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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이슈/성명·논평

[가족 내 차별과 폭력에 대한 기획 기사] 아내폭력이 어떻게 가부장제를 유지하는가 - 남성의 가장 공고한 무법지대

by kwhotline 2019. 6. 4.

[가족 내 차별과 폭력에 대한 기획 기사]


아내폭력이 어떻게 가부장제를 유지하는가 

남성의 가장 공고한 무법지대

 

재현 (한국여성의전화 9기 기자단)

 

가부장제는 가장인 남성이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가정을 통하고 대표하며 나아가 사회를 지배하는 제도이다. 남성이 권력을 가지고 사회/가정을 지배하기 위해서 여성은 타자로 대상화된다. 가부장제 사회는 여성 통제를 필수로 한다. 여성 통제의 기초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은 남성의 폭력이다. 남성 가장은 폭력으로서 여성의 몸을 통제한다. “여성 폭력에 대한 급진주의 페미니즘 이론의 가장 핵심적인 통찰은 폭력과 폭력을 통한 위협, 공포는 권력 관계의 부산물이나 이차적인 것이 아니라 위계 관계의 구조적인 토대로서 남성 지배와 여성 종속의 중요한 동인이라는 것이다. , 남성 폭력은 그 자체로 독립적인 권력의 한 형태이다.”[각주:1] 특히 아내폭력은 가부장제 내에서 가장인 남성 권력이 행해지는 과정이다. 이때 아내폭력은 구타와 같은 물리적인 폭력을 포함한 여성을 통제하고자 하는 모든 시도와 행동을 가리킨다.

 

맞을 짓이라는 것이 가능하게 하는 성 역할 구분/분배

가족 안에서의 아내와 남편의 역할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아내는 가사노동과 출산, 돌봄을 담당하고 남편은 가정 경제, 가족을 책임진다. 현대 가부장제 자본주의 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아내의 재생산과 나면의 생산, ‘공적인 영역에서의 경제활동이다. 아내와 남편은 이러한 성역할 분배를 따름으로써 사회에서의 지위와 권력을 얻는다. 그러나 아내의 권력과 남편의 권력은 다르다. 남편의 권력이 사적 공간(가정)과 공적 공간 각각에서 획득된다면, 아내의 경우 사적 공간에서의 위치가 곧 공적 공간(사회)에서의 위치가 된다. 아내는 사회적 개인으로 인식되기보다는 가족 구성원으로서 역할이 기대된다.[각주:2] 아내는 공적인 공간에서 활동을 하건 하지 않건 간에 사회 시민으로서 개인이 아닌 남편의 아내로써의 역할을 가장 주요하게, 혹은 그 역할만을, 기대 받는다.

아내와 남편에게 성별 분업이 주는 부담과 무게는 확연하게 다르다. 경제생활을 못하는 남편은 안타까운 가장이지만 가사노동을 못하는 아내는 게으른 여성이다. 아내가 경제생활이 부진한 남편에게 화를 내면 악처가 되지만 아내의 가사노동은 당연히 남편에게 관리되어야한다. 이러한 역할 분배는 어떤 논리를 만들게 되는데, 가족을 책임지는 남편은 성별 분업을 잘해내지 못한 여성을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써 남편은 아내를 구타한 이유를 아내로써의 역할을 잘해내지 못한 점을 든다. 남편은 아내가 해야 했지만 하지 못했던 일들을 읊으며 자신의 폭력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가정은 두 사람의 합의하에 만들어진 사적 공간이다?

가정은 두 사람이 합의해서 만든 사적 공간이다.’ 합의로 구성된 공간에서는 폭력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한가? 우리는 합의 하에 계약을 맺고 노동한다. 노동하는 공간에서는 어떤 폭력도 발생할 수 없는가. 노동하는 곳은 공적인 공간이고 가정은 사적인 공간이라 다른 것이라고 말한다면, 사적인 공간은 지켜져야 한다고 말한다면, 우리는 사적인 공간과 공적인 공간을 나누는 것이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지 물어야 한다. 공과 사의 영역을 분리하는 것은 가부장제를 유지하는 유용한 전략이다. 정희진은 가족을 사회로부터 제외시켜 사적인 영역으로 만듦으로서 남성 가장은 사회에 대해 가족의 이해를 대표하게 되었다고 쓰고 있다.[각주:3] 남편은 사적인 영영역인 가정과 공적인 영역인 사회 사이의 매개가 되어 말한다. 가정폭력 신고가 들어와 경찰이 출동해도 현관문 앞에서 남편과 대화를 나누다 단순한 부부싸움이라고 인지하고 떠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가해자와의 이야기를 통해 사실은 가해자가 아니었음을 깨닫고 돌아가는 것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아 20181029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가정폭력 신고 건수 대비 검거율은 평균 13%에 불과했다. 검거된 가정폭력사범 중 구속 비율은 1%에도 미치지 못했다.[각주:4] 현재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의 목적 조항은 건전한 가정의 육성 및 가정의 보호와 유지이다. 법이 만들어진 목적이 가정의 보호이기 때문에 가해자를 상담조건부로 기소유예, 기소를 미루는, 사실상 상담을 받으면 봐주는 법이 있다. 국가는 가정에서 일어난 폭력을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야할 정치적 사안으로 보지 않는다.

