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 이슈539 독박골 “곁에” 독박골 “곁에” 손명희| 한국여성의전화 공동대표 엊그제 밤에는 천둥과 세찬 바람을 타고 비가 내렸습니다. 창이 흔들리고 지붕이 날아갈 것 같은 바람은 요란하기만 할 뿐 기대한 만큼의 비는 내리지 않았지요. 겨울에 이어 봄 가뭄엔 턱 없이 모자란 비였으니까요. 요란한 천둥과 바람이 비를 몰고 온 것이 아니라 비를 몰아 낸 게 아닌가 싶네요. 그래도 그 비에 농부는 논을 갈고 밭을 일굽니다. 우리 집 언덕배기 돌 틈에 봉우리를 올리던 진달래도 그 세찬 바람에 꽃을 피워냈습니다. 언제 민주주의가 이루어질지 모를 서릿발 같은 시대가 있었지만 그래도 민주화의 봄은 오고야 말았습니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아침은 온다던 정치인은 대통령도 되었지요. 20여 년 전 폭력피해여성을 지원하는 일은 마치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2016. 2. 25. 윤필정씨 선고 재판을 다녀와서 윤필정씨 선고 재판을 다녀와서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상담소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윤필정씨를 만나러 가는 구치소에는 단풍이 빨갛게 들어 있었다. 그날은 윤필정씨의 선고재판이 있는 날이기도 했다. 함께 걷던 윤필정씨의 딸 수지는 벌써 일 년이 지났다고, 구치소를 다니면서 계절의 변화를 느낀다고 했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는 계절의 변화를 몰랐는데 구치소를 다니다 보니 봄에는 꽃이 피고, 여름에는 짙은 녹색의 나무을 보고, 가을에는 단풍이 드는 것을 보면서 계절의 변화를 느낀다고 했다. 수지는 그런 계절의 변화를 앞으로 1년이나 더 보아야 한다. 윤필정씨는 지난 5월 1심 재판에서 가정폭력으로 인한 정당방위를 인정받지 못해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우리는 1심 판결에 수긍할 수 없어 항소 했고, 검사측은 .. 2016. 2. 24. 독박골에서 [들어가는 글] 독박골에서 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낙태반대단체에서 임신상태를 중단하려는 여성들의 이름과 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다른 많은 여자들이 그녀들과 함께 ‘배’에 오르겠다고 했다. 수십 명의 여자들이 모두 제각각 스카프를 머리에서부터 두른 채 배에 오른다. 몇은 다소 비장하고, 몇은 깔깔댄다. “누가 누군지 모르겠죠?” 올해 여성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된 다큐멘터리 의 한 장면이다. ‘배’는 ‘파도 위의 여성들’이라는 단체가 영해 12해리 밖에서는 배의 국적 국가의 법을 적용한다는 점을 이용해 낙태금지국 여성들이 ‘합법적’으로 임신을 중단할 수 있도록 고안해낸 일종의 ‘해방구’다. 말도 안 되는 논쟁 대신 그들이 택한 재기 넘치는 선내 진입은 그 자체가 변화의 시작이자 힘이었으며, 조.. 2016. 2. 23. ‘베틀 Ⅲ’ 여성인권 운동의 이정표가 되다 [들어가는 글] ‘베틀 Ⅲ’ 여성인권 운동의 이정표가 되다 정춘숙|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올해로 한국여성의전화는 창립 31주년을 맞습니다. 2013년 30주년을 맞아 한국여성의전화는 향후 30년간 이루어 낼 비전을 발표했습니다. ‘더 많은 여성들과 더 쉽게 만나고, 여성들의 삶의 경험을 깊이 살펴,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여성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여성들의 삶 언제 어느 때나 만날 수 있는 여성의전화가 되어, 마침내 우리사회에 평등과 정의가 실현되도록 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한국여성의전화 30년은 그대로 한국여성인권 운동의 역사입니다. 이제 뜻을 굳건히 세운 한국여성의전화 소식지가 새로운 옷을 입습니다. 한국여성의전화 소식지는 ‘베틀’, ‘여성의 눈으로’, ‘여성 그 당당한 이름으로’ ‘베틀 Ⅱ’ 등.. 2016. 2. 23. 작년 한해 남편이나 남자친구에 의해 살해당한 여성 최소 123명 작년 한해 남편이나 남자친구에 의해 살해당한 여성 최소 123명 한국여성의전화가 2013년 1월 1일 부터 12월 말까지 언론에 보도된 살인사건을 분석한 결과 2013년 한 해 동안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 의해 살해당한 여성은 최소 123명, 살인미수로 살아남은 여성은 최소 75명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범죄를 막다가, 혹은 막았다는 이유로 자녀나 부모 등 무고한 30명도 중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었다. 