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신입활동가 직무연수 취재기

by kwhotline 2011. 5. 18.

 

한국여성의전화 신입직무연수

지난 318일부터 41일까지 매 주 12일 일정으로 신임부설기관장(3/18~19), 신임 사무국장(3/24~25), 신임 회장(3/31~4/1) 직무연수가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있었습니다. 한국여성의 전화 신입직무연수는 2006년에 시작해 올해가 6년차를 맞이한 프로그램으로 현직 활동가들이 신입활동가들의 원활한 직무적응을 위해 마련한 알찬 직무연수프로그램입니다. 이번 신입 활동가 ELF과정에는 전국 43명의 신입활동가가 함께 했습니다. 

벚꽃이 흩날리던 봄 날, 대방역 서울여성플라자. 여성의전화 신입직무연수에 설레는 마음을 안고 찾아갔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이미 가득 찬 강의실에 12일에 참여하는 신입활동들의 열기가 느껴졌습니다.

서로 알아가는 시간

첫 프로그램은 수원지부 정유리 사무국장님의 진행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 중에 제가 할 수 없는 요가 자세는 무엇일까요?’ 순식간에 분위기는 왁자해졌고 이어 스테레오타입이 아닌 톡톡 튀는 자기소개가 이어졌습니다. 여섯 개 조로 나눠 앉은 테이블에는 잡지와 스케치북등이 나눠졌고 신입 활동가들은 이를 이용해 노래부터 삼행시, 그리고 잡지를 오려붙이는 방식까지 다양한 자기소개를 했습니다. 듣다보니 단순히 자기소개가 아닌 여성의 전화에 왜 오게 되었는지 신입활동가로서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왜 여성의 전화 활동이 있어야 하는지 등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 기자도 많이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외로워도 슬퍼도~나는 안 울어느닷없이 시작된 노래에 다들 어리둥절한 가운데 혼자 우는 사회가 아니라 다 같이 함께하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노래에 담긴 포부를 밝힌 활동가의 말에 다들 고개를 크게 끄덕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삼행시로 운을 띄운 활동가는 윤리를 배웠습니다. 소중하더군요. 근데 영 아니더라구요~ 여자를 위한 윤리가 아니었습니다.’ 결코 가볍지 않은 말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이 자리에 모인 43명의 활동가들 모두가 공감할 수 있었던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게 첫 프로그램은 서로 알아가는 시간과 함께 신입활동가들의 면면과 포부, 그리고 반짝이는 마음들을 엿볼 수 있는 시간으로 채워졌습니다 

여성의전화 바로알기 워크샵 

여성에 대한 폭력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입니다. 왜 인지 아시나요?’

두 번째 프로그램은 여성의전화 바로알기 워크샵이었습니다. 갓 시작한 기자단 활동에 앞서 공부가 부족하다고 여겼던 지라 기대하고 있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강은숙 공동대표님께서 활동가들에게 던진 질문이 마음에 크게 와 닿았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남성과 여성의 사회적 권력 불평등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개인,그리고 가정의 문제로 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근본적인 해결은 사회적인 것에서 찾아야 하며 사회적인 접근이 없어서는 단 한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는 대표님의 말씀은 여성의전화 신입 활동가들의 아니 그리고 어쩌면 기자의 어깨에 무겁게 내려앉은 것 같았습니다.

이어진 워크샵에서는 여성의전화의 역사,여성의전화의 정체성과 비롯하여 여성의전화에서 해 온 주요 행동들(성폭력 특별법,가정폭력방지법제정에 기여,황혼이혼사건,최초 성폭력 정당방위사건 대응)의 내용이 이어졌습니다. 기자의 눈이 번쩍 뜨였던 것은 아직 여성의전화를 모르던 시절 매스컴에서 접한 황혼이혼 사건이었습니다. ‘그렇게 오래 살았으면 그냥 헤어지지지 마시지 할머니 왜 이혼을 하신대?’ 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무척 부끄러운 무지를 자랑했던 기자의 과거가 스쳐지나갔습니다. 평생 남편으로부터 심적 신체적 폭력을 받아온 나이 든 아내의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내 삶 찾기를 여성의전화가 아니었으면 할 수 없었던 것임을 간과했던 것이지요. 기자의 뜨끔거리는 마음을 안고 경청하는 가운데 활동가들은 진지하고 반짝거리는 눈동자들로 워크샵에 참여했습니다 

무엇이 여러분을 움직이게 합니까

맛있는 저녁식사 시간 후 이어진 이지희 부천지부 사무국장님과의 시간. 부천지부에서 회원사업을 담당하셨다던 사무국장님의 작년 1월 결심했던 퇴사에도 불구하고 이내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던 이야기에서 결코 쉬운 길이 아닌 활동가의 열정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한 나절 정도밖에 되지 않는 시간이었지만 여느사람들에게는 쉽게 볼 수 없는 반짝거리는 무언가가 느껴졌기 때문에 신입활동가들, 무엇이 그들을 반짝이게 만드는지에 대해 궁금했기 때문에 역시 귀를 쫑긋 세웠습니다. 무엇이 여러분을 움직이게 합니까? 기자가 묻고 싶은 질문이기도 했습니다.

