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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후기] 가해자의 감형을 위해 노력하는 재판부 / 페미로:여성주의판례읽기모임 7월 후기

by kwhotline 2022. 8. 18.

가해자의 감형을 위해 노력하는 재판부, 페미로:여성주의판례읽기모임 7월 후기

김희권 회원

 

지난 7월 마지막 주 목요일 저녁, 매달 정기적으로 모이는 페미로 모임이 온라인으로 개최되었습니다. 이번 모임에서는 지난 5월에 선고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에 관한 항소심 판결문을 함께 읽어보았습니다.

 

피고인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 및 이를 이용한 협박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또 다른 미성년자에게 술을 먹이고 간음하는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이에 대해 원심판결에서는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음에도 두 번째 행위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하였습니다. 검사는 이에 불복하여, 두 번째 행위가 아동복지법상 ‘성적 학대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항소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항소심에서는 ‘성적 학대 행위’보다 더 무거운 ‘미성년자의제강간죄’를 인정했으면서도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기이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양형 조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하면서도 “권고형의 하한을 벗어나” 형을 정했다고 당당하게 기재해 놓았습니다.

 

판결문에 기재된 양형 과정을 보면 최대한 낮은 형을 선고하려고 부단히 노력한 흔적이 엿보여 페미로 회원들의 분노를 자아내었습니다.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자수한 점, 합의된 점, 초범인 점, 범행 당시 만 20~21세의 “비교적 어린 나이”인 점 등을 유리한 정상이라고 언급한 것입니다. 마지막 단계에서 정상참작감경(구 작량감경)을 한 점이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징역형의 하한선을 따라 가중·감경을 하다가 최종적으로 정상참작감경을 함으로써 집행유예가 가능하게 한 것입니다.

 

이 판결에서도 언급한 ‘양형조건’들은 현재 가해자 중심적으로 규정돼 있어서, 피해자 사유를 추가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개정안이 발의된 점을 확인했습니다. 정상참작감경에 대해서도 법관이 자의적으로 판단한다는 점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어, 그 사유를 판결문에 명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개정안도 발의돼 있습니다. 1년 전쯤 한 언론사에서 시리즈로 보도했던 ‘작량감경 대해부’ 뉴스 기사도 공유하였습니다.

 

국민의 법 감정과 심각하게 괴리된 판결문을 언제까지 보고 있어야 하는지 허탈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함께 모여 논의하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의 의식이 깨어나고, 궁극적으로는 제도 변화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분노의 마음을 희망의 에너지로 승화시키는 페미로 모임은 다음 달에도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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