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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내사랑의 학점은 A+가 될수 있도록

by kwhotline 2011. 6. 12.
한국여성의전화 20대를 위한 데이트강좌 '사랑에도 공부가 필요하다'
내사랑의 학점은 A+가 될수 있도록

황나리 (한국여성의전화 고갱이 기자단)

 어떤이는 사랑은 창밖의 빗물 같다고 말하고, 어떤 청년은 사랑은 집행유애(愛)라며 울부짖었다. 당신에게 사랑은 어떤 의미인가? 가슴 아픈 상처? 무작정 행복? 인생의 목표?
 과거에 사랑했던 이,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 이, 앞으로 사랑할 사람은 모두 주목하라. 한국여성의전화 20대를 위한 데이트강좌 '사랑에도 공부가 필요하다' 정박미경 강사가 말하는 진짜 사랑의 의미를.

▲ 강연을 들으러 온 많은 사람들. 진지한 자세로 강연을 듣고 있다.

5월 31일, 고려대학교 동원 글로벌 리더십 홀에서 양성평등센터와 한국여성의전화가 함께 주최한 ‘사랑에도 공부가필요하다’ 강연이 열렸다. ‘사랑에도 공부가 필요하다’ 강좌는 총 7강좌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번 강연은 제1강 ‘사랑, 하던 데로 하거나 바꾸거나’라는 주제로 정박미경 강사가 첫번째 강연을 열었다.

                                                       ▲ 강연중인 정박미경 강사


머리는 더치페이, 마음은 밀당 필수.

  여기가 밀당을 배우는 곳이냐고? 그렇다면 전혀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이 강연에서 밀당은 B급 연애일 뿐이다. 학점도, 연인도 A+를 원하는 세상. 진정한 연애가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보자. 연애 낙제생들은 모두 집중하라!
  20-30대 비혼 남녀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혼전 섹스는 할 수 있지만 피임하는 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며, 여성이 먼저 사귀자고 말할 수 있지만 여성이라는 자존심과 사회적 통념 때문에 선뜻 말을 꺼내지 못한다고 한다. 경제적 이유로 맞벌이를 하지만 가정에서 여전히 여성은 가정주부의 역할에 충실해야한다. 강사는 이런 모순 속에서 벗어나야 우리의 연애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여전히 사랑이라고 말하는 연애 안에는 무수한 권력관계와 사회적 역할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 내 청춘들은 흔들흔들 불안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우리의연애가 삐걱대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주체적인 남녀평등을 이야기하면서 연애에 있어서는 막상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남자라면 중요한 타이밍에 남자답게 행동해야하며, 여성은 ‘쿨하게’ 섹스에 YES라고 말하지만, 정작 자신을 보호하는 피임법도 잘 알지 못하고 남자친구가 떠날까봐 임신의 두려움도 감수해야한다. 이런 특정한 상황에서 오는 젠더적 성역할은 사랑하기 때문에 감수해야할 몫으로 자리 잡았고 서로에게 부담으로 다가오며 사랑에 균열이 생긴다.
  연애에서 더치페이가 개념 있는 선택이라면 밀당은 필수라고 여겨진다. 여자인 내가 그 사람을 더 사랑하는 것이 왜 자존심 상했는가. 여자는 ‘사랑받아야 한다.'는 성역할이 가져온 비극이다. 제대로 된 연애를 하고싶다면 먼저 봉건적 성역할에서 깨어나라.

너는 내 욕망

이제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자. 연애 속에 그려진 나의 욕망을 찾아볼 순서다. 연애시나리오는 자신이 원하고 그려왔던 연애방식을 말한다. 다음 제시된 문항을 통해 자신의 연애시나리오를 점검해보면서 그동안 자신의 연애에 있어 어떤 관계들이 존재했는지, 또 어떤 문제들이 반복되고 있었는지 살펴보자.

나의 연애시나리오 점검해보기

● 연애시나리오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있다면?

● 연애파트너의 공통점이 있는가?

● (과거연인과 지금 연인들이) 반복되는 패턴이 있는가?

● 감정이나 욕구의 표현과 충실도

● 스킨십의 전개방식

● 연애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 파트너와 갈등을 일으킨 부분이 있다면?

● 행복한 연애관계를 맺었는가? 연인관계에 점수를 매긴다면?

● 당신이 생각하는 이상적 연애는 어떤 모습인가?