 

가정이 남성에게 선사하는 것

정희진은 아주 친밀한 폭력에서 가부장제 사회는 남편에게 가족을 통해 아내의 성과 재생산 능력을 통제할 권리를 주었다고 말한다. 정희진은 때릴 수 있는 권리는 보편적인 인간의 권리, 남성의 권리가 아니라 남성 중심의 가족 제도에서만 보장되는 남편의 권리라고 언급한다.[각주:5] 가부장제 사회는 남편에게 가족이라는 제도를 통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약속한다. 남편은 아내의 신체를 소유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남편은 끊임없이 아내의 몸을 검열하고 통제한다. 검열과 통제가 물리적인 폭력이 되어도 사회는 개입을 꺼린다. 남편은 법의 개입 없이, 사회의 허락 하에, 가정에서 폭력을 휘두르며 아내 통제를 강화하고 가부장제를 유지한다.

아내는 개입하지 않는 사회를 목격한다. 폭력을 고발해도 미적지근한 제도를 목도한다. 사회가 주는 시그널을 체화한다. 이는 폭력 앞에서 아내가 공권력을 신뢰하고 신고할 확률을 떨어뜨린다. “지난 3월 발표된 여성가족부의 ‘2016년도 전국 가정폭력 실태조사’(19살 이상 국민 6000명 대상)를 보면, 폭력이 발생한 이후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이유는 폭력이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41.2%), ‘집안일이 알려지는 것이 창피해서’(29.6%), ‘신고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14.8%) 등의 차례였다. 경찰 신고 이후의 법 절차를 신뢰하지 못해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응답률이 3위였다.”[각주:6] 폭력을 지속되는데 아내는 고립된다.

 

가정이라는 신화

가정이 안전한 공간이라는 신화는 누구의 이익에 복무하는가. 남성 중심의 가족제도를 보호하기 위해 복무한다. 이 제도 안에서 안전한 가정은 남편의 때릴 수 있는권리를 보장하는 곳이다. 아내폭력은 일탈적 행위가 아닌 남성 중심의 가족 제도 내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정상적인 일이다. 아내폭력은 가부장제에서 필수로 하는 여성 통제를 위한 수단이자 목적이다. 가정이 안전한 공간이라는 신화는 부서져야 한다. 가정과 사회를 분리해서 가정을 사적인 공간이라고 인식하는 태도는 가정에서 폭력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상상력을 저해한다. 뿐만 아니라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폭력을 축소한다. 가정이 사적인 공간으로 여겨졌을 때, 가정은 공권력의 개입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국가는 사건이 극단으로 치달을 때까지 개입을 삼간다. 국가 개입의 최소화는 아내 폭력을 영속화한다.

아내폭력이 근절되려면 가부장 체제가 해체되어야 한다. 가부장제가 가져오는 성역할 분배, 성차별, 여성에게 여러 가지 이름으로 행해지는 수없이 많은 폭력이 사라져야 한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의 목적 조항은 가정이 아닌 개인을 보호하는 조항으로 바뀌어야 한다.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 국가는 아내폭력을 개인의 교정이나 인내로 바뀔 수 있는 사안이 아닌 적극적으로 개입해야할 정치적 사안임을 인식해야 한다




  1. 정희진. (2016). 『아주 친밀한 폭력』. 교양인. [본문으로]
  2. 정희진. 같은 책. [본문으로]
  3. 정희진. (2004). 가족과 사회?. 한국사회학회 심포지움 논문집. 170-178. [본문으로]
  4. 허진무. 2018. “가정폭력 당한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든 건 경찰·검찰·법원”.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810292203005 [본문으로]
  5. 정희진. 같은 책. [본문으로]
  6. 김미향. 2017. 얻어맞고 학대당해도 가정 지키라는 ‘법의 폭력’. http://www.hani.co.kr/arti/PRINT/815758.html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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