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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우리는 여성의전화 활동가다.

by kwhotline 2019. 3. 28.

우리는 여성의전화 활동가다

-E.L.F 전국 신입활동가 직무연수 후기

 

 지난 3/20~3/22 2박 3일 동안 전국에 있는 여성의전화 신입활동가가 모여 여성의전화를 알아 가고, 활동가로서의 정체성을 다지며, 실무 역량을 강화하는 직무연수를 진행했습니다. 그 뜨거운 현장을 생생하게 담은 후기를 함께 보시죠!


경은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

 

지난 320일부터 23일간 신입활동가 직무연수가 진행되었다. ‘직무연수라는 이름이 무겁고 딱딱하게만 느껴져 긴장한 채 직무연수 장소인 서울여성플라자로 들어섰다. 다소 길게 느껴졌던 23일은 아쉬움을 가득 남긴 채 순식간에 지나갔다. 생각과는 달리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서로의 지평을 넓혀가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우리는 모여서 하나

많은 사람들이 처음 만나는 자리인 만큼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으로 직무연수가 시작되었다. 실비아 수원여성의전화 활동가와 이가진 시흥여성의전화 활동가의 진행으로 문을 열었다.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같은 모둠이 되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름과 소속을 밝히고 대화를 이어가기 어려웠던 기존의 자기소개와는 달리,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 속에 담긴 각자의 삶과 일상을 조금씩 들을 수 있었다. 그 속에서 동등한 사람으로서 관계를 맺는 과정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되었다.

 

이후에도 여러 지부의 활동가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여성인권운동에서 의미 있는 장소를 함께 다녀오기도 하고,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사업 계획서를 써보기도 했다. 처음 과제를 받고는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 느낌도 잠시, 각자의 아이디어를 나누고 다듬어 하나로 엮어가면서 완성된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그 과정 속에서 혼자만 잘하는 것보다 함께 한다는 것의 기쁨을 느꼈고, 나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웠다. 활동가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 활동가가 우리는 모여서 하나라는 말을 해준 적이 있었다. 그 말의 의미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여성의전화 활동가다

직무연수인 만큼 강의를 통해 활동가로서의 정체성과 책임감을 배우기도 했다. “우리는 어디에서 일하고 있는가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박근양 한국여성의전화 공동대표의 강의에서는 여성의전화의 구성과 역사를 들었다. 이를 통해 여성인권운동 단체, 회원 단체로서의 여성의전화를 조금 더 알고 우리는 왜 여기에서 활동가가 되려고 했는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여성의전화가 만들어 낸 운동의 성과를 보며 어떤 역사 위에 우리가 서 있는지를 생각할 수 있었고, 여성주의자로서 생각과 느낌 말하기의 중요성을 되새길 수 있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의 강의에서는 활동가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활동가가 되기 전 기대했던 일과 실제로 마주했던 일이 충돌했던 경험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흥미로운 이야기 속에서도 조직 속의 개인으로서 가져야 할 태도와 하고 싶은 일, 그리고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해볼 수 있었다. 개인으로서의 입장뿐 아니라, 이선희 안양여성의전화 대표와 우리는 누구와 만나는가라는 제목으로 조직 활동가로서 관계 맺기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했다. 활동가로서 다른 활동가, 내담자, 회원뿐 아니라 시민, 후원자, 공공기관 등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는 것의 의미를 인지하는 시간이었다. 강의는 길지 않았지만, 나는 왜 활동가가 되려고 했는가, 어떤 태도로 사람들과 관계 맺을 것인가, 라는 질문은 마음속에 오래 남았다.

 

25개 지부가 모두 여성의전화

한 명의 사람으로 관계 맺는 것뿐만 아니라, 여러 지부의 각기 다른 상황을 알 수 있어 더 의미 있었다. 여러 활동 속에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각 지부가 지역의 특성에 따라 중점 활동이 다르고, 관심을 갖는 문제가 다양하다는 점 등을 느낄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이렇게 다른 지부들이 모여 여성의전화의 목표와 지향을 실현해온 역사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느낄 수 있었다. 직무연수 마지막 날 5년 후의 나는 어떤 활동가가 되어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 지속가능한 활동에 대한 나의 다짐도 중요하지만, 모두가 지속가능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에 대한 고민이 무엇보다 중요하겠다고 생각했다.

 

각기 다른 사람들이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가고 있다는 것은 신입활동가 직무연수가 끝나고 마음에 남은 사실 하나다. 아직 할 일이 많은 사회 속에서 분명 예상치 못한 힘든 시간을 겪기도 할 것이다. 그렇지만, 혼자가 아니라 우리 함께 같은 길을 걸어간다는 것만으로 어쩐지 마음이 든든해진다. 앞으로도 많은 활동가들과 고민을 나누고, 서로에게 배우며 지속가능한 활동을 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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