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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이슈/성명·논평

국제결혼인가, 신부거래인가? - 한국 사회의 이주여성에 대한 시각

by kwhotline 2017. 12. 18.


 4월 28일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상임대표는 ‘이주여성 폭력 실태와 상담과정’을 주제로 한국여성의전화 49기 여성상담전문교육(가정폭력전문상담원 교육) 강의를 진행했다. 한국 이주여성인권센터는 이주여성을 위한 민간 대사관으로서 이주여성을 단일주제로 다루는 민간단체이다. 


 이주가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국내 체류 외국인 수도 지난 10년 사이 두 배 증가해 200만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세계 여성 이주자의 72%가 아시아에 집중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논의는 가사노동과 성 산업에 국한되어있다. 허오영숙 상임대표는 한국 사회가 이주와 이주여성을 얼마나 타자화, 대상화하고 있는지 지적하며 강의를 이끌어나갔다.


 “이주여성은 교육을 받지 못했고 가난할 것이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남성과 결혼해 시골에 살 것이다” 이러한 편견과 일반화는 이주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보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한국 사회의 이주여성에 대한 시각



한국여성의전화 7기 기자단 석박지혜



우리 애는 특별해


 어떤 대상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매체인 드라마에서 이주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 한다. 대부분이 가사노동자이거나 결혼이주자로, 어수룩하고 서투른 모습이다. 문제만 일으키는 ‘민폐’ 캐릭터로 등장하는 일도 흔하며 이주여성을 부나 지성 같은 사회에서 중시하는 가치와 결부시키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반면 한국에서 태어나 외국에서 살아가는 이주 여성은 이렇게 극단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그들은 고소득 직종 종사자 혹은 유학생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결혼이주의 경우 사랑해서 외국인과 결혼한 결혼이민자로 그려낸다. 한국 출신의 이주여성이 한국인 외의 유색 인종 이주여성과 같은 대우를 받을 때는 불편함을 느끼면서, 이주여성의 경우 교육 수준 · 경제 수준 · 거주지까지 어림짐작하며 낮추어 보고 웃음거리로 삼는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송출국


 이주여성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한국은 송출국인 적이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한국은 서독으로 이주해 간호사로 광부로 노동했고 월남전에도 참여했다. 이주목적국이 된 지금도 워킹홀리데이 등의 목적으로 꾸준히 외국에서 이주노동자로 살아가는 경우가 왕왕 있다. 


 결혼이주자로의 모습 역시 가지고 있었다. 1910년도 미국에서 사탕수수 노동자로 일하던 한국인 남성 이주노동자의 ‘사진 신부’ 가 대표적인 예다. 사진 신부로 바다를 건너온 한국 여성 역시 베트남에서 온 결혼이주 여성과 같은 상황(경제적 · 계층적으로 불리한 위치의 사람들로 남녀가 평등하고 교육을 받을 수 있으며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믿음만으로 결혼을 결심한 사람들)에 처한 결혼여성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한국인이 아닌 결혼이주여성에게만 사랑해서 결혼한 것이 아니라고 비난한다.  이주민이 하는 노동은 미래가 없는 일이며 한국인이 이주자로 가서 하는 노동은 긍정적이고 좋은, 청년의 꿈과 열정이 담긴 모습으로 그린다. 사실 워킹홀리데이와 이주노동 여성 간에는 큰 차이가 없다. 둘 다 중산층 정도의 경제환경을 지닌 교육받은 사람들이며 고국에서는 하지 않을 일을 좀 더 높은 보수와 해당 국가에서 살기 위한 목적으로 할 뿐이다. 또한 한국보다 경제상황이 좋지 않거나 교육을 받지 못했다 해도 이를 이유로 무시하는 일은 그들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폭력적인 행위이다.


 “노동력을 불렀는데 사람이 왔다.”라는 말이 있다. 이주자를 오래전부터 받아들여온 서구 사회에서 생겨난 격언이라고 한다. 강의를 듣고 가사를 작성하다 이 말을 듣고 나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한 사람이 올 때 입맛에 맞게 어느 한 부분만 떼어 수용할 수 없고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 우리가 그 사람을 ‘받아들였다’라고 할 때는 얼마나 많은 부분을 수용해야 하는지. 부끄러움이 점점 쌓여가고 있었다.




국제결혼인가, 신부거래인가?



한국여성의전화 7기 기자단 윤선혜



 우리 사회가 이주여성을 대상화하는 시선은 사실 기존에 한국 여성을 대상화하던 시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이주민이라는 소수자성이 이러한 태도를 더 노골적으로 드러낼 뿐이다. 이주민이든 선주민이든, 여성에 대한 대상화는 사회가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보지 않는 데서 출발한다.


 상업적 국제결혼 중개업은 이주여성의 극단적인 대상화가 거리낌 없이 일어나는 곳이다. 유명 국제결혼 중개업체인 ‘하*****’의 홈페이지를 보면 과연 그들이 장려하는 것이 국제결혼인지 여성의 사고팖인지 의문이 든다.




모 국제결혼 중개업체 홈페이지 메인화면



쇼윈도에 진열된 외국인 아내


 첫 화면부터 마치 상품을 진열하듯 여성들의 사진이 국가별로 정리되어있다. 이주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물건처럼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대상으로 소비하는 모습이 한 화면 안에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국가별 여성의 특징을 한국 여성과 비교해 정리해놓은 메뉴는 이주여성뿐 아니라 한국여성까지도 일반화한다.


 홈페이지에서는 국가별 행사일정표, 즉 해당 국가 여성과 결혼하는 과정 또한 상세하게 공지하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를 보자. 베트남에 도착한 첫날에는 처음 만난 신부와 데이트를 한다. 그리고 이튿날 결혼식을 올린 뒤 1박 2일간 신혼여행을 떠난다. 4일째 밤에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모든 일정은 끝이 난다. 중개업 측에서 최대한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고안한 ‘속성 결혼 코스’다. 



“신부를 샀다”


 순수한 의도에서 국제결혼을 마음먹은 남성이라도 이러한 상업적 결혼 중개 시스템을 따라가다 보면 상대 여성을 평등하게 바라볼 수 없다. 어쩌면 이주여성에 대한 대상화는 그들을 그렇게 바라볼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에 가까울지 모른다.


 ‘신부를 샀다’는 인식은 결혼 생활에서 남편과 아내의 관계가 결코 평등할 수 없음을 짐작게 한다. 불평등한 권력 관계는 가정폭력으로 이어지기 쉽다. 지난해 다누리콜센터에는 약 1만3000건의 가정폭력 상담 전화가 걸려왔다.


 우리보다 약 10년 일찍 상업적 국제결혼중개업이 시작된 대만은 그만큼 일찍 부작용을 겪었다. 대만은 이주여성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지난 2007년 국제결혼중개업의 상업화를 없애고 비영리 사단법인이나 재단법인만 국제결혼을 중개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도망가지 않는 베트남 신부”를 강조하는 광고 문구는 여성을 끊임없이 대상화하는 사회 구조와 인식의 변화 없이는 사라질 수 없다. 국제결혼 성공 사례를 앞세워 여성을 사고파는 것과 다름없이 진행되는 반인권적인 상업적 국제결혼중개업에 대한 규제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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