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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이슈/칼럼

나는 미소만 짓는 여자 삐에로랍니다.

by kwhotline 2012. 2. 28.


나는 미소만 짓는 여자 삐에로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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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감정노동에 대하여

 

인간 삐에로의 고충

안녕하세요?”

웃는 얼굴과 함께 평상시 톤보다 높게 인사를 건넨다. 인사로 시작해 인사로 끝나는 나의 일은 여성전용 요가 학원 안내데스크에서 회원들을 안내하고 맞이하는 일이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명목상 안내데스크 직원이지 70평 정도 되는 요가 학원을 청소하는 청소부 겸 안내데스크 여직원이다.

날이 갈수록 증가하는 회원들을 반갑게 맞이하기란 여간 쉽지 않다. 일을 하는데 있어서 여러 가지의 고충이 있지만 가장 힘겨운 것은 나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없는 일이다.

 

삐에로도 화나고, 슬퍼요.

어느 날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나에게 화난 얼굴로 원장이 다가왔다.

“ 00, 이런 식으로 일처리 할 거에요?”

대뜸 이렇게 화를 내서 당황스러웠다.

아니, 깔아 놓은 매트를 보니까 하나가 서로 겹쳐져 있잖아요. 지금 내가 다시 정돈했으니까 들어가서 점검 해봐요. 이런 식으로 할 거면 깔지를 말던가.”

상황을 파악해보니 회원들을 위해 깔아놓은 매트 하나가 다른 매트와 조금 겹쳐있었다. 그것을 보고 화를 낸 것이었는데 그렇게까지 화를 낼 상황은 아니었다. 알고 보니 그 날은 원장의 생리 시작 일이었다.

, 정말 기분 드러웠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예민하게 구는 날은 꼭 개인적인 일이 있는 날이었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했냐고? 일을 마감할 때까지 불평불만 없이 원장을 대해야만 했다. 내가 더욱 화가 난 이유는 원장 자신이 여자라는 이유로 여자만이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을 나에게 요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반대로 나는 원장에게 요구할 수 없는 상황까지도 말이다.

              (사진출처: http://blog.naver.com/roripia)

하지만 나의 이러한 감정노동은 원장의 성별에 구분 없이 행해졌다. 전에 있었던 남자 원장은 내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자 원장으로서 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나에게 하라고 시켰었다. 그리고 '여자라면~해야 한다.'는 식의 얘기들로 회원들의 외모와 옷차림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또 요가학원 청소 중에 10kg가 넘는 빨래 더미를 매 시간마다 비워져야 하는데, 도움조차 받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힘든 표정을 지을 때 마다 남자원장은 이 정도 힘든 것 따위는 별 거 아니라는 식의 행동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은 비단 요가원에서만 국한되지 않았다. 전에 일을 했었던 휘트니스 클럽에서는 내 감정을 숨겨야 하는 경우가 더욱 많았다. 한 회원은 나의 머리를 밀치며 이야기 한 적도 있다. 그 회원이 보이는 하나의 버릇이었지만 난 웃고 넘길 수밖에 없었고, 그 순간'이것이 말로만 듣던 감정노동이라는 거구나.' 싶었다.

 

토닥토닥, 이제는 웃고만 있는 빨간 입술을 지워버릴거에요.

상사에 대한 예의와 함께 사수해야 하는 것이 있다. 나는 여자이기 전에 임금노동자이고, 내 감정보다 그들의 감정을 먼저 존중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감정은 그들이 주는 임금에 의해 값이 매겨지지만 나의 감정노동에 대한 가치평가는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여성노동자는 여성이기 때문에라는 사회의 고정관념을 강요당하고 있다. 방학 동안에 일을 하면서 나의 감정은 피폐해졌고, 몸도 더 피곤해졌다. 전과 다르게 감정기복이 심해졌고, 예민해졌다. 일을 하기 전, 감정노동을 머리로만 이해했다면 이제는 가슴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감정노동은 무엇보다 나의 감정과 신체가 먼저 알아차린다. 나의 진짜 감정을 표출시키지 못하고 자꾸 숨겨야 하는 상황이 나를 지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것이 감정노동의 후유증이다. 여기서 원하는 한 가지! 감정노동자들을 위한 전문상담프로그램을 하루빨른 활성화와 일방적인 친절서비스를 요구하는 사회의 인식을 전환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여성의전화 제1기 기자단_황현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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