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성인권 이슈/칼럼

사랑하니까, 사랑하지만

by kwhotline 2012. 3. 3.

사랑하니까, 사랑하지만



사랑한다고했다. 너무나 사랑해서 죽을것같다고 했다. 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너는 너는나 안사랑해?” 재촉하는 그의 말에, 나도 사랑해. 하지만...

“하지만 뭐.”순간, 사랑하는 그의 눈빛이 변한다. 왜 나를 죄인으로 만드는데. 널 사랑하는 나를 왜 짐승취급해. 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나는 머뭇거렸다. 난 단지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지금은 하고싶지않아.’ 입밖으로 차마 터지지 못한 말들이 메아리쳐 죄책감을 만들어낸다. 그의 화를 풀려면 가야한다. 가지않으면, 난 그를 사랑하지않는 사람이 되버린다.

몇분동안 토라져있던 그가 갑자기 내 손목을 잡았다. 잡아끄는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그리곤 골목사이로 날 끌고갔다. 날 사랑하기 때문에..

화려한 네온사인속에 수많은 연인들이 보였다. 그들은 뭔가 행복한 듯 이 건물, 저 건물로 들어갔다. 나오는길에 눈이마주칠때도 있었지만 그럴때면 자연스럽게, 하지만 가장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서로를 스쳐갔다.

그는 날 사랑한다고 했다. 사랑하니까 날 갖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조금, 아주 조금은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내 눈을 질끈 감는다. 파지직- 가슴속에서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한국여성의전화 1기 기자단 '고갱이'_ 글/황나리 사진/조혜인 기자





2528754D58917F1B01D60A2405D04D58917F1B04061F2458754D58917F1B3874BD


'여성인권 이슈 >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분홍신  (0) 2012.03.03
그녀의 무거운 신발  (0) 2012.03.03
농촌에서 희망을 보는 그녀  (0) 2012.02.28
나는 미소만 짓는 여자 삐에로랍니다.  (0) 2012.02.28
나는 내가 아니고 여자라네  (0) 2012.02.2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