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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사라지지않는 무지개를 위하여

by kwhotline 2011. 6. 5.


한국여성의전화 차세대인권감수성교육
위하여 

황나리(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고갱이’)

 

   “인권은 무지개를 싫어해요."
  “왜요?”
  “무지개는 금방 사라져버리니까요.”

  일곱 빛깔이 어우러진 무지개는 주로 다양성의 의미로 해석되며, 특히 성적소수자의 상징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인권교육 중 한 참여자는 무지개를 ‘사라지는 것’으로 정의하면서, 교육자들에게도 갇혀 있던 단어의 이미지를 환기시켰다. 밝게 빛나던 무지개가 하늘 속으로 옅어져가듯, 우리들도 인권을 의식하지 못한 채 기존 사회에 동화되어 가고 있던 건 아니었을까? 오래전 아스라진 빛깔들이 꿈틀하며 가슴을 두드린다.
 
  5월 7일 토요일, 한국여성의전화의 차세대인권감수성교육이 첫 발을 내딛었다. 설레는 첫 만남의 주인공은 대림중학교 ‘Attention!!’ 동아리였다. 자신의 활동에 집중하라는 동아리 이름처럼, 이날 한국여성의전화 교육장은 20여명의 십대 여성들의 재기발랄하고 개성 넘치는 이야기로 가득 찼다.


▲차세대인권감수성 교육의 첫 번째 주인공 ‘Attention!!'


  삐뚤빼뚤해도 괜찮아

  둘이 짝이 되어 소용돌이 미로 여행을 떠난다. 한명은 눈을 감고, 다른 한명은 여행자가 정해진 길을 따라 갈 수 있도록 설명하는 안내자가 된다. “제대로 가라고!”, “이쪽이라니까!” 답답함에 눈을 감 친구의 손을 강제로 옮겨 올바른 끌어당겨보지만 생각처험 잘 되지 않는다. 여기서 정해진 길을 벗어나는 선들은 ‘시력을 가졌는가’의 극명한 차이를 보여준다.
 
미로여행을 떠나면서 여행자와 안내자는 서로가 가진 다른 상황에 대해 이해하지 못해 갈등을 빚는다. 하지만 소통을 통해 삐뚤빼뚤했던 어려운 여행길이 어느새 도착점에 다다르고 있음을 알게 된다.

                                                 ▲ 펜 끝에 집중!    

                             ▲ 정해진 선을 넘어갈까봐 조심스럽게 펜을 움직이고 있다. 
                           역할 바꾸기를 통해 서로의 위치와 상황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
서로 대화를 나누며 미로여행을 즐기고 있다.


  “손으로 잡아끌지 않고 보이지 않는 사람의 기준에서 방향을 설명해주었어요.”
  좋은 안내자는 누구일까? 역할을 바꾸자 눈을 감은 여행자의 입장에서 설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안내자들이 많아졌다. 여행자가 지금 어디쯤에 있고, 어느 방향으로 가면 되는지 설명했고, 조심스러웠던 펜의 움직임이 조금씩 과감해지기 시작했다. 서로의 상황이 되어보면서 자신 위주의 해석이 아닌 상대방의 상황에서 인식해야한다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참가자들은 미로여행을 통해 보이지 않는 소수자가 되어보기도 하고, 보이는 것이 가진 권력을 느껴보기도 한다. 인권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며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리고 미로여행의 주인공이 눈을 감은 여행자이듯, 인권의 중심엔 소수자가 있어야 한다. 소통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것, 가장 쉽지만 세상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반짝, 빛나는 학생들의 눈 속에 어떤 변화가 생겼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인권씨, 낯선 너를 보여줘

  
  두 번째로는 상자 속에 있는 사물카드를 뽑아 인권과 연결시켜 생각해보는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냄비, 나비, 무지개, 연필깎이 등 일상속의 다양한 단어들을 통해 인권에 대한 개념을 구체화 할 수 있었다.
  ‘인권은 냄비다. 넓은 공간으로 많은 것을 담을 수 있기 때문에’, ‘인권은 본드를 좋아한다. 사회의 좋은 것을 이을 수 있기 때문에’ 등 특정 단어에 고정화된 이미지를 가진 어른에게선 나올 수 없는 기발하고 재밌는 대답들이 많이 나왔다. 재치 있는 단어선택으로 교육진행자들의 탄성이 절로 나왔다.

▲ 처음엔 사진 찍기를 부끄러워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포즈까지 취하는 당당함을 보였다.

사물카드를 통해 인권을 정의해보는 조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 자신의 조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읽고 있는 참가자들.


  당연한 것에 ‘왜?’ 라고 질문해보세요.

  다음으로는 가정과 학교라는 자신의 일상과 맞닿아있는 공간에서의 인권에 관한 영상 두 편을 통해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차별과 폭력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첫 번째로 여성, 특히 어머니의 역할로 간주되는 집안일과 육아의 문제점을 다룬 영상물을 보고 평등한 가족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평등가족지수를 알아보는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는데, 설문문항의 문제점을 묻는 질문에 이성애주의나 정상가족 위주의 문항이라는 문제제기도 나왔다. 가정에서의 차별과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가족 자체의 의미와 다양한 형태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며 어느새 멀게만 느껴지던 인권에 한발 다가서고 있었다.

▲ 영상을 보고 토론하는 모습

  두 번째로 십대에게 공부하는 ‘학생’으로서의 역할만을 강요하고, 성적이 나쁘거나 대학을 가지 못하면 ‘문제아’로 낙인찍는 문제를 그린 영상물을 보았다. 십대 본인이 실질적으로 느끼고 있는 문제인 만큼 더욱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고, 활발한 토론이 이어졌다.
 
“나는 왜 대학에 가려고 할까?”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교사와 학생 간, 또는 또래 안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또한 학생인권조례안을 살펴보면서 인권이 존중되는 학교문화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현장의 인권을 영상이라는 제3자의 시선으로 들여다보면서, 참여자들은 그동안 자신이 ‘당연시 여겨왔던 것’들에 대해 의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불편하고 화가 났던 경험들이 인권이 침해받았기 때문임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는 인권 실천을 위한 다섯 가지 약속을 적어보면서 일상 속에서 인권에 대한 고민을 지속할 것을 다짐했다.


  보편에서 보편으로

 
인권감수성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사회제도와 문화에 문제를 제기하며, 장기적으로는 사회변화를 가능케 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이번 인권교육에서는 다양한 모둠작업과 토론을 진행하였고, 참여자들에게 인권은 ‘인간의 권리’라는 거대담론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일상의 언어’로 변해갔다. 이제는 막연하기만 했던 인권을 구체적인 자신의 삶으로 가져와 이야기 할 수 있게 되었다.
 
보편에서 보편으로, 가장 낮은 곳에 시작하는 인권의 이야기를, 여기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시작하려한다. 반짝, 빛나던 아이들의 무지개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도록.



한국여성의전화는 ‘딸들의 위한 캠프’, 폭력예방교육 등 십대 인권감수성 향상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왔습니다. 2011년부터는 인권감수성 향상을 넘어 차세대인권활동가 양성을 위한 인권교육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8월 28일 그 두 번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십대들의 신나는 인권세상! 함께 만들어 가고 싶은 분들은 꼭 신청해 주세요
!

* 참가 문의 및 신청 : 희망참여팀 재재 02-3156-5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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