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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여자는 에고이스트이다”, 철학자 강신주가 던진 햇살 한 줌.

by kwhotline 2012. 5. 14.

 

“여자는 에고이스트이다”,

철학자 강신주가 던진 햇살 한 줌.

 

아침 8시 30분.

 

아직 움츠러든 한국여성의전화(이하 여전) 사무처의 공기를 쨍그랑 깨버리는 철학자 강신주의 한 마디. “여자는 에고이스트이다.” 하품을 하며 퀭한 눈이 감기는 것을 억지로 참고 앉아있던 활동가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강신주 철학자와 그의 강연을 듣고 있는 여전의 활동가들

 

지난 5월 9일 여전에서는 여전 활동가들의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햇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철학자 강신주의 ‘운동, 대중 VS 여성’이라는 강의가 진행되었다. ‘햇살’ 프로젝트는 활동가들이 다양한 분야의 운동가들을 만나 여성주의 운동과 공유되는 지점을 확인하고, 새로운 시각에서 여성주의 상담을 바라보며 운동의 비전을 고민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이다.

 

‘햇살’ 프로젝트 2탄으로 진행 된 철학자 강신주의 이날 강의는 ‘여자는 에고이스트이다’를 주제로, 여자가 에고이스트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지적하며 여전의 활동가들에게 강렬한 인상과 새로운 고민을 남겼다.

 

김수영의 시 <여자>의 낭독으로 강의를 시작한 강신주는 “노예는 살기 위해 주인의 눈치를 보며, 주위 상황에 ‘집중’한다”며, 마찬가지로 “여자의 섬세함은 상황을 잘 읽어내야 (여자가) 생존할 수 있기에 가부장제의 눈치를 보면서 얻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약자는 어떻게든 생존하기 위해 주위 상황에 ‘집중’할 수밖에 없으며, ‘집중된 동물’은 당장의 생존이 중요하기 때문에 상황에 매몰되며, 타인에게 신경을 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가부장제 사회 속에서 뿌리 깊은 억압을 당해온 여자(약자)는 ‘에고이스트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강연을 하고 있는 강신주 철학자

 

이에 여전 김수희 활동가는 “강신주 선생님이 지적한 여성(약자)들이 에고이스트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슬펐다”며, 보고 싶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게 되는 씁쓸함을 토로했다. 나아가 “반발심이 들었다”며, “고난을 겪으면서도 이타심을 발휘할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강의에 집중하고 있는 활동가들

 

강신주 철학자의 강연을 기획한 김홍미리 활동가는 “활동가들은 현장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더 멀리 보고, 변화에 대한 상상력을 더 의식적으로 생각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오히려 “문제가 물밀듯이 넘쳐나서 당장의 문제 해결에 급급해 멀리 보는 안목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상담은 운동”이라며, “강신주 선생님이 우리 활동가들에게 일에 매몰되지 말고 더 멀리 보아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켜 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홍미리 활동가의 이 지적은 햇살 프로젝트가 계획된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강신주는 여성(약자)이 에고이스트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적하면서, 자신이 유흥업소에서 일을 하고 있는 한 여성을 상담했던 경험을 통해 논의를 확장했다. 그는 “그 여성의 상황이 명백히 사회구조에 원인이 있지만, 그녀가 자신의 상황을 사회 탓으로 돌리며 그 곳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을 것이 우려되어 그녀에게 독한 말을 했다”고 한다. 또한 그는 “진보를 지향한다면 사회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해야하지만, 한 개인을 절망적인 상황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그 자신의 노력이 필수적임을 지적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홍미리 활동가는 “상담에 대한 철학적 시각은 여전의 여성주의 상담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하였다. 그는 “여성주의 상담에서도 내담자에게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함과 동시에, 하지만 벗어나기 위해서는 힘을 가져야 한다며 피해자 임파워링을 강조한다”고 말하였다.

 

이어 강신주는 “상처를 입은 피해자가 강자가 되었을 때에는 더 극단적인 폭력성을 노출 시킨다”며, “여성주의 운동에도 일종의 ‘절제력’이 필요한 시기가 올 때를 고민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철학자 강신주는 도발적인 선언으로 철학적 사유와 여성주의 상담이 공유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이해와 함께 강한 햇살 한줌을 여전의 활동가들에게 던지고 갔다.

 

‘햇살프로젝트’는 여성의전화 활동가들이 다양한 분야의 운동가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와 여성운동의 비전을 고민해 보고자 시작된 프로젝트이다. 현재 3탄까지 진행되었으며, 1탄은 ‘팬덤에게 듣는다’를 주제로 JYJ 팬덤을 통해 팬덤의 사회참여를 돌아보았고, 2탄은 강신주 철학자의 ‘운동, 대중 VS 여성’, 3탄은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를 통해 동물보호운동과 여성운동의 연결점을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햇살 프로젝트는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를 대상으로 6월까지 매주 월요일 오전에 진행된다.

 

한국여성의전화 대학생기자단

김소현 기자(means2123@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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