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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피해생존자들과 함께, 희망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는 길 - 1383차 정기 수요시위

by kwhotline 2019. 4. 24.

피해생존자들과 함께, 희망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는 길

- 1383차 정기 수요시위 -


민정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417,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1383차 정기 수요시위가 있었다. 지난 1월 세상을 떠난 김복동 님의 생신이기도 했으며, 날씨도 맑고 따뜻해 시위하기 딱 좋은 날이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주관한 이날 시위에는 길원옥 님을 포함해 서울 원당초등학교 학생들, 연세의료노조, 국민대 평화의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 '세움' 등 시민 400여 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일본 정부의 사죄와 올바른 배상을 요구하고, 양국 정부가 피해자 중심의 문제 해결을 하도록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은 특별히 본격적인 시위 시작에 앞서 김복동 님의 정신을 기리는 김복동장학금전달식이 있었다. 정의기억연대는 여성평화 운동에 헌신한 김복동님을 기억하기 위해 전국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의 대학생 자녀 25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은 김복동 할머니의 희망이 되겠다’, ‘할머니들과 부모님이 걸어온 길을 기억하고 행동하는 지성인이 되겠다며 소감을 말했다.



한국여성의전화의 2019 가정폭력·성폭력 전문상담원 교육생들은 <바위처럼><지금처럼 당당하게>의 율동 공연으로 수요시위의 문을 열었고, 자유발언과 성명서 낭독을 통해 시위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자유발언으로는 초등학생들이 단상에 올라 힘찬 목소리로 일본 정부의 진심 어린 사과 요구를 외쳤다. 깜짝 순서도 이어졌다. 햇살사회복지회 분들이 수요시위를 찾아주신 것이다. 정의기억연대 윤미향 대표와 참가자들은 미군기지촌 위안부 피해자 지원 활동과 그를 위해 힘쓰고 있는 인권운동가들에게 연대의 마음을 전했고, 길원옥 님이 꽃다발을 건네주시며 격려하셨다.


1383차 시위는 성명서 발표로 끝을 맺었다. 성명서에서는 우리는 여전히 여성에 대한 폭력을 개인의 경험으로 축소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김학순 선생님이 그러하셨듯, 생존자들은 성폭력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을 알리고 있다며 여성 폭력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에 대한 투쟁을 강조했다. 그리고 성명서를 통해 참가자들은 한마음으로 피해 생존자들과의 연대를 약속했다.


이번 시위에 참여하며 놀랐던 것은 나이나 직업을 불문한 정말 다양한 사람이 함께한다는 것이었다. ‘김복동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의 부모님들 또한 다양한 시민운동의 길을 걸어왔다.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일본군성노예제 해결, 그리고 인권 존중을 위해 연대하고 있었다. 함께 기억하고, 함께 말하면서 그 힘은 더욱 커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연대에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힘을 보탤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다짐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

 

나는 희망을 잡고 살아. 내 뒤를 따라.” 김복동 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는 희망을 잡고 그 뒤를 따를 것이다. 피해자가 숨지 않아도 되는 사회, 가해자가 책임을 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기억하고, 말하고, 연대할 것이다. 피해자들이 직접 꾸려갔던 수요시위에 이제 그들은 참여가 어려워질 정도로 시간이 많이 흘렀다. 일본 정부는 책임 회피를 그만두고 피해자에게 직접 사과해야 한다. 한국 정부 또한 적극적으로 대응해 일본 정부의 공식적 사과와 배상을 이끌어내야 한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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