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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이슈/칼럼

가정폭력 대응정책, 갈 길이 멀다

by kwhotline 2015. 4. 10.

가정폭력 대응정책, 갈 길이 멀다

 

박근혜 정부는 취임 초기 가정폭력을 ‘4대악의 하나로 선정하고 가정폭력 예방 및 근절을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만큼 가정폭력이 우리 사회에서 해결해야 할 주요한 문제라는 반증일 것이다. 가정폭력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가까운관계인만큼 비난이나 보복이 두려워 피해자가 신고를 주저하기 쉽고, ‘집안 일이라는 인식 때문에 외부 개입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각 가정의 노력만으로는 가정폭력을 근절하고, 피해에 대처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역할을 대신 할 국가의 대응 정책은 여전히 미흡하기만 하다.

 

 

 

가정폭력 -> ‘가족폭력

 

건강가정기본법 32조는 가정을 가족 구성원이 생계 또는 주거를 함께 하는 생활공동체로서 구성원의 일상적인 부양·양육·보호·교육 등이 이루어지는 생활 단위라 정의한다. 가정이 실생활을 함께 하는 공동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하지만 가정폭력은 주거와 생계가 분리된 상황에서도 가족 간에 발생할 수 있다. , 가정폭력은 가정 내 장소에서 발생하는 폭력이라기보다 가족 내 관계로서 발생하는 폭력이며, 따라서 가정폭력보다 가족폭력이나 가족 내 폭력이라는 용어가 현실 묘사에 더 적합할 수 있다. 뿐만이 아니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특례법’)’은 가정폭력을 가정구성원 사이의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로 정의한다. 이와 같은 정의는 가정폭력의 피해를 물질적, 표면적인 피해로 한정할 뿐, 그것이 가져오는 정서적 손상 등은 배제한다. 또한, 성폭력 피해에 대한 언급이 빠져있다는 점에도 주목할 수 있다. 가정(혹은 가족 구성원) 내에서는 성폭력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전제가 깔려있는 것이다.

 

보호가 아닌 처벌을

 

가정폭력을 사회문제로 인식하는 시각은 크게 가족체계론적 시각, 페미니즘 시각 두 가지로 분류된다. 가족체계론적 시각에서의 가정폭력은 잘못된 사회화로 인한 가해자 남성 개인의 일탈 행위이다. 가해자 남성의 지속적 폭력행위는 가족을 해체할 위험이 있기에 가족체계론적 시각에서는 가족 보호를 위한 사회적 개입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러한 개입 과정에서는 가해자로서 남성 역시 도움이 필요한 가족체계 구성원이다. 따라서 폭력 가해·피해 당사자 간 상호작용 패턴을 변화시킴으로써 가정폭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페미니즘 시각에서 가정폭력은 가부장적 사회구조가 발생시키는 현상이자, 남성이 가족 내 지배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다.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라도 잠재적 위협을 수단으로 한 남성의 여성 통제 구도가 존재하는 이상, 남성은 가부장적 구조의 수혜자라는 점에서 가정폭력 가해자와 다르지 않다. 때로 발생하는 여성에 의한 남성 폭력은 남성에 대한 방어적 행위일 뿐이다. 따라서 가정폭력 현장에서 피해여성 보호가 우선적이며 남성의 폭력적·억압적 행동을 억제할 정책적 개입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한국의 가정폭력 대응정책은 대체로 가족체계론적인 경향이 강하며 일부 개입방법에서 페미니즘 시각을 반영하는 특징을 보인다. 특례법에서 제시하는 가정폭력 대응정책의 목적은 가정의 평화와 안정 회복, 건강한 가정 유지, 피해자와 가족 구성원 인권 보호이다. 이 세 목적의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서 보호처분을 통한 가해자 교정을 제시하고 있다. 가정폭력을 남성 개인의 일탈로 보는 것이다. 페미니즘 시각을 대변하는 조치로서는 접근금지 명령이 있다. 선진 복지 국가 대부분은 가정폭력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의해 가해자가 피해자의 주거지에서 무조건분리 조치된다. 하지만 한국의 특례법에 의하면 현장 출동 경찰의 판단에 따라응급조치를 통해 가해자와 피해자를 일시적으로 격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일 뿐이며 가정폭력사건에 대한 경찰의 인식 부족으로 이마저도 잘 시행되지 않고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제대로 분리하기 위한 절차로 임시조치가 있지만, 경찰이 검사에 임시조치를 신청하고, 검사가 법원에 이를 청구한 후, 판사가 임시조치를 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피해 여성이 폭력으로 인한 억압 구조에서 빠르게 벗어날 가능성을 닫아둔 것이다.

 

가정폭력 피해여성 지원체계 확대해야

 

가정폭력 피해여성 지원기관의 경우 별다른 자활지원센터가 없어 집중적인 자활지원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가정폭력 피해여성을 위한 쉼터에서는 직업기술, 교육훈련 지원, 취업 연계 등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왔으나 정부 지원이 꾸준하지 못하고 가정폭력 특성상 폭력 피해 여성들의 취업에 장애 요소(거주지 노출 위험, 낙인, 정신적 트라우마 등)가 많아 원활한 취업연계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가정폭력 쉼터 거주자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신변 안전이 보장된 일자리에 대한 요구가 절실하다는 점이다. 본인들의 거주지가 노출되면 언제든 가해자에 의한 2, 3차 폭력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주로 비가시적이고 일시적인 일자리를 선호한다. 물론 이는 대부분 일용직, 단순직으로 경제적 자립을 위한 안정적 일자리가 되기엔 역부족이다. 전달체계 개편 역시 중요한 이슈이다. 특히 고용노동부나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한 모든 일자리 연계나 지원 전달체계에는 폭력피해경험 여성의 특수성을 감안한 행정체계와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위에서 말한 신변 노출 위험은 물론, 지원 훈련인 고용노동부 내일 배움카드제 역시 자부담 비율이 높아 경제적 여건이 열악한 가정폭력 피해 경험 여성이 접근하기 어렵다. 대부분 자녀를 동반하고 있기 때문에 양육지원 욕구와 자립, 자활에 대한 욕구가 그 어느 폭력 피해 여성보다 높음에도 불구하고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의 노동권은 사실상 현실적인 지원 체계 하에서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오늘의 한국 사회에서 가정폭력은 더 이상 쉬쉬해야 할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가정폭력이 더 이상 개인, 혹은 개별 가족의 문제가 아닌 사회문제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그 관련 법안에서 내리는 가정폭력의 정의는 매우 한계적이며 대응 정책과 피해 여성 자활 지원 역시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한별_한국여성의전화 대학생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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