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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차별을 말하라, 평범한 소수자의 목소리로 - 『수신확인, 차별이 내게로 왔다』(인권운동사랑방, 2013)

by kwhotline 2014. 11. 18.

차별을 말하라, 평범한 소수자의 목소리로

- 『수신확인, 차별이 내게로 왔다』(인권운동사랑방, 2013) -

 

 

 

차별이라는 보통의 경험

 

차별금지법을 만든다던 정부는 2007년 입법안에서 출신 국가, 언어, 가족 형태 또는 가족 상황, 범죄 및 보호처분 경력, 성적지향, 학력, 병력 항목을 삭제한 차별금지법안을 발표했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다는 핑계를 대며, 사실상 위의 7개 항목에 대해서는 차별을 금지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 것이다.

 

차별은 특별한 사람들이 겪는 그들만의 문제라고 생각된다. 차별은 사라져야 하지만, 그들에게서 사라져야 하는 것이다. 차별이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수신확인, 차별이 내게로 왔다(이하 수신확인…』)은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비혼모, 퀴어, 이주노동자, 장애인, 비정규직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소위 정상인의 정체성을 비장애인으로만 규정하지 않는다. 정상인에게 있어 장애가 없다는 것은 그들의 정체성을 결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비혼모, 트랜스젠더, 레즈비언, 게이, 이주노동자, 장애인, 비정규직 노동자는 다르다. 누군가의 가족이나 친구, 학생, 직장인이어도, 장애인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특징은 바로 장애라고 생각된다.

 

비혼모의 이야기라는 제목을 기대하고 수신확인…』 1장을 폈다면 실망하게 될 것이다. 그곳엔 승민의 이야기가 있을 뿐이다. 미혼모는 남편 없이 아이를 낳은 무책임한, 결혼을 못 한, 정부의 제도적 지원을 바라는 부족한 여성으로 그려지곤 한다. 아이를 낳고 장학금으로 대학에 다닌 승민은 모든 엄마는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할 수 있다. 미혼모가 그랬기에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것 역시 편견이라 말한다.

 

이들이 사회적 약자라 차별 당하나

 

네팔인 이주노동자 타파는 20년간 한국 공장에서 궂은일을 하며, 수많은 욕설과 차별을 겪다 건강에 문제가 생기고 만다. 결국, 타파는 죽음을 맞이한다. 타파가 겪은 차별은 정말 그가 이주노동자이기 때문인가? 비록 이주노동자가 아닐지라도 가난한 노동자는, 열악한 근무환경과 저임금으로 고통 받는다. 차별당하기에 가난하고, 가난하기에 차별을 겪는다. 차별과 빈곤의 교집합은 차별이 그들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한쪽 눈이 안 보이는 이숙도 마찬가지다. 이숙은 대학 등록금 마련, 취직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 또 자신의 눈과 외모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러나 정상적인 몸, 아름다운 외모가 강요되는 사회 속에서 미()의 기준에 맞도록 자신을 바꾸어야 하는 압박을 느끼는 것은 장애인만은 아니다. 이숙이 겪는 대학 등록금 부담, 무한경쟁, 취직 문제, 외모 콤플렉스는 우리 사회 20대 초반 여성들이 겪는 어려움과 매우 흡사하다.

 

모순과 과오를 지닌 그야말로 평범한사람들

 

수신확인…』의 아홉 가지 이야기를 읽으면, 이들이 겪는 차별이 이들의 정체성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착각에서 벗어나게 된다.

 

수신확인…』은 눈물겨운 차별을 당한 불쌍한 소수자들(피해자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홉 개의 이야기 속 인물들은 제각기 상황에 따라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차별을 경험했다. 일방적으로 차별을 당한 이들이 아니라 때로는 차별을 가하기도 한다. 아홉 가지 이야기의 인물들은 직장에서 요구되는 여성성을 비웃지만, 동시에 예뻐지고 싶어할 수 있다. 돌봄 노동이 저평가되는 것에 분개하면서도 자기 아들이 부엌일을 하는 것을 싫어할 수 있다. 일상에서 모순을 안고 사는 그야말로 평범한사람들이다. 차별은 가해자/피해자가 일방적으로 나뉘어져 있지 않으며, 차별의 원인을 무엇이라 특정 짓기 어렵다.

 

수신확인…』은 아홉 가지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겪은 차별의 경험이 별것 아니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구구절절한 차별의 경험을 나열하며 정부의 제도적 지원을 촉구하지도 않는다. 다만, 누가 소수자이고 누가 그렇지 않은지, 소수자가 아닌 이들에게는 결핍과 차별이 없는지, 그 경계를 평범한 소수자로 하여금 말하게 한다.

 


한국여성의전화 대학생 기자단 4기 정수연(totoker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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