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성인권 이슈/칼럼

가정폭력관련법, 그 어두운 그림자

by kwhotline 2015. 4. 10.

가정폭력관련법, 그 어두운 그림자

 

 

42일 오전 10, 한국여성의전화 교육장에서는 '가정폭력 사건 처리 및 관련 법'에 대한 조인섭 변호사의 강의가 진행되었다. 가정폭력관련법률, 특히 가정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하 가폭법)에 대한 강의였다.

 

가폭법 제2조 제1호에서는 '가정폭력'을 가정구성원 사이의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로 정의한다. 여기서 말하는 '가족구성원'이란 배우자 또는 배우자 관계에 있던 자, 사실혼 관계에 있는 자,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 존비속관계에 있거나 있었던 자, 계부모와 자의 관계 또는 적모와 서자의 관계에 있거나 있었던 자, 동거하는 친족관계, 이 중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모두 가족구성원이 된다.

 

 

 

다른 폭력과 달리 가볍게 다루어지는 가정폭력

가정폭력이 발생하면 피해자의 선택 하에 형사와 민사 두 가지 방법으로 법적 처리 절차를 밟을 수 있다. 형사처리의 경우 경찰이 가정폭력 사건을 접수하면 검찰로 넘어간다. 검찰은 가정폭력이 명백한 사실인 경우에 한하여 법원에 기소 할 수 있다. 이 때 가정폭력사건은 다른 형사사건과 달리 특수하게 가정법원에 송치될 수 있는데, 형사 처벌을 받지 않아도 되는 사안이거나 피해자가 형사 처벌을 원하지 않을 경우 이러한 절차를 따르게 된다. 유죄처벌을 받으면 전과가 되는 형사기소와는 달리 가정법원에서는 사회봉사 수강명령과 같은 보호처분을 받는 것이다. 일반적인 폭력사건의 형사 처벌과는 다른 처벌이다.

 

가정폭력사건이 일반적인 폭력 사건과 달리 가볍게 다루어지는 이유는 과거의 한국 사회의 가부장적 모습과 관련이 있다. 과거 많은 여성들은 가정폭력을 신고하는 것을 주저했는데, 이는 남편이 형사 처벌을 받을 경우 생계가 위협받는 상황이 초래되기 때문이었다. 가폭법은 여성들의 신고율을 높이기 위해 제정한 법이지만 오히려 가정폭력을 심각하지 않게 여기도록 만드는 등의 부작용을 초래하였다.

 

가폭법은 과연 피해여성을 제대로 보호하고 있는가

가정폭력사건 처리의 핵심은 피해자로부터 가해자를 분리하는 것이다. 가해자와 피해자는 생활공간을 공유하기 때문에 피해자가 지속적인 폭력에 노출될 수 있고, 피해 사실을 진술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이 때문에 가해자의 분리는 가정폭력사건에서 꼭 필요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가정폭력 처리절차에서는 피해자에 대한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경찰단계에서 취할 수 있는 응급조치를 살펴보자. 경찰은 폭력행위를 제지하고 가해자를 피해자로부터 분리할 수 있다. 또 피해자를 보호시설로 인도하고, 폭력행위가 다시 일어날 경우 임시조치를 신청할 수 있음을 통보할 수 있다. 가정폭력 사건 접수 직후 곧바로 가해자를 구치소에 수감조치 하는 유럽의 경우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피해자가 집을 나가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진다. 이러한 상황은 가해자가 집을 점거하고 있을 때 벌어지는데, 이는 가해자를 주거지에서 퇴거시킬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검찰단계에서 실시하는 임시조치 또한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경찰의 응급조치 이후에도 가정폭력 범죄가 재발될 우려가 있을 경우 검사는 법원에 임시조치를 청구할 수 있다.

 

1. 피해자 또는 가정구성원의 주거 또는 점유하는 방실로부터의 퇴거 등 격리

2. 피해자 또는 가정구성원의 주거, 직장 등에서 100미터 이내의 접근 금지

3. 피해자 또는 가정구성원에 대한 전기통신기본법2조 제1호의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4. 의료기관 기타 요양소에의 위탁

5. 국가경찰관서의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의 유치

 

법원에서 임시조치 결정을 내린 경우, 위반시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임시조치 결정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돼 빠른 시간 내에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리되어야 하는 대부분의 가정폭력 사건 특성상 실효성이 없는게 현실이다. 또한 임시조치를 위반한 가해자는 가정폭력 범죄를 다시 일으킬 수 있고, 심각한 경우에는 피해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가해자에 대한 구속 조치가 필요하지만 현재 실행되고 있지 않다.

 

법원의 임시조치 결정까지 기다리기 어려운 긴급을 요하는 경우를 위하여 긴급임시조치라는 제도가 만들어졌다. 긴급임시조치는 피해자가 직접 신청할 수 있고 경찰이 발동하는 것인데, 임시조치의 1~3항인 방실로부터의 퇴거 등 격리, 100미터 이내 접근 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등이 이에 해당한다. 문제는 이 긴급임시조치는 법원의 임시조치와 달리 위반할 경우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현행법은 긴급임시조치 위반에 대한 어떠한 제재도 명시하고 있지 않다.

 

가정폭력 범죄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지만 현재의 가폭법은 피해자를 완전히 구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행법이 피해자에 대한 근본적인 보호의 내용을 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가정폭력 범죄와 관련법에 대한 입법부의 이해도가 떨어지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우리사회의 가정폭력의 현주소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발맞춰 법을 개정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

 

 

강누리_한국여성의전화 대학생기자단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