을 대변하는 행동으로 피해자가 데이트폭력으로부터 생존하는 것을 좌절시킨다는 것이다. 따라서 데이트폭력 피해자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보호 명령제도’를 통해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고 가해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도첸 법률센터장은 미국이 데이트폭력 피해자를 자립시키는 방법의 예로 소속 단체인 Sanctuary for Families의 활동을 소개하였다. Sanctuary for Families는 미국에서 가정폭력, 성매매 등 모든 형태의 젠더폭력 생존자들을 위한 선도적인 지원 활동을하는 단체이다. 도첸 법률센터장은 본 단체에서 진행하는 ‘피해자에서 생존자’ 프로그램을 소개하면서 “젠더폭력 피해자들의 안전, 치유 및 자기결정권을 위해 안전한 공간과 공동체를 마련할 뿐만 아니라 가해자들을 처벌하기 위한 법률상담을 제공하고 나아가 경제적 자립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피해자들의 성공적인 자립을 도와주어야 한다.”라고 주장하였다.


 2부에서는 김홍미리 여성주의 연구활동가의 사회를 바탕으로 송란희 사무처장과 도첸 법률센터장이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질문에 응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토크쇼 동안에 현직 성교육 강사를 포함해 법학을 전공하는 학생, 그리고 데이트폭력을 경험한 사람 등 다양한 참여자들의 참여 속에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한국과 미국이 바라보는 데이트폭력


 토크쇼에서는 1부에서의 송란희 사무처장과 도첸 법률센터장의 강연내용을 통해 미국과 한국의 데이트폭력과 가정폭력 범위에 대한 차이를 살펴볼 수 있었다. 즉, 가정폭력이 데이트폭력과 구분되어 있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은 데이트폭력의 범위에 가정폭력이 포함시킴으로써 기혼관계 뿐만 아니라 동거인처럼 친밀한 관계에 의한 폭력의 피해자들을 보호할 수 있다. 김홍미리 여성주의 연구활동가는 “이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가정폭력, 성매매, 데이트 폭력 등 다른 이름으로 불려진다는 것과 연관되는 것과 연관되는 것 같다. 미국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을 총괄적으로 다루는 법, ‘미국 여성폭력방지법(VAWA, Violence Against Women Act)’이 존재한다.”라고 이야기하였다.


데이트폭력의 본질, 권력과 통제


 토크쇼는 참여자들로부터 “데이트폭력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잘 모르겠어요.”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는데, 송란희 사무처장과 도첸 법률센터장은 친밀한 관계 속 일어나는 폭력의 중심에는 ‘권력과 통제’가 있다고 대답하였다. 즉, 이미 한 사람의 자유가 억압되었다면, 그 사람은 이미 권력 관계에 종속된 것이다. 더불어, 도첸 법률센터장은 데이트폭력 피해자들은 폭력적인 관계를 끝내는 데 성공하기까지 6~8번을 시도하며 10대 청소년들은 성인들 보다 폭력적인 관계를 단절하기 더 힘들다고 이야기하면서 청소년 데이트폭력 피해자들의 고립에 대한 위험을 강조하였다.


피해자에서 생존자 그리고 임파워먼트(Empowerment)


위에서 언급했듯이, Sanctuary for Families는 피해자의 성공적인 자립을 위해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한 법률상담, 경제적 자립 프로그램 등 종합적인 지원을 제공한다. 그 밖에  Sanctuary for Families는 피해자부터 의심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주변 환경(경찰, 검사, 상담가 등)을 바꾸는 활동을 하는데, 이를 통해 피해자는 트라우마를 강화하지 않고 자신의 경험을 더 타당하게 전달할 수 있게 만든다. 도첸 법률센터장은 데이트폭력 생존자들은 피해자 입장을 대변하도록 환경이 변화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이야기하면서 피해자가 도움을 받기만하는 존재가 아니라 데이트폭력 근절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이야기하였다.


피해자에게 사건의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아닌, 성공적 자립을 위해 환경의 변화를 시도하는 미국과 비교해, 한국의 데이트폭력 피해자 지원 상황은 어떠할까. 현재 여성가족부 지침으로 ‘여성폭력 사이버 상담’에서 데이트폭력 상담을 받을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의료비나 소송비 등을 지원받을 수 없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올해 한국여성의전화는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의료비를 포함한 피해자의 자립을 위한 프로그램을 시도하기도 하였으나, 예산 문제로 짧은 기간에 마감되었다.





경찰의 젠더교육 책임


 한 참여자는 “한국경찰은 데이트폭력, 가정폭력, 성폭력에 무관심합니다. 미국에서는 경찰의 인식을 어떻게 바꿀 수 있었나요?”라면서 미국이 가해자를 조치하는 것이 가능하게 한 요인을 질문하였다. 도첸 법률센터장은 법을 변화시킴으로써 국민들과 법 관계자들에게 젠더폭력에 대해 교육시킨 것이 출발점이었지만, 실제 변화가 일어나려면 경찰이 변해야 한다고 말을 전했다.


 한국도 미국과 같이 경찰에게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11월 2일에 일어난 ‘가정폭력피해자 보호시설 가해자 침입 사건’을 보면 경찰이 피해자를 잘 보호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가정폭력피해자 보호시설은 비공개의 공간으로써 피해자들에게 가장 안전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날 사건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애 아빠가 많은 걸 바라지도 않는구먼요.”, “그냥 3개월 동안 자녀를 못 봤으니 보고 싶다 이거예요.”라는 말을 하며 오히려 가해자와 동일시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결국 여성폭력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경찰에 의해서 피해자들은 보호법이 있어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송란희 사무처장은 이번 “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 가해자 침입사건’에서 경찰이 가해자를 대변한 상황은 피해자의 트라우마에 대한 교육을 형식적으로 진행하거나 매뉴얼을 잘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했다.



데이트폭력 근절을 향한 목소리


 ‘데이트 폭력 해외초청 강연 토크쇼,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모르는’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과 미국의 데이트폭력 실태와 이를 근절시키기 위한 활동을 공유하였다. 무엇보다 토크쇼를 통해 데이트폭력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아직은 미흡한 부분이 많이 있음을 확실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11월에 발생한 ‘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 가해자 침입사건’은 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잘못된 대응방식으로 상황을 악화시킨 사건이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이를 계기로 경찰 대응과 관련해 더 구체적인 교육과 대응책, 철저한 감시를 요구하기 위해 12월 7일 오후 2시에 광화문 변호사회관 조영래홀 (10층)에서 경찰 측 관계자와 함께 토론회를 진행하였으며, 6일에는 미국 ‘덜루스 모델’에 대한 현장연구 보고회를 진행하였다. 이처럼, 정부도 피해자 보호의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젠더폭력의 통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모두가 함께 목소리를 내고 학교와 경찰 그리고 공공기관의 의식을 바로잡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2528754D58917F1B01D60A2405D04D58917F1B04061F2458754D58917F1B3874B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