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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법원에 가다 - 43기 여성주의상담전문교육 교육생들과 함께

by kwhotline 2011. 5. 18.



지난 4월 19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가정법원에서 한국여성의전화 43기 여성상담전문교육 교육생들의 법원 참관이 진행되었다. 오전의 재판 방청과 오후의 법원견학으로 나누어 진행된 이날 견학은 약40여명의 교육생들이 참여하여 열의있는 시간을 보냈다.

오전의 진행된 재판 방청은 30년간 가정폭력에 지속적으로 시달리던 여성의 사건이었다. 남편으로부터 살해위협을 느끼자 이에 대항하던 여성이 남편을 살해하게 되어 청주여자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던 중 수감자가 평소 간질을 앓아오던 환자임에도 교도소 측의 관리 소홀로 이를 알지 못하고 일반 수감자와 같이 취급하여 환자가 지속적으로 고통을 호소하였음에도 불구, 이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결국 하지정맥류로 인한 폐색전증으로 사망하여 그의 유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특히 한국여성의 전화가 사건이 접수됐을 때부터 소송을 진행하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많은 조언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사건으로 소송이 진행되면서는 대한변호사 협회와 공동으로 사건을 담당해왔다.

재판은 10시 반에 3층 법정에서 열렸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으며 최종 선고를 앞둔 최후 변론으로 원고 측은 지금까지 주장해온 내용이 틀림이 없음을 확인하고 피고측은 사전원고 측 추가 주장에 대한 반박을 끝으로 종료되었다. 이 사건은 그동안 경시되었던 재소자의 인권문제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본 사건의 여성은 비록 가해자였지만 그 역시 가정폭력의 또 다른 희생자였다. 살인사건이라는 결과 속에 감춰진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면의 과정에 있어서의 사회적인 의식과 원인이 된 가정폭력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한 대책이 시급함을 다시 한번 증명해준 사건이었다.


점심을 먹고 벚꽃이 흩날리는 법원 안의 조용한 장소에서 오늘 열렸던 재판에 대해 연수생들의 담소가 이어졌다. 연수생 각자가 느낀 점을 말하고 의견을 나누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다양한 의견들이 오고갔지만 일반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모든 수감자를 다루는 교도소의 태도에 대해 비판하고 병력자에 대해서는 별도의 특수한 관리가 필요함에 모두가 공감하였고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처럼 사건의 저변에 가정 폭력이 원인이 된 사건의 경우에는 사건의 가해자 역시 가정폭력에 희생된 피해자이므로 사건의 처리에 있어 과정의 전반적으로 이에 대한 별도의 지침이 필요하다는 것에 입을 모았다.

 

이후의 예정된 가정법원 견학은 먼저 법원의 홍보비디오를 관람한 후 가정폭력사건과 관계가 있는 담당 실무관들의 설명과 질의응답시간과 실제적으로 가정법원에서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판사와의 대담시간을 갖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이와 관련하여서는 협의 이혼절차에 대해서는 박재영 담당실무관님과 가정보호조사관으로 근무를 하시고 현재는 소년조사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조형수 조사관님과 마지막으로는 현재 가정법원의 1단독재판을 맡고 계신 안종화판사님이 맡아서 진행해주셨다.

약속된 시간이 2시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가정법원의 1층 로비는 몰려든 연수생들로 북적였다. 오늘의 행사는 연수생들은 전의 숙박교육를 마치고 난 뒤의 다시 만나는 자리인지라 만남이 더욱 정답고 돈독해보였다. 반가운 인사를 서로 나누고 간단하게 출석체크를 한 후 법원의 견학 담당자의 안내에 따라 멀티미디어실로 이동하였다.

간단한 법원에 관련된 홍보영상을 10분 정도 보며 장내를 정돈하였다. 영상을 다 보고난 뒤에는 협의이혼의 담당 실무관님이 멀티미디어실로 오셔서 협의이혼에 대한 절차에 대한 유인물의 배부와 이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이어졌다. 설명을 마무리하면서 특별히 한국여성의 전화에 대하여 상담자들이 이혼에 대한 상담을 할 시 자녀의 복리에 대해 숙려할 수 있도록 상담원들의 조언을 부탁드린다는 당부의 말씀을 하였다.

이후로는 궁금했던 사항에 대한 질의응답시간이 이어졌다. 상담을 할 때의 어려운 점에 관한 질문 등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졌으며 담당 실무관님도 친절하게 답변해주었다. 이어지는 일정 때문에 더 질의응답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만큼 쏟아지는 질문들에 연수생들의 진지성과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다음은 가정법원 내의 조사관실로 이동하여 가정법원조사관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 지 업무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역시 질의응답을 하는 순서가 이어졌다.

가정보호재판은 가해행위를 한 행위자를 형사처벌하기보다는 가정을 유지함을 전제로 폭력행위의 교정 및 재범방지를 위한 것으로 이와 관련하여 특히 가정법원조사관은 행위자와 피해자 각각을 불러 결혼생활을 비롯한 사건에 관계된 가정환경 전반의 조사를 통해 가정보호재판이 실질적이고도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판사에게 사건의 정황을 설명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역시 이어지는 질의응답시간에 있어서도 궁금한 사항에 대해 연수생들의 활발한 질문이 이어졌다. 질문을 통해 간단한 설명이 더욱 입체화되었으며 용어에 대한 설명부터 실무와 맞닿은 구체적인 질문이 오감으로써 내용이 더욱 다양해지고 풍부해졌다. 다음 일정에 밀려 더 많은 질문을 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 할 정도로 연수생들의 열의는 대단했다.

이후로는 가정법원 7층 소회의실로 이동하였다. 서울가정법원 1단독판사를 맡고 계시는 안종화판사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정폭력사건의 처리과정에 대한 유인물을 배부 받고 판사님의 간단한 설명이 이어졌다. 조용조용한 판사님의 설명에 연수생들은 모두 귀 기울였고 이곳이 마치 학교인 것처럼 수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가정폭력은 모든 폭력의 근원이며 이러한 폭력의 연결고리를 근절해야만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여성의전화와 같은 사회기관과 상담원들의 역할이 크게 중요함을 몇 번이고 강조했다.

아까와처럼 이어지는 질의응답시간에도 여기저기서 질문이 쏟아졌다. 이번에도 역시 시간이 더 있었다면 좋았을 정도로 평소 궁금하던 부분에 대한 질문과 현재 제도에 대한 문제의식 등 깊이 있는 질문이 쏟아졌고 친절한 답변을 들었다.



법원의 방청이 끝나고 연수생 두분의 간단한 후기를 인터뷰해보았다.

전영희선생님은 가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문제에 대해 법제와 같은 사후적 절차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전에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사전 절차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셨다. 학교에서 사회생활에 필요한 교육을 받는 것처럼 가정 역시 이를 조화롭게 잘 꾸려나가기 위한 별도의 교육이 필요함을 생각하셨다고 하였다.

조성근선생님은 법원의 방청이 의미있었고 좋았지만 조금은 메아리같은 부분이 없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을 나타내셨다. 가정폭력을 근절하는 데는 실질적인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므로 특히 폭력이 발생한 후에 이루어지는 재판 등 사후적 절차보다 폭력이 발생하기 전에 이를 막을 수 있는 사회적 제도와 입법과 같은 사전적이고 실질적인 조치가 보다 더 중요하고 필요함을 강조하셨다.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고갱이’ 양승혜기자(cruzz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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