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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이슈/성명·논평

부부의 날, 둘이 하나? 둘은 둘!

by kwhotline 2019. 5. 22.


[부부의 날, 둘이 하나? 둘은 둘!]


5월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가정의 달인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로, 평등하고 민주적인 부부문화를 확산하고자 2007년 법정기념일로 제정되었다고 한다. 이에 각 지역에서는 부부의 날을 기념하며 부부축제, 부부음악제, 리마인드 웨딩, 모범 부부 표창 등 다종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행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 취지가 심히 의심스럽다. ‘건전한 가족문화 정착과 가족해체 예방’, ‘화목한 가정, 건전한 부부문화 확산’이라는 취지를 내세우며 모범 부부 표창명을 ‘백년해로’, ‘잉꼬’, ‘다둥이 부부’ 등으로 명명하고, 심지어 어떤 지역에서는 혼인 지속기간 20년 이상인 부부가 전체 이혼율의 30% 이상을 차지했다는 통계를 언급하며, ‘건강하고 행복한 부부관계 증진’을 위해 '결혼 20주년 이상 부부'를 대상으로 행사를 진행했다고 자랑스레 홍보하기도 한다. 평등하고 민주적인 관계 형성을 위한 내용보다는 관계 지속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부부의 날 기념행사에 우리 사회 가정폭력의 현실이 겹친다. 가정폭력 피해자의 인권보다 ‘가정유지’가 우선으로 해석되는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목적조항, 49.2%가 남편으로부터 폭력을 경험했다고 보고되지만, 1%대에 머물러 있는 신고율, 가정폭력으로 이혼하고자 해도 화해권고를 하는 법원, 이렇게 사회적 개입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는 사이에 결국 목숨을 잃는 피해자들. ‘건전’, ‘건강’, ‘화목’이라는 단어로 부부사이를 강박적으로 규정해온 우리 사회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지난 5월 17일에도 전 김포시의회 의장이 아내를 주먹과 골프채로 무차별적으로 폭행해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구속 이후 가해자는 범행은 인정하면서도 초지일관 ‘말다툼 끝에 우발적으로 때려 숨지게 했다’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배우자를 잔인하게 살해하고도 ‘심신미약’ 상태여서, ‘술에 취해서’, ‘우발적’이었다며 폭력을 정당화하는 가해 남편들. 그리고 ‘부부관계’였다는 이유로 가해 남편들의 뻔한 변명을 감형사유로 받아들이는 사회. 


부부는 둘이 만나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다. 둘은 둘이다. 독립된, 동등한 인격체로서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할 때 비로소 평등하고 민주적인 관계가 될 수 있다. 혼인관계 내 차별과 폭력 근절 및 성평등 실현과는 괴리된, 실소를 금할 수 없는 부부의 날 행사들을 보며, 5월 21일 법정기념일은 그 날짜를 포함해 처음부터 다시 쓰여야 할 것이다.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2019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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