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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궁금해, 여성들의 커리어! 한국여성의전화 회원 인터뷰 2편

by kwhotline 2022. 3. 23.

인터뷰어 : 지수, 아라

인터뷰이 : 조아영, 홍혜선, 김기영

 

'궁금해, 여성들의 커리어!' 1편 잘 읽어보셨나요? 지난 1편에 이어 여성의 일과 삶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 나누고자 합니다. 11년 차 강사 김기영 회원, 한국여성의전화 신입 활동가 조아영 회원, 시니어 모델 홍혜선 회원의 이야기를 이어 들어보시죠.


Q. 일의 원동력이 생기거나, 자긍심을 느꼈던 때가 있다면요?

기영: 교육이 끝나고 교육생의 눈동자가 변한 걸 봤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껴요. 강의할 때마다 ‘내가 선한 영향력을 하나는 행사했구나’, ‘이 사람의 삶에 돌멩이 하나는 던져 놓았구나’ 하는 마음이 들죠. 그 순간 때문에 힘들어도 강의자료를 준비하고, 새벽부터 일어나서 강의를 간답니다.

 

혜선: 제 원동력은 저의 만족도예요. 제 목표는 항상 다른 삶을 사는 거거든요. 그래서 헤어 스타일도 늘 바꾸고, 옷 스타일도 바꾸면서 준비를 열심히 하죠. 그러다 보니 어느새 사람들에게 제가 기준이 되었더라고요. 사진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제가 오늘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를 너무 궁금해한대요. 사람들의 모티브가 제가 된 거죠. 하하.

 

아영: 한국여성의전화 회원들이 좋은 말씀을 해주시면 뿌듯하기도 하고, ‘내가 진짜 여기 오길 잘했다’ 생각하면서 자긍심이 느껴지더라고요. 저는 어릴 때부터 여성 인권에 관심이 많았고, 세상을 좋게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누군가는 제게 ‘네가 그렇게 한다고 해서 뭐가 바뀌겠어?’, ‘왜 그렇게 힘들게 살아?’라고 물어요. 그런데 저는 제가 원하는 곳에 들어가서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꾸는 데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앞으로 내가 믿고 있는 이 길을 계속 그냥 똑같이 걸어나가면 되지 않을까’, ‘지금처럼 힘든 순간은 있겠지만, 내 뜻대로 계속 꿋꿋하게 걸어가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Q. 매일 아침마다 일하러 가게 만드는 힘은 어디서 나오시나요?

아영: 한국여성의전화에 가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리고 누군가 혐오적인 발언을 하는 환경에 있으면 견디질 못하는데, 그런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서 편한 환경에서 돈을 벌어 나갈 수 있다는 다행스러움 때문에 매일 아침 출근을 한답니다.

 

기영: 첫째는 커리어에 대한 책임감이요. 저희 업계에는 ‘프리랜서로 3년 벌어 먹으면 30년도 벌어 먹을 수 있다’는 말이 있어요. 그만큼 프리랜서 3년 버티기가 진짜 힘들어요. 그런데 어쨌든 제가 버텨냈잖아요. 그래서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온 제 과거에 대한,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 대한 커리어의 책임감이 첫 번째고요. 둘째는 저를 먹여 살릴 유일한 한 사람은 저이기 때문이에요. 제가 저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 부지런히 경제활동을 해야 해요. 마지막은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기 때문이에요. 그러려면 좁은 보폭이라도 매일매일 조금씩 걸어나가야 되거든요. 이러한 이유로 매일 아침마다 일을 하러 가고 있습니다.

 

Q. 일을 하면서 여성이라서 당했던 차별을 겪은 적이 있나요?

기영: 강사 중에는 여성비율이 훨씬 높아서 차별을 겪지 않을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굉장히 빈번하게 일어나더라고요. 동료들이 모였을 때 남성 강사가 야한 농담을 한다든지, 여자는 이런 걸 해야 하지 않냐는 식으로 이야기를 할 때가 종종 있어요. 여성이 아무리 많아도 남성이 두세 명만 되면 발언권이 그들에게 가는 거죠. 그리고 강사들이 1만 명 정도 모여있는 밴드에 강의 의뢰글을 보면 ‘38세 미만의 여성 강사분’ 이렇게 성별과 나이를 명시하기도 하고요. 또, 학교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게 되면 저는 그들에게 성적인 대상에 불과해요. ‘선생님, 몇 번 해봤어요?’, ‘선생님, 언제 처음 해봤어요?’ 이런 질문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요. 자기 학교 선생님한테는 할 수 없는 걸 강사라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하는 거죠. 오늘 보고 말 거고, 자신들의 학교생활에 어떠한 불이익도 줄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걸 아는 거예요.

 

혜선: 사람들은 늙어도 여성에게 늘 여성성을 요구해요. 시니어 모델이면 ‘저렇게 멋있게 늙을 수 있구나’ 생각하게 하는 인물로 보여져야 하는데, 늙은 사람에게도 섹시미를 너무 요구하죠. 서 있는 자세도 비틀어서 서는 자세, 걷는 자세도 꼬듯이 걷는 여성용 자세가 있죠. 노출도 요구하고요. 저는 중성적인 걸 좋아하고, 그래서 쇼를 할 때 연출하는 사람에게 중성적인 것이 더 멋있다고 제안을 하죠. 그리고 여성 모델들은 너무 다이어트를 해요. 미모를 꾸미는 게 생활화가 되어 있고요. 안타깝죠.

