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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드라마 속 진정한 성 평등을 꿈꾸며

by kwhotline 2012. 3. 4.

주말드라마 <애정만만세>


“그댈 따라 걸어봅니다~ 두루루뚜 뚜뚜뚜루루♬”

다음 예고편과 함께 발랄하게 <애정만만세>가 끝났다. 내일은 일요일, 애정만만세는 주말드라마니 내일 또 한다. 잘생긴 변동우 변호사를 또 본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다. 내일 예고편은 재미와 동우 부모님의 상견례가 나온단다. 둘은 너무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이지만, 동우의 누나인 변주리가 심상치 않다. 행복해보이는 커플을 보는 시청자의 마음은 불안불안 하기만 하다.

그러나 이런 플롯의 불안함과는 달리 이 드라마가 끝나면 어딘가 좀 불편하다. 남자 주인공의 잘생긴 외모로도, 내가 좋아하는 이보영씨의 예쁜 모습으로도 이 찜찜함을 날리긴 부족하다. 내 마음 속의 불편함, 그 중 하나는 극 중 김수미씨가 열연하는 크리스탈 박의 모습이다. 드라마가 끝나고 기억에 남는 박여사의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굉음으로 가득하다. 조신하게 밥상을 차려온 남편을 구박하고 욕을 퍼붓기 일쑤에 자식이 원하지 않는 애인을 데려오자 손찌검까지 서슴지 않는다. 꼭 다른 드라마의 못난 아버지를 꼭 빼다 박은 모습이다.

익숙한 모습을 뒤집어 놓으면 사람들은 큰 충격에 빠진다. 나 역시 처음에 크리스탈 박의 막말과 극악한 성질머리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저 여자는 어쩜 저리 못됐냐고 엄마랑 같이 드라마를 보며 욕하기도 했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다른 드라마의 아버지의 모습과 겹쳐보였을 때의 그 충격이란! 가부장이라는 말에 담긴 엄청난 폭력과 권력구조가 새삼스레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럼 여기서 궁금증 하나, 가부장이라는 권력구조는 대체 어디서 비롯되는 걸까? 이 폭력을 내포하며 가정의 평화를 위협하는 구조의 바탕은 단지 성별에서 비롯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의 박여사는 절대 가정의 제왕으로 군림할 수 없을 것이다. 왜? 그녀는 여자이니까. 만약 왕이 남자만 한정된다면 박여사는 여왕이 될 수 없을 터였다. 그러나 그녀는 변씨 가문의 하나 뿐인 여왕이었다.

가정의 구성원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이 무소불위의 권력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그것은 경제권에서 비롯된다. 부유한 박여사의 집안은 크리스탈 박 혼자서 일궈낸 것이다. 경제적으로 무능한 남편을 더 이상 참지 못해 동대문 시장 밑바닥에서부터 부득부득 올라왔다. 지금은 강남의 고급스파를 체인점으로까지 운영하고 있는 대단한 여 사장님이다. 지갑에는 돈이 그득그득하고 기분이 좋으면 자식들에게 무제한 골드카드를 선물로 내어준다. 명품과 쇼핑을 좋아하는 딸 주리의 군자금도 다 박여사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그렇기에 그녀의 가족은 그녀에게 꼼짝할 수 없다. 돈을 쥐고 있는 한, 그녀는 가부장제의 화신으로 제왕이 될 수 있었다.

애정만만세를 보기 전에는 나는 가부장제도는 성별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였다. 또한 사회에 은연중에 있는 엄한 아버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고 생각한다. 실은 크리스탈 박의 모습은 풍자와 과장이 섞여있지만 엄한 아버지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돈을 벌어오지 못하는 주부인 어머니에게 함부로 대하고 자식들을 자신의 통제 안에 둔다. 드라마 속 아버지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 드라마를 통해 오랫동안 나도 모르게 학습이 되었던 것 같다. 그러한 아버지들이 자식에게, 혹은 어머니를 단속하는 것은 가정 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함이고 가끔 도를 지나친 장면들도 단지 무서운 아버지라고만 생각하였을 뿐, 이를 가부장의 관점에서 심각하게 바라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익숙한 것을 뒤집어보니 너무도 가부장 적인 여자인 크리스탈 박에게 느꼈던 불편함을 다른 드라마의 속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진정한 성 평등이란 어떤 모습일까? 분명 가족이 화목하고 서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이상적인 모습일 것이다. 그럼 이러한 성 평등의 실현을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 우리는 앞서 애정만만세를 통해 기존의 제도를 단순히 뒤집는 것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살펴보았다. 무엇이 진정한 양성성의 회복인지는 더욱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한국여성의전화 제1기 기자단_양승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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