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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이슈/성명·논평

[가족 내 차별과 폭력에 대한 기획 기사] 엄마는 도대체 언제 쉬는 거야? - ‘엄마로 살아가는 삶’에 대해 다룬 영화들

by kwhotline 2019. 6. 7.

[가족 내 차별과 폭력에 대한 기획 기사]


엄마는 도대체 언제 쉬는 거야?

- ‘엄마로 살아가는 삶에 대해 다룬 영화들

 

윤서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엄마는 항상 일을 하고 있었다. 사립 고등학교에서 직업 상담사로 일하는 40대 후반의 여성인 우리 엄마는 아침 8시에 집에서 나가 임금 노동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우리에게 밥을 차려주고,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고,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재생산 노동을 했다. 그리고 나서 쓰러지듯 잠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우리 엄마의 끝없는 노동은 지속되었다. -20대 여성 A씨 인터뷰 중에서

엄마는 언제 쉴까? 이 시대의 기혼 여성들은 나가서 돈도 벌고, 집에 돌아와서는 가사, 육아도 해내야 하는 -가정 양립을 철저히 감내하며 살아가고 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며 여성은 어떤 일자리든가서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결혼, 출산, 육아 등을 경험한 뒤 경력단절을 경험하거나, 일 가정의 양립을 위해 부단히 힘쓰는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여성과 남성의 경제활동은 연령대별로 매우 상이한 양상을 보인다.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연령대인 20대에는 그 차이가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30대에 접어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여성의 경제활동은 비교적 취업률이 높고 임금격차가 적은 20대를 지나 30, 40, 나이가 들면 들수록 어려움을 겪는다. 이렇게 여성의 나이가 많아질수록 노동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여성의 경력이 단절되기 때문이다.

 

                        

    통계청(2012), 연령대별 여성이 경제활동참가율 통계청                         (2018), 경력단절 여성 현황


경력 단절 여성이란 15~54세 기혼 여성 중 결혼, 임신 및 출산, 육아, 자녀 교육, 가족 돌봄 등의 이유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을 일컫는 말이다. 그렇다면 20대에 열심히 일하던 여성들이 30대가 되면 갑자기 일을 그만둔다는 의미인데, 여성이 일을 그만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력단절여성 중 직장을 그만둔 사유를 '결혼'으로 꼽은 사람이 634000(34.4%)으로 가장 많았고, 육아(619000, 33.5%), 임신·출산(445000, 24.1%), 가족 돌봄(78000, 4.2%), 자녀교육(71000, 3.8%) 등이 뒤를 이었다. 2018년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 경력단절여성 현황에 따르면 기혼 여성 중 5명 중 1명이 경력 단절 여성이며, 기혼여성 66%는 첫 임신 후 경력단절을 경험한다.

 

여성이 경제 활동의 주체가 되었음에도 재생산은 왜 오로지 여성의 것이 되는 것일까? 엄마는 왜 아이 때문에 일을 그만두게 될까? 일을 돌아와서도 일하는 우리의 엄마들은 언제쯤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을까? ‘엄마로 살아가는 삶은 무엇일까? 엄마로 살아가는 삶을 다룬 영화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영화 <케빈에 대하여>: 에바의 모성애는 저절로 태어나지 않았다

영화 <케빈에 대하여>는 많은 사람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범죄자 케빈’, 그리고 그의 엄마인 에바를 중심으로,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그려내고 있는 영화다. 영화 <케빈에 대하여>에서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문제는 사이코패스라고 불리는 사회의 악질 연쇄살인범들이 만들어지는 것은 불우하거나 폭력적인분위기의 가정 환경 때문이라는 통념을 깨고 선천적 악()이란 가능한 것인가? 에 대한 고민을 하도록 만드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와 더불어 또한 모성애는 자연스러운 개념인가?’ 하는 문제 또한 상기시키고 있다. 이 영화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과연 우리 엄마는 나를 언제부터 사랑 한 거지? 어떻게, 왜 사랑 한 거지? 라는 생각이 들도록 한다.

케빈에 대한 에바의 사랑은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모험을 즐기는 작가였던 에바는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하고 케빈을 선택해야 했다. 영화 속에서 만삭인 에바가 거울을 보며 어색하다는 듯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는 모습이나, 갓난아이인 케빈을 데리고 산책을 하다 케빈의 울음소리 대신 공사장의 소음을 들으려 한참을 서 있는 모습을 보았을 때 우리는 에바가 케빈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지만, 그 노력이 결코 케빈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영화 <케빈에 대하여> 예고편 중에서, 본격 엄마에게 팩트를 날리는 케빈

 

에바는 예외적인 인물인 걸까? 모성애는 아이를 낳은 여성의 본성일까? 아이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 아이를 위해 헌신하는 엄마의 모습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하다. 엄마는 대체 언제부터 나를 사랑한거야? 엄마의 헌신은 어디서 나온 걸까? 질문하도록 만드는 영화가 바로 <케빈에 대하여>이다.

 

 

영화 <미씽>: 화이트칼라 여성이 아이를 키우는 방법

 

영화 <미씽>은 이혼 후 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는 워킹맘 지선이 베이비 시터로 중국계 여성 한매를 고용하고, ‘한매와 아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황을 헤쳐나가는 스릴러 영화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워킹맘인 지선이 육아를 어디에 맡기느냐 하는 것인데, 일을 하면서 육아를 함께 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결국 지선이 선택한 것은 결국 보모를 두는 것이었다.

 

실제로 사회의 많은 워킹맘들이 육아를 병행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선택하는 것은 베이비 시팅을 선택하거나, 아니면 친정 엄마에게 아이를 맡기는 등 다른 여성에게 육아를 부담하기를 부탁하는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다니려면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대기를 걸어 놓아야 한다는 말이 농담이 아니듯, 여성들은 자신의 아이를 부양하고 일도 함께 하는 데 엄청난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퇴근하고 와서 사라진 아이를 급히 찾는 지선’ (엄지원)


    

아이를 돌보는 보모 한매’(공효진)


한국이 저출산 국가임을, 그리고 이와 같은 상황이 위기임을 끊임없이 강조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인가. 워킹맘이 과로사하는 한국 사회에서 그 누가 아이를 낳을까. 엄마는 슈퍼우먼이 아니다. 일과 육아를 모두 여성에게 부담하라고 하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모성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사회에 질문을 던질 때다. 모성애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며, 여성이 일하기 위해서는 엄마가 아니라 사회가 나서 아이를 길러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그 외에도 비혼모로 살아가는 삶의 어려움을 그린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엄마로서 여성의 삶과 육아에 대해 다룬 영화인 영화 <툴리> 등등이 있다. ‘엄마로서 여성의 삶은 결코 한번에, 너무 쉽게 평가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엄마로서 살아가는 삶에 대해 사회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여성의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국가는 육아, 가사 등의 재생산 노동을 여성에게만 부담지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책임질 문제로 인식하여야 한다. <케빈에 대하여>, <미씽>, <플로리다 프로젝트>, 그리고 <툴리>등을 감상하며 엄마로서 사는 삶의 조건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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