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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이슈/칼럼

움직이지 않는 마을의 폭력은 보이지 않는다 -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움직이는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

by kwhotline 2014. 11. 18.

움직이지 않는 마을의 폭력은 보이지 않는다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움직이는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

 

 

 

 

 

 

박근혜 대통령이 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을 4대악으로 지정해 이를 근절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여성폭력은 여전히 심각하다. 여성가족부의 ‘2013년 가정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신체적·정서적·경제적 폭력과 방임, 성학대를 포함해 전체 부부 중 폭력 발생률이 45.5%에 이른다. 가정폭력의 심각성은 여성단체의 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한국여성의전화(이하 한여전)에 따르면 2013년 한 해 남편이나 남자친구에 의해 살해당한 여성은 최소 123명이다.

 

지역사회 네트워크로 가정폭력 잡는다

 

가정폭력이 이같이 빈번한 이유는 가정폭력은 집안일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피해를 입어도 가족이니까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이웃에서 가정폭력이 발생해도 남의 집안일이라 모른척한다. 가정폭력이 일어날 때 이웃이 무관심한 태도를 보인다면 그 피해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여전은 2012년부터 3년째 서울 은평구에서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움직이는 마을 만들기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웃의 관심과 도움을 바탕으로 가정폭력 피해를 줄이는 것이 이 사업의 목표다.

 

움직이는 모델 2012:

학교, 경찰소, 상담소를 중심으로

 

이웃들이 관심을 갖고 가정폭력을 예방·지원하도록 하자는 생각은 2012년부터 구체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공공기관, 상담소를 중심으로 가정폭력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고민해 기관마다 움직이는 마을 모델을 만들었다. 학교는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가정폭력 예방 교육 및 정보제공을 하고, 경찰은 피해자 중심으로 가정폭력을 다루고, 상담소는 학교·경찰과 연계해 피해자를 지원하며, 지역 복지관은 가정폭력 가구 파악 및 상담을 진행한다는 것이 모델의 내용이다.

 

또한, 같은 해 한여전은 가정폭력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담은 움직이는 아이들·이웃·피해자 지침서를 제작해 은평구 내 학교, 아동센터, 동사무소, 복지관, 지구대에 배포했다.

 

2013년, 

불교사찰에서 가정폭력 워크숍, 약봉투에는 폭력예방캠페인

 

2012년 모델이 공공기관 중심이었다면, 2013년에는 새로이 종교기관, 약사회가 추가되었다. 한여전 자료집 <움직이는 마을모델 in 은평 Ver.2>에 따르면,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피해를 처음으로 드러내는 곳 중에 하나가 종교기관이다종교기관 모델의 일환으로 은평구 심택사에서 신도들을 대상으로 가정폭력 감수성 높이기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한여전 자료집에 따르면, 약국은 대다수 국민의 접근성이 높아 가정폭력 피해자 발견과 지원이 쉽다. 이러한 이유로 약사회 모델이 추가되었다. 약봉투 뒤편에 연계기관 안내 홍보하기, 워크숍 등을 실시해 가정폭력에 대한 약사들의 인식 고취하기가 약사회 모델이다.

 

둘째 해를 맞아 움직이는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에 은평구 지역 주민도 참여했다. 이신애 마을지원센터 상담원이 주축이 되어 은평구 체육센터와 마을센터 회원들을 대상으로 가정폭력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들은 가정폭력 피해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침묵을 말하라> 를 보고 가정폭력에 대한 직간접적인 경험을 나누었다. , 자신과 이웃의 가정폭력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이야기했다.

 

지역 주민을 가정폭력 예방의 주체로

 

올해는 지역 주민을 가정폭력 예방의 주체로 삼고자 한다. 지난 해부터 이루어졌던 은평구민의 참여를 발판으로 삼았다. 움직이는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는 지역 주민들의 가정폭력 감수성을 높이면서 경찰, 지역아동센터, 간호사회, 종교기관 등과 효과적으로 연계해 가정폭력 근절을 꾀한다셋째 해를 맞아 은평구간호사회가 새로이 참여해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가정폭력 관련 교육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움직이지 않는 마을의 폭력은 남의 집안일’ ‘부부싸움’ ‘가장의 훈육이라는 이름 아래 정당화되며 비가시적이다. 반면 지역사회 주민들과 지역 아동센터, 경찰, 학교, 종교기관, 의료기관 등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마을은 다르다. 가정폭력은 엄연한 폭력이자 범죄임을 안다면 자신과 이웃의 가정폭력을 예방·대처할 수 있다. 이들의 세상을 바꾸는 움직임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한국여성의전화 대학생 기자단 4기 정수연(totoker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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