  사랑에는 이념도 계급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흔히들 말한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생각보다 끼리끼리 사귀는 경우가 많다. 왜 노숙자와 사랑에 빠지는 사람은 없을까?
  이처럼 자신과 비슷한 사회, 같은 공간의 사람에게 끌리는 것을 학문적 용어로 ‘아비투스(HABITUS)’라고 한다. ‘나는 이 사람이 왜 편한가?’ 이 질문안에는 내가 편하다고 느끼는 사람의 사회적 환경과 여건이 자신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즉 연애파트너는 나를 비추는 거울이며, 그 사람을 통해 내가 욕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랑’이라는 우연적 요소 안에는 그 사람을 자주만날 수 있는 공간적 계급, 사회적 계급도 포함되어있는 것이다. 여성학의 구호이기도 한 ‘개인적인 것이 가장 사회적인 것이다.’라는 말처럼 우리의 개인적 사랑안엔 무수한 젠더코드와 데이트문화가 숨어져 있다.
  또한 커플링, 기념일 이벤트, 커플티 등 연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해보았을 것들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소비조장이라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사회는 사랑하기 때문에 꼭 해야 하는 일이라면서 연인들의 과소비를 조장한다. 금전적 문제로 헤어지는 커플들이 꽤 많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연애에서 더 이상 돈문제는 떼어놓을수 없다. 연인들은 이런 형식화된 상징(이벤트, 기념일)들에 대해, 그리고 이 소비 안에서도 갈라지는 남녀의 역할구분에 대해서도 고민해보아야 한다.

                     ▲ 두 손을 꼭 잡고 강의를 듣는 연인. 강연을 통해 이들의 사랑이 더욱 행복했으면!

내 사랑은 몇 점?

“10점이요. 100점 만점,이요.”

속으로 80점 정도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깜짝 놀랐다. 어떻게 30점이라는 작은 점수가 나올까? 더 신기했던 건 50점을 넘는 커플이 드물었다는점이다. 연애시나리오 점검을 통해 반복되는 좋지 않은 연애 패턴과 상처입히기를 그만두고, 행복한 연애를 위해 자신에게 필요한 원칙을 스스로 정해보았다. 이를 통해 사랑하면 ‘해야 하는’ 것들 때문에 불행해져야했던 모든 커플들이 서로의 발목에 채워진 족쇄를 풀어주는 계기가 될수 있었다. 이에 강사는 서로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밀당(일명 밀고 당기기) 보다는 내면의 소통을 통해 서로에게 다가가는 것이 더 오랜 사랑을 위한 준비일 것이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고민을 이야기 하며 사랑에 대해 한층 성숙한 입장에서 바라보며, 그동안 상대방의 알 수 없던 감정과 자신의 행동들에 대해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상처 난 마음에 빨간약을 발라줄게요.

B급 연애탈출 9계명

1

연애는 훈련이다.

2

현실을 벗어난 판타지는 버려라.

3

나만의 연애각본을 써라.

4

끌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5

행복을 우선시하라.

6

미련 없이 최선을 다하라.

7

하나 된다는 거짓말에 속지마라.

8

나이듦의 방어막을 만들자.

9

서로의 자원을 이용하되 그에 속하지는 말자

 서로의 고민을 말하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내다보니 어느새 강연이 끝날 때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B급연애탈출 9계명을 통해 앞으로 더 행복하게 사랑할 것을 다짐하며 마무리했다.
  온전한 나에서 시작되는 연애만이 사랑 속에서 나의 중심을 찾을수 있고 자신이 행복할 수 있다. 내가 행복해야 상대와의 관계도 충만해지기 때문이다.

  사랑을 통해 황홀한 비상과 추락하는 자괴감을 반복할 때가 많았다. 상처받은 마음은 결코 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미친 듯이 바닥으로 추락하는 자괴감에는 내가 더 사랑한다는 고작 이유 같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상대를 더 좋아하는건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니다.’ 이 강연을 통해 더 사랑한다는 자괴감속에 언제나 남성이 여성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하며 사랑받는 낭만적 사랑에 대한 환상이 있었음을 깨달았다. 이와 마주하고 나서야 날 억누르고 있던 불안감에서 해소될 수 있었다.

  집에 오면서 ‘사랑한다.' 문자한통을 보낸다. 언제나 내가 더 사랑한다는 불편한 감정 때문에 스스로 상처를 내어 사랑을 헐어버린 지난 나에게, 그리고 그런 나에게 상처받은 너에게 빨간약을 발라줘야지. 빨리 새살이 돋아 더 깊은 사랑의 넝쿨이 열릴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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