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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웹툰이 빚어내는 공감의 공간

by kwhotline 2012. 2. 28.

웹툰이 빚어내는 공감의 공간

“왠지 거부감들어”
여성학, 왠지 암울하고 답답한 내용만 있을 것 같다면  그것은 오산! 여성인권, 섹슈얼리티문제 등을 웹툰으로 쉽게 풀어낸 이 두 만화를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바로 성폭력 문제를 냉철하게 바라보는 '김민정' 작가의 ‘콘스탄츠이야기’와, 동성애와 섹슈얼리티 문제를 만화로 풀어낸 ‘와난’ 작가의 ‘어서오세요 305호에’이다. 이 작품들은 2011년부터 2012년 사이에 인터넷 웹툰 사이트에 연재되었던 웹툰들로, 실제 네티즌 추천수가 4000이 넘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찬찬히 이 작품들을 보다보면 어느샌가 불편한 문턱을 넘은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생채기를 드러내며 치유하는 과정 _ 콘스탄쯔이야기

먼저 이야기하자면, 이 만화는 성폭력 생존자의 이야기이다. 발레리나를 꿈꿨지만 성폭력의 상처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한 '김지민'이, '김민정'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만화에 기록해가는 과정을 그린 내용이다. 여기에는 또 한명의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바로 ‘콘스탄쯔’이다. 그녀는 경찰서 지하에서 성폭력 문제를 상담하는 여성으로, 세상과 벽을 쌓은 피해자를 다독여주고, 과감한 행동들을 통해 성폭력을 바라보는 삐뚠 시선에 날카로운 비판을 던지는 인물이이다.

‘콘스탄쯔이야기’를 보다보면 현실과 픽션이 교차되면서 어느 순간엔 지민과 민정, 그리고 만화를 보는 자신이 모호해지는 상황이 된다. 그 상태에서 맞닥뜨리는 생존자의 날선 감정은 문제를 외면하기만 했던 자신을 바라보는 것만 같아 가끔은 불편하고 참 아프다. 하지만 함께 풀어내는 이야기 속에 곪아있던 상처가 푹-하고 터진다. 생채기위엔 딱지가 앉고 흉은 지겠지만, 새 살이 돋아난다. 아니, 다시 태어난다. 주인공 김지민의 얼굴에 난 상처도 바로 이런 의미가 아닐까.

이 만화의 작가 김민정은 자신의 작품을 ‘긴 터널을 빠져나와 세상에 건네는 몸짓이 담긴 만화'라고 소개한다. 그녀의 바람처럼 많은 사람들이 이 만화를 보고 성폭력피해자의 감정과 성폭력문제들을 알게 되는데, 실제로 이 만화는 댓글을 통해 유명해졌다. 만화를 본 사람들이 댓글을 통해 그동안 가슴속에 꽁꽁 숨겨두었던 생채기들을 꺼내는 작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만화는 주인공과 성폭력에 상처받은 많은 사람들을 껴안으며, 상처를 치유하고 서로를 보듬으며 세상에 한발씩 나아가고 있다.

감상팁: 눈물이 날 땐 실컷 우세요. 화가 날 땐 실컷 화를 내세요. 그렇게 감정을 표현하세요. 자신의 상처를 이야기하며 함께 나누어보세요. 한국여성의전화는 언제나 당신을 기다립니다.

주소:http://comic.naver.com/webtoon/list.nhn?titleId=140444&weekday=mon
(네이버 웹툰_ 콘스탄쯔이야기_김민정)


유머와 진지함 속 아슬아슬한 줄타기  _ 어서오세요 305호에


이 웹툰을 처음 보게 된 건 동성애에 대한 큰 거부감 때문이었다. 아무리 머리로는 배워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그래, 너는 동성을 좋아하면서 살아.” 이런 생각이 동성애자들을 이해하는 거라는 큰 착각을 했다. 그 뒤에 감춰진 “너네끼리”가 있는지도 모른 채.

‘어서오세요 305호에’는 동성애자와 함께 살게 된 '김정현'의 자취생존기다. 게이인 '김호모'와 김정현의 관계를 통해, '그들’로 정의된 동성애자의 삶을 이해해야할 대상이 아닌 평범한 사람의 일상으로 밝게 그려내고 있다.

작가 와난은 처음부터 '성적 다수자와 성적소수자의 이해'라는 기획의도를 밝히면서 극을 진행한다. 그래서인지 전개과정이 굉장히 화끈하다. 유난히 싸우는 장면이 많은데, 이는 세상의 갈등을 의미하기도 하고, 서로 소통해보려는 발버둥이라는 생각도 든다.
또한 민감한 소재이기 때문에 ‘너 좋고 나 좋은’ 이야기가 다 일 것 같다는 편견은 과감히 버리는 것이 좋다. 만화를 보다가 생기는 궁금증과 소화하기 어려운 찝찝한 감정들은, 솔직한 주인공의 질문들을 통해 오목조목 깨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성소수자 내부의 문제제기도 빼놓지 않고 있어, 간단한 만화라고 하기엔 깊이 있는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이런 다양한 대립구도들은, 성소수자문제에서 중요한건 ‘성소수자인가 아닌가’의 문제가 아님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만화다운 유쾌함을 유지하면서도 주인공들의 미묘한 감정선을 놓지 않는 ‘어서오세요 305호에’에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감정몰입을 높여 만화를 다 본 뒤엔 마치 주인공인 정현과 밤새 수다를 떤 것 같은 착각마저 낳는다. 정태와 수다를 떨고 싶다면 305호로 컴온!

감상팁: 궁금한게 있으면 정현이가 바로 물어봐줍니다. 정현, 자취의 로망이 살아 숨쉬는 밤샘 수다회

주소:http://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25735&seq=1&weekday=thu
(네이버웹툰_어서오세요 305호에!_ 와난)


한국여성의전화 1기 기자단 '고갱이'_ 황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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