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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지속가능한 조직을 만들어가는 사무국장은 바로 ‘나’

by kwhotline 2019. 4. 15.

지속가능한 조직을 만들어가는 사무국장은 바로

- 2019년 E.L.F 전국 신임 사무국장 직무연수 후기


모카 전주여성의전화 사무국장

201944, 여성의전화의 신임 사무국장들이 한데 모였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빠듯한 업무 일정을 소화하고 오느라 숨이 차 보이는 건 기분 탓이었을까? (독박골 언덕을 올라오느라 그럴지도 모른다!) 김용란 부천여성의전화 사무국장님이 준비해 주신 자기소개 시간은 서로 가까워지면서도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목소리를 내며 각자의 음에 주파수를 맞추어 보기도 하고, 페퍼민트오일을 사용해서 짝꿍에게 마사지해 주기도 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눈을 감은 채 짝꿍의 도움을 받아 미로 찾기를 한 것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짝꿍의 조금만 더 왼쪽으로, 잘하고 있어요.’라는 안내에만 의지한 채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의 뿌듯함이라니. 미로 찾기를 마치며 사무국장의 역할이 이런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나누었다.

(사진 : 임희남 강화여성의전화 사무국장님이 안내해 주시고, 내가 찾아간 미로)

 오후에는 조직 운영, 어떻게 할 것인가 운영 원칙부터 갈등관리까지라는 주제로 송란희 사무처장님이 진행해 주셨다. 한국여성의전화의 정관과 제 규정을 하나부터 살펴보며, 조직 운영의 원칙이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 그 속에는 많은 상황에 대한 답이 들어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지부로 돌아가면 이건 꼭 점검해야지라고 생각하며 리스트를 만들며 들었는데, 어느새 빼곡해진 수첩을 보며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놓치고 있는 것들이 많았다는 부끄러움이 들기도 했다.

갈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인상 깊었던 것은 갈등은 변화를 위한 동력갈등 자체를 두려워하지 말고, 대화를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라는 내용이었다. 평소에 활동가들과 일상 속에서 나누는 각종 주제의 소소한 대화가 가지는 힘이 있고, 갈등상황에서는 그것이 윤활제로 작용한다는 점이 새롭게 다가왔다. 한윤정 국장님, 권오선 국장님이 질의응답 형식으로 준비해 주신 회계 시간은 궁금했던 점에 대한 답을 알차게 얻어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저녁에는 사무국장의 역할 및 실행으로 이야기 나누는 시간. 각자가 다른 지형과 경험 속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과 내가 하고 싶은 활동은 무엇인지, 조직에서 요구받는 것은 무엇인지 깊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조직 내에서 사무국장으로 존재하기와 로 존재하기를 어떻게 잘 융화해낼 수 있을지는 모두에게 숙제였다.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면서 자신이 조직의 지속가능성이며, 구심점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즐겁게 연대하며 해나가기로 다짐하였다. 그리고 첫째 날의 마지막, 연대의 시간에는 밤이 깊도록 말하고 들으며 서로의 이야기를 켜켜이 쌓아 가는 시간이었다.

이튿날인 45, ‘회의 진행의 실제라는 주제로 송란희 사무처장님과 워크숍을 했다. 우리 조직의 회의 종류는? 회의자료 준비와 공유는? 회의 진행의 실제는? 많은 질문을 가지고, 나 스스로 생각해 보기도 하고 다른 지부 사무국장님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회의는 정말 어렵다. 그만큼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구성원들과 함께 개선해 나가야 할 일인 것 같다. 회의문화를 개선한다는 것은 결국 우리 조직의 구성원 모두의 목소리를 효율적으로 담아내고, 토의하고 결정한 결과를 잘 실행해 나가는 과정 그 자체인 것 같다. 어느 날 갑자기 짠! 하고 나아지는 것이 아닌, 구성원 모두가 함께해 나가는 일인 것이다. 그 과정에서 사무국장인 우리는 어떻게 균형을 맞추어 나가야 할지는 계속해서 찾아 나가야 할 것 같다.

12일간의 신임 사무국장 엘프가 쉼표가 되어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막상 마치고 생각해 보니 나의 조직에서 답을 찾아야 할 물음표와 숙제, 더 많은 가능성을 한 아름 안고 돌아왔다. 아마 다른 신임 사무국장님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각자의 지부로 돌아가더라도 서로 주고받은 에너지를 밑거름 삼아 끊임없이 나아가는 활동가로 살아남았으면 좋겠다. 조직의 지속가능성이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바로 라는 점을 잊지 않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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