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니까, 사랑하지만
사랑한다고했다. 너무나 사랑해서 죽을것같다고 했다. 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너는 너는나 안사랑해?” 재촉하는 그의 말에, 나도 사랑해. 하지만...
“하지만 뭐.”순간, 사랑하는 그의 눈빛이 변한다. 왜 나를 죄인으로 만드는데. 널 사랑하는 나를 왜 짐승취급해. 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나는 머뭇거렸다. 난 단지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지금은 하고싶지않아.’ 입밖으로 차마 터지지 못한 말들이 메아리쳐 죄책감을 만들어낸다. 그의 화를 풀려면 가야한다. 가지않으면, 난 그를 사랑하지않는 사람이 되버린다.
몇분동안 토라져있던 그가 갑자기 내 손목을 잡았다. 잡아끄는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그리곤 골목사이로 날 끌고갔다. 날 사랑하기 때문에..
화려한 네온사인속에 수많은 연인들이 보였다. 그들은 뭔가 행복한 듯 이 건물, 저 건물로 들어갔다. 나오는길에 눈이마주칠때도 있었지만 그럴때면 자연스럽게, 하지만 가장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서로를 스쳐갔다.
그는 날 사랑한다고 했다. 사랑하니까 날 갖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조금, 아주 조금은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내 눈을 질끈 감는다. 파지직- 가슴속에서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한국여성의전화 1기 기자단 '고갱이'_ 글/황나리 사진/조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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