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당신도 될 수 있다! 생활형 맥가이버!" - 신규 회원소모임 세 번째 만남 후기

by kwhotline 2019. 5. 31.


생활형 맥가이버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 생활을 꾸려가고 싶었다"는 한 회원의 말처럼, 형광등 교체부터 가전 수리까지 1인 가구 여성에게 꼭 필요한 생활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모인 회원 소모임입니다. 이제 막 자취를 시작하신 분, 셀프 도배, 목공 등에 노하우가 가득하신 분까지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되는 다양한 회원들이 모였습니다.  

지난 5월 21일 저녁, 생활형 맥가이버는 세 번째 모임을 열었는데요. 함께했던 생선님의 후기로 그날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


박생선(한국여성의전화 회원)


세상 느슨한 모임, [생활형 맥가이버] 세 번째 후기입니다.

첫 날, 커리큘럼도 없이 이야기하다 너무 뻔뻔스럽게 원대한 포부를 이야기 하는 모임의 당당함에 화들짝 놀랐더랬습니다. (화장실 변기 뚫는 걸로 시작해서 사물인터넷, 해킹 이야기까지 나왔어요.... 뭐야 이 사람들....) 두 번째 모임 땐, 한 번도 열어볼 생각 없었던 스탠드 형 선풍기를 열고 문제의 원인을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세 번째 모임에 우리는 선풍기를 고쳤습니다.


(사진1. 선풍기 수리 완료 축하 세레모니)


 사실 생활형 맥가이버 참여 전에는, 선풍기 목이 고장 나는 건 불치병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느 집에나 고장 난 선풍기는 있었지만, 고쳐 쓰는 경우를 잘 보지 못했거든요. 근데 이걸 저희 생맥이 세 번 만에 해냈다는 거 아닙니까? 몹시 대견하고 장하고 그러네요. 지난 모임 때 발견한 문제(플라스틱 부품이 부러진 것)를 해결하기 위해 역시나 느슨한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마스킹 테이프, 철사, 본드, 글루건 등 다양한 후보가 등장했는데요, 중헌님께서 순간접착제와 미라클픽스를 준비해주셨습니다.


(사진2. 비전문가들의 사뭇 진지한 카톡)


(사진3. 기름때로 꼬질꼬질했지만 착 붙은 미라클픽스)



물고기님이 단톡방에서 추천해주셨던 미라클픽스를 사용해보기로 했습니다. 필요한 만큼 잘라서 조물조물하면 주제와 경화제가 섞여서 살짝 따뜻해집니다. 그리고 부러진 플라스틱을 모터의 힘을 받아 선풍기를 회전시키는 부품에 붙이면 끝!미라클픽스가 굳기 위해서는 적어도 20분, 완전 경화를 위해서는 25시간 정도가 필요하다고 해요. 

그 동안 선풍기 내부 날개에 켜켜이 쌓인 먼지들을 하나하나 빼냈습니다. 처음에는 괜찮다고 하시던 가전주 중헌님까지 다 함께 달려들어 작업했습니다. 그리고 두근두근 돌려 보았는데, 너무도 유연하게 잘 돌아가는 선풍기! 장하다 장해:-)

 

(사진4. 모두 다 달려들어 먼지를 빼는 모습.  부제 : 선풍기 누가 이렇게 만들었냐)


최근에 뭔가 고쳐 써 본적 있으신가요? 글을 쓰면서 생각해봤는데, 전 없었어요. 물건이 망가지면 버리고 새로운 것을 사던가, 아니면 그걸 고칠 수 있는 A/S센터에 가져가죠. 움직일 수 없는 물건이면 사람을 집으로 불러야 하고요. 버리거나 누군가에게 맡기는 것이 편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새로 사는 것도 돈, 버리는 것도 돈이 들고, 물건을 보내는 것이나 사람을 부르는 것도 다 돈입니다. 필요해서 좋아서 샀던 물건이 거대한 쓰레기가 되는 것을 보면 마음이 착잡해집니다. 집에 다른 사람 들이는 공포와 스트레스는 말할 것도 없고요.


작은 시작이긴 하지만, 손으로 직접 마치고 고쳐보면서 ‘나의 생활을 조금씩 장악해간다’라는 거창한 의미를 담아봅니다. 여러분도 이 느슨하고 위대한 모임에 함께 해보세요!



(사진5. 기름 때로 꼬질꼬질 자랑스러운 로동의 손)



(사진6. 가전주의 수리 소감. "첫 의뢰인, 중헌님! 선풍기와 행복하세요~~~")


◆◆◆◆◆


생활형 맥가이버는 격주 평일 저녁에 만나고 있습니다. 
각자의 경험과 노하우를 함께 나누며 멋진 기술자가 되어가는 과정, 앞으로도 많은 관심 가져주세요!


* 한국여성의전화 회원 소모임 '생활형 맥가이버' 참가 문의 : 활동가 정(02-3156-5463, hotline@hotline.or.kr)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