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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비혼모’의 삶을 존중하는 사회를 위해 _ “영화 미쓰마마”와 미혼모의 삶

by kwhotline 2013. 7. 23.

비혼모의 삶을 존중하는 사회를 위해

 

_ “영화 미쓰마마와 미혼모의 삶

 _ 이젠 미혼모가 아닌 비혼모라고 불러요. 

 

 

아빠가 왜 없어요?” 

아빠 없이 애 혼자 키울 수 있겠어? 무슨 능력으로...” 

능력도 없이 혼자 아이를 키우겠다는건 정말 무책임 한 거 아닌가요?”  

 

201210, ‘미쓰마마라는 다큐무비가 개봉했다. 기존의 매스미디어에서 비치는 외롭고 비극적인 미혼모의 삶과는 다른 느낌이 드는 영화다. 주인공들은 미혼모를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한국 현실 속에서 당당하고 유쾌하게 삶을 살아간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절대 가볍게만 그들의 삶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대한민국 사회의 가부장적이고 성차별적 문화 속에서 결혼, 양육에 대한 모순을 분명하게 지적하고 있다.

 

이 영화의 세 주인공인 형숙, 현진, 지영은 결혼과 육아에 관한 각기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 세 명 모두 우리가 흔히 말하는 미혼모이다. ‘형숙은 아이와 단 둘이 충분히 행복할 수 있기에 아빠는 필요 없다.’고 말한다. 반면, ‘현진아빠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며, 새로운 사랑에 대한 환상을 버리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지영은 결혼과 사랑도 중요하지만 인생에 필수적인 요건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 세 여자가 모이면 서로의 의견이 달라 가끔 충돌을 일어나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는 미혼모의 삶이 유별나버린한국 사회를 발견한다 

                                                   

 

 

                           (영화 미쓰마마포스터 _ 왼쪽부터 주인공 현진, 현숙, 지영)

  

 

"왜 아빠가 없어요?" _ 미혼모에게 서러운 한국사회

 

학력이 대체로 낮고, 불안정한 직업에 종사한다. 자취나 하숙을 하고, 성에 대한 가치관이 개방적이고 충동적이다. 사회경제적 상태가 낮고 부모와 떨어져 사는 사람’, ‘대부분 10대에 임신하고, 교육 · 경제적 수준이 낮아 충분한 건강관리를 받을 수 없으며 부모로서의 발달과업을 달성할 수 없다.’, ‘신체적으로 미숙하고 영양 부족으로 인해 유산, 조산, 저체중아 출산 등 고위험 임산부와 고위험 태아 및 신생아가 된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건강길라잡이'에서 미혼모에 대한 정의를 이렇게 내린 바 있다. 국민들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해주어야 하는 국가기관이 미혼모에 대한 편견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실제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미혼모는 동성애자 다음으로 가장 차별받는 집단이라고 한다. 미혼모에 씌우는 이러한 낙인들은 그들이 한국사회에서 인정받는 사회인으로 거듭날 수 없도록 만드는 장애물이다.

  

 

                                                     (출처: 한겨레신문      

 

 

미혼모들은 자식에게 피해가 갈까봐 일부러 자신이 미혼모임을 숨기기도 한다.  "왜 아빠가 없냐."는 질문은 가장 많이 듣는 질문중 하나이다. 미혼모라는 사실이 드러나 실제로 불이익을 당한 사례도 적지않다미혼모의 아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의 어머니로부터 노골적으로 눈총을 받는 경우도 있고, 미혼모라는 점을 약점으로 잡아 직장 동료들이 따돌림을 하는 등 미혼모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사회적 분위기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미혼모 가정에 대한 제도적 지원도 절실하다. 자녀와 엄마가 함께 지내는 모자원은 늘어나고 있지만 보증금을 마련하기 힘들어 실제 계약률은 2009년 당시 50% 정도였다. 미혼모에게는 기본적인 주거 공간조차 개인의 힘으로는 넘기 힘든 높은 벽일 뿐더러 여성이 갖는 임금 차별, 미혼모라는 사회적 편견을 모두 극복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정상가족, 가부장적 패러다임에 갇힌 미혼모?’, 우린 당당한 '비혼모'.

 

영화 '미쓰마마'의 주인공 형숙은 세 명 중 가장 적극적으로 미혼모의 권리를 개선하기 위해 앞장선다. 캠페인을 진행하고 세미나를 개최하며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일에 열심이다. 직접 인간 책이 되어 사람들과 만나 소통하려 노력한다.

  

미혼모, 비혼모, 이혼모 등 결혼을 했는지 안 했는지, 혹은 안 한 것인지 못한 것인지를 기준으로 단어들을 만들어낸다는 것 자체가 가부장적인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단어들을 만들어내는 이면에 성차별적인 시선이 들어가 있는 것 같다. 왜 미혼모가 되었는지, 왜 결혼을 안 했는지 보다는 지금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것, 앞으로 어떻게 키울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영화 미쓰마마의 백연아 감독은 한 언론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이들은 미혼모라 불리길 거부한다. 그들은 결혼은 한 것이지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혼모라는 단어에는 스스로 선택한 삶의 가치를 존중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영화 미쓰마마의 한 장면)

 

대부분의 여성은 결혼을 하면서 사랑이라는 추상적인 전제조건을 통해 양육, 가사를 모두 부담하게 된다. 또한 자녀의 과오에 대한 화살은 보통 엄마에게 가는 것이 현실이다. 더불어 미혼부라는 말은 거의 쓰이지 않는 것처럼, ‘미혼모가 된다는 것은 여성의 무책임한 행동, 미숙한 결정등으로 낙인 된다. 또한 소위 말하는 이성애 핵가족 중심의 정상가족형태에서 벗어난 가족 형태로서 소외 받는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라는 기치 아래,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성적지향, 학력(學歷) 등에 의해 차별하고 차별받지 않게 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법안 포괄적차별금지법(이하 차별금지법)은 발의는커녕 7년 째 제자리걸음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미혼모에 대한 시선도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며 사회적 처우또한 개선될 것이다. 미혼모의 주체적인 선택을 존중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할 때, ‘미성숙함, 어리숙함이라는 편견에서 자유로워 질 때, 비로소 미혼모 가정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소외되지 않을 것이다. 또한, 가부장제가 만연한 사회에서 또 하나의 가정의 형태로서 당당하고, 유쾌한돌직구를 날릴 수 있지 않을까.

 

 

 

 

한국여성의전화 대학생기자단 2기 김소영 

kjcass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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