 

Q. 회원들에게, 해당 커리어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아영: 저는 회원을 만나는 업무를 주로 하고 있는데, 다양한 회원을 만나고 교류하면서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걸 느껴요. 고생 많이 하신다고 전화를 주시는 분도 계시고, 여성의전화 덕분에 잘 됐다고 얘기해주시는 분도 계신데요. 저도 이 일을 하면서, 그리고 회원 분들 만나고 얘기를 들으면서 울컥할 때도 있고, 스스로 변화하는 걸 느껴요. 그래서 우리 같이 잘 바뀌고 있고, 계속 연대하고 활동하다 보면 더 변할 테니까 계속 많이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한국여성의전화에 자긍심을 가지고 계속 여러분께 힘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까, 여러분도 너무 지칠 때면 부담감을 내려놓아도 되니까, 길게 같이 갈 수 있도록 같이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혜선: 시니어 모델 계에서 무언가가 되고 싶다면 하지 않는 게 나아요. 시니어 모델은 경제 사정이 좋은 사람들이 모이거든요. 먹고 살 만 하니까요. 그리고 돈을 바라보고 모이는 집단들이 정말 많아요. 그런데 거기에서 흔들리다 보면 나중에는 정말 허탈할 거예요. 그러니까 저처럼 자기 소신껏 해야 하고, 즐길 거라면 해도 되지만, 여기서 유명해지고, 돈을 많이 벌 거라는 생각을 가진다면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기영: 강사 업계에 말하는 마네킹 같은 분들이 되게 많아요. 강사로서의 사명을 가지고 일을 한다기 보다는, 어디서 인정은 받고 싶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직업을 가졌으면 좋겠는데, 어디 가서 나 이런 직업 가졌다고 말할 때 프라이드를 가질 수 있을 만한 직업으로 강사를 선택하시는 분들이 되게 많거든요. 강사는 진입 장벽이 낮고, 아무나 할 수 있죠. 그런데 그런 마음으로 강사를 하는 건 잘못되었다고 생각해요. 저는 제가 하는 말 한 마디에 굉장히 많은 무게감이 있다고 생각하고 강의를 하거든요. 저를 만나는 사람이 누구든 간에, 제가 하는 말 한 마디로 그 사람 인생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직업이 강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람들 앞에 서는 직업들은 사명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강사를 하고 싶어 하시는 분들은 이게 돈이 되지 않아도 이 일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스스로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영: 저와 같은 사회초년생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어요. 저는 일할 때 걱정도 많이 하고, 스스로를 많이 의심했었어요. ‘내가 잘 하고 있나?’, ‘내가 폐를 끼치면 어떡하지?’ 라고요. 그런데 아무래도 처음이니까 더 그런 것 같아요. 우리는 다 초년생이니까요. 다 처음이고, 잘 못할 수 밖에 없으니까 ‘내가 오늘 하루 잘 했나?’ 따지는 것 보다 하루 종일 긴장했을 텐데 고생했다며 나를 다독여주고 스스로 위로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런 마음을 가진 사회 초년생분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다들 너무 잘 하고 있으니까 의심만 하지 말고 파이팅 합시다!

 

기영: ‘내가 어디에 있든 그 곳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면, 내가 그곳의 주인이 된다’는 뜻의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이라는 말이 제 인생의 모토예요. 저는 동료에게도, 강사 업계의 이런 문제들은 잘못되었다고 얘기를 계속 해왔어요. 친구에게도, 가족에게도 부당한 일을 겪었을 때 이건 진짜 잘못됐다고 매일 얘기하거든요. 제가 회사 생활을 하면서, 그리고 강의를 하면서 늘 불편한 지점에 대한 지적을 해 왔던 건 내가 그 곳의 주인이기 때문에 이 곳을 바꿀 권리가 있다는 생각을 가졌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그런 마음을 가지고 내가 이곳의 주인인데 잘못된 게 있으면 그걸 고쳐야 되는 게 맞다는 생각을 모든 리더들이, 그리고 모든 여성 후배들이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혜선: 저는 가부장성의 아주 대표 주자였을 거예요. 시집살이를 가혹하게 했죠. 시아버지께서 출근하실 때, 진지 드실 때 옆에 서 있어야 되는 사람이었고, 고기 구워야 되는 사람이었고, 퇴근하실 때도 문 앞에 서 있는 그런 사람이었어요. 드라마 보면 다 나오잖아요. 그렇게 살다가 딸의 피해 상담으로 여성의전화를 알게 되고, 교육을 받게 되었어요. 여성의전화가 저를 거듭 태어나게 한 거죠. 나이 든 사람들은 아주 철옹성 같아요. 가부장성에 남녀노소 학벌, 미모, 살찌고, 마르고 이런 차별이 너무 심하거든요. 하지만 그 내부에서 조금씩 변화를 시키고 있답니다. 이런 것처럼 한국여성의전화에 오면 절대 손해 볼 일은 없어요. 성장하고 싶으면 한국여성의전화에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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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여성의 커리어 이야기, 어떠셨나요? 그리고, 여러분의 커리어는 어떤가요? 본인의 자리에서 커리어를 멋지게 쌓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모든 일하는 여성들이 힘을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다른 회원들의 인터뷰로 돌아올게요!

 

<한국여성의전화 회원 인터뷰: 궁금해, 여성들의 커리어!> 1편 보러가기 : https://hotline25.tistory.com/1363?category=57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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