피해자범죄유형아 내애 인기타소 계주변인총계살인7052112314137살인미수 등35400751691누계(명)10592119830228 ‘헤어지자고 했을 때’ 살해된 경우가 가장 많아 가해자의 범행동기를 살펴보면, 피해 여성들이 헤어지자고 했을 때 살해하거나 미수에 그친 경우가 65건.. 2016. 2. 23. “무고에 걸리면 어떡하죠?” “무고에 걸리면 어떡하죠?” - 성폭력 피해자의 무고죄 재판을 지원하며 정은경| 한국여성의전화 회원 태어나서 처음으로 구치소라는 곳에 면회를 갔다. 함께 손을 잡고 끌어안고 토론을 하던 나의 첫 피해지원자. 그녀가 성폭력 고소 재판을 진행하던 중 무고죄로 재판정에서 바로 구속이 되었기 때문이다. 재판이 끝난 후 그녀를 본 순간 울음을 멈출 수 없었다. 전문상담원의 역할로 그녀를 위로하고 상태를 살피라는 성폭력상담소 소장님의 부탁이 있었지만 면회시간 20분 내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나의 죄책감만 커지는 순간이었다. 나에게는 먼 이야기였다. 한국여성의전화에서 햇수로 5년째 상담 및 다양한 자원 활동을 하면서 소소한 보람을 느끼며, 일상을 유지하던 나에게는 더욱 말이다. 지난해 6월 성폭력상담소 소.. 2016. 2. 23. <기획: 멈추지 않는 여성폭력> ③ 스토킹으로부터 '안전'하십니까? [기획] [멈추지 않는 여성폭력③] 스토킹범죄 처벌법 제정되어야 스토킹으로부터 '안전'하십니까? 최희진| 한국여성의전화 인권정책국 국장 “말도 안 돼. 어떻게 스토커가 경범죄인가. 대한민국 법이 왜 이래” - SBS 수목 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의 대사일부 - ‘ 너희들은 포위됐다’ 3회 방송에서 스토킹을 당하는 여성이 스토커에게 칼에 찔리는 사건이 나왔다. 사랑이라고 부를 수 없는 과도한 집착이 끔찍한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장면이었다. 이는 드라마에서만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5월 전남자친구로부터 2년 넘게 스토킹피해를 당하다가 끝내 피해자가 살해당한 사건, 10월 자신의 마음을 받아달라는 이웃의 스토킹으로 경찰에 신고했다가, 가해자가 앙심을 품고 살해한 사건, 12월 제자가 여교사를 몇 년.. 2016. 2. 23. [기고] 스페인의 “성별간 폭력 방지법”을 살펴보며 스페인의 “성별간 폭력 방지법”을 살펴보며 신동욱 연구관|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 박근혜정부 들어 치안과 관련하여 가장 두드러지는 정책은 ‘4대 사회악 척결’이라고 할 수 있다. 경찰청의 유일한 치안정책 관련 연구소인 여기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에서도 지난해부터 ‘4대 사회악 연구센터’를 개소하고 관련 연구를 진행하여 오고 있다. 이런 기회에 나는 가정폭력을 주제로 잡고, 몇 해 전까지 유학생활을 하던 스페인의 가정폭력 대책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였다. 무엇보다 유학시절 TV방송을 통해 접하던 가정폭력 관련 뉴스보도나 캠페인을 통해 스페인에서도 가정폭력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많이 되고 있구나 하는 막연한 생각을 가졌었다. 실제로도 스페인에서는 매년 우리의 가정폭력과 유사한 폭력으로 사망하는 여성이 50명 내.. 2016. 2. 17. <기획: 멈추지 않는 여성폭력> ② 성폭력도 보험으로? 박근혜 정부 왜 이러나 [기획] [멈추지 않는 여성폭력②] 정부는 4대악 피해보상도 민영화 하려는가 성폭력도 보험으로? 박근혜 정부 왜 이러나 김홍미리 한국여성의전화 회원 '전시성 정책' 논란 불구, 현대해상 '4대악 보상보험' 출시 △한국여성의전화를 비롯한 여성단체들은 현대해상의 '4대악 보험'출시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7월 1일 오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었다. 현대해상의 '4대악 보험'이 7월 1일 출시됐다. 박근혜 정부가 주요 국정 목표 중 하나로 '안전과 통합의 사회'를 제시하고 세부 국정과제로 '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 등 4대악 척결 정책을 추진한 지 2년 만이다.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 국가 책임을 민간에게 떠넘긴다는 비판, 보험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가 기획한 .. 2016. 2. 17. <기획: 멈추지 않는 여성폭력> ① 가정폭력 여성들이 두 번 신고하지 않는 이유> [기획] 멈추지 않는 여성폭력 '가정폭력, 성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 현 박근혜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운 '4대악' 근절 대상입니다. 정부는 그중 가정폭력과 성폭력에 대해 2013년 6월 '성폭력·가정폭력 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폭력 예방과 엄정 대응 및 피해자 지원을 강화할 것임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피해 여성이 느끼고 경험하는 현실은 정부 발표 이후에도 변함이 없습니다. 