이지희 부천지부 사무국장님의 이야기에 이어 신입활동가들의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후원회원으로 참여하다가 활동가로 오게된 회원, 그리고 사우나에서 여성의전화 활동가를 만나 인연이 되었다는 회원, 일반조직에서 일하다가 부당해고를 당하기도 했었다는 회원, 신입활동가들이 이 곳에 오게 된 이유는 제각각이었지만 그들 사이에는 가장 인간적인 가치에 대한 공감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그 가치의 공감과 공감하는 사람들과의 유대가 가장 큰 힘이 되고 있음도 말입니다 

마지막 프로그램, 역할극

이날의 마지막 프로그램이었던 역할극에서는 자유주제로 신입활동가들 스스로의 이야기를 펼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준비를 위해 여성플라자 건물에 마련된 숙소로 올라가 토의를 하는 모습은 마치 수학여행때 장기자랑을 위해 모여앉은 여학생들 같기도 했습니다. 발랄하고 소란스럽고 활기차고 은밀한 회의 끝에 다시 강의실로 모인 역할극은 자기소개 시간 만큼이나 독창적이었습니다. 무언극같은 형태로 쪼그리고 앉은 활동가를 꾹꾹 누르는 나머지 활동가들은 우리사회의 여성인권을 여느 극단 못지 않게 잘 반영한 퍼포먼스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 외에도 이야기 자체를 담은 활동가적 활동가의 이야기부터 여성의전화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의 퍼포먼스로 구성된 역할극 발표들이 이어지고 신입활동가 직무연수의 첫날 밤은 깊어갔습니다 

신입활동가들에 대한 궁금증, 어떻게 오셨어요?

다소 발칙한 질문이기는 하지만, 연수 중간 쉬는 시간마다 신입활동가분들을 붙잡고 여쭸봤습니다. 사실 궁금했거든요.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반짝거리게만드는지가요. 왜 이 활동을 하고 싶으셨어요? 앞으로 뭘 하고 싶으세요? 전국각지에서 올라온 신입활동가들은 먼 길 오는 동안 피로와 바쁜 연수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질문에 웃는 얼굴로 성의껏 대답해주셨습니다.^^

Q) 어떻게 활동가가 되셨나요?
사우나에서 만났어요. 사실 공무원생활도 하고 직장생활도 했었는데, 벽에 부딪히게 되더라구요. 그러던 차에 사우나에서 우연찮게 여성의전화에서 활동하시는 분을 만났어요. 딱 이게 내 일이다 싶더라구요.^^

Q) 앞으로 뭘 하고 싶으세요?
일하다 보니까, 사실 일이 힘든게 아니라 재무관련 기반이 잡혀있지 않아서 다들 힘들게 느끼는거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다른건 몰라도 재무업무의 체계를 잡고 싶어요.
-
여성의전화에 미디어 부분을 만들고 싶어요. 글도 좋고 사진도 좋지만,미디어 관련한 일을 하고 싶습니다. 라디오 방송이라든지..^^
-지금 8개월째 회원사업을 맡고 있는데요~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나누는 잘 소통될 수 있는 그런 회원사업을 하고 싶습니다.^^

 ELF 과정 활동 첫날 취재를 마치며

   몸은 피곤했지만 하루 동안 이어진 프로그램은 기자의 마음까지 벅차게 하기 충분했습니다. 이틀 째 프로그램에 함께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벅찬 마음이 무척 아쉬웠을 지경입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힘든데 그렇~게 재밌으신가봐요~?’하고 하루가 멀다하고 찾는 약국에서 들었다는 선생님의 말씀도 기억났습니다. 짧은 시간을 쪼개어 이야기를 나눈 활동가들의 활기찬 모습과 당찬 포부,그리고 그들의 반짝거리는 가치는 계속될것이 분명했기에 무척 든든했습니다. 언제까지? 앞으로 여성인권이 가장 사회적인 것으로 가장 사회적으로 다뤄지는 그 날까지.!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고갱이' 원다라 기자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