여전히 폭력이 일어날까 두렵고, 폭력이 남기는 상처로 고통 받으며, 폭력에서 벗어날 수 없어 절망스럽습니다.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 한 해 여성 살해 관련 언론보도를 통계 낸 바에 따르면, 2013년 한 해만 최소 123명의 여성이 남편,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상대방으로부터 폭력을 당했고, 목숨을 잃었습니다. 한국여성의.. 2016. 2. 17. “페미니즘에 위기 아닌 때가 있었을까?” <석순편집위원회의 편지> “페미니즘에 위기 아닌 때가 있었을까?”고려대학교 여성주의교지 가 선배 활동가들에게 보내는 편지 잠_고려대학교 석순편집위원회 편집장 저희 석순의 정식명칭은 입니다. 고려대학교의 여성주의교지로 한 학기에 한 번 발간하고 있어요. 한 때는 거의 열 명에 가까운 편집위원들이 편집실을 꽉 채우고 활동했다고 하는데, 몇 년 전에는 1인 체제로 운영된 적도 있을만큼 인력난을 겪고 있어요, 요즘에는 4-5명의 활동인원을 유지하고 있고요. 운영을 하기에 어려움을 겪는 정도는 아니지만 안정적인 수준도 아니예요. 예전에는 석순이 다른 학내 여성단위들과 연대를 맺어 대중사업을 진행하기도 했지만 요즈음엔 그렇지 못하거든요. 교류를 하고 싶어도 책을 내는 것만으로도 석순의 풀파워를 짜내고 있는 상태기 때문이죠. 저는 석순 편집.. 2016. 2. 17. 6․4 지방선거에 대한 단상과 대안 6․4 지방선거에 대한 단상과 대안 박인혜(새정치민주연합 여성리더십센터 소장) 정치만큼 여성에게 성차별적인 영역은 없다고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는 더욱 여성에게 불리한 선거였다. 외형적으로 전체 여성의원 비율은 증가했지만 광역의원의 숫자는 크게 감소했고. 남성중심적 패권적인 공천과정의 폐해는 극에 달해 여성정치 확대에 적신호가 켜졌다. 냉정한 평가를 통해 여성정치세력화를 위한 새로운 실천전략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지방자치는 여성정치세력화의 중요한 무대가 된다는 점에서 지방자치와 여성운동에 대해 숙고해야 한다. 기초의회의 수준과 역할 문제를 들어 그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으나 지방자치는 무엇보다 지역주민을 정치적 주체로 만들고 지역사회를 정치화시키는 순기능에 주목해야만 한다.. 2016. 2. 17. 신고하지 마십시오. 성폭력을 당한 것 보다 더 고통스럽습니다. 신고하지 마십시오.성폭력을 당한 것 보다 더 고통스럽습니다. -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무분별한 무고죄 적용, 침묵하는 성폭력 피해자, 멀어지는 성폭력 근절 - 고미경(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 소장) 무고죄로 법정에서 구속되는 ‘성폭력 피해자’ 2013년 5월 A씨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알게 된 가해자에 의해 성폭력피해를 당해 고소했다. 하지만 수사과정에서 검사는 ‘피해 후 상당시간이 지났다, 진술의 일관성이 없다’등을 이유로 A씨를 무고죄로 기소하였다. ‘성폭력피해자’였던 A씨는 졸지에 무고의 ‘피의자’되어 자신의 무죄를 입증해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2014년 5월 14일, A씨는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무고죄 피고인’이 되어 재판을 받았다. 판사는 ‘강간죄는 매우 위중한 범죄이다. 합의하에 .. 2016. 2. 17. ‘양성평등'정책을 들여다보며 ‘양성평등'정책을 들여다보며 재재한국여성의전화 인권정책국 활동가 - 정부가 ‘양성평등’이라는 이름으로, 여성인권 및 성평등 정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여성발전기본법」이 「양성평등기본법」으로 전면 개정되어 2015년 7월부터 시행되었다. 정부는 「양성평등기본법」 제7조에 따라 「제4차 여성정책 기본계획(2013-2017)」을 수정·보완하여 「제1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2015-2017)」을 발표하였다. ‘여성’정책이 ‘양성평등’정책으로 둔갑하여 시행되고 있는 지금, ‘실질적 양성평등 실현’이라는 구호 속에 여성 및 성평등 정책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제4차 여성정책기본계획(2013-2017)제1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대과제중과제대과제중과제1. 여성의 경제적 역량 강화1. 생애주기별 여성고용 활성화 지.. 2015. 11. 17. [한국여성의전화 소식지 <베틀lll> 4호] 눈 앞에 나타난 '메갈리아'의 딸들 2015. 8. 19. 이전 1 ··· 27 28 29 30 31 32 33 ··· 3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