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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위험'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찰의 가정폭력 재범위험성 조사표> 토론회

by kwhotline 2018. 12. 24.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 기념 토론회]
'위험'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찰의 
<가정폭력 재범위험성 조사표>
새로운 '가정폭력 위험성 평가' 개발 및 활용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
◾ 일시 :  2018.11.29(목) 오후 4시
◾ 장소 : 광화문 변호사회관 10층 조영래홀 
◾ 주최 : 한국여성의전화 

1. 11월 29일 목요일 오후 4시, 광화문 변호사회관 조영래홀에서 <'위험'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찰의 가정폭력 재범위험성조사표- 새로운 '가정폭력 위험성 평가' 개발 및 활용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2. 한국여성의전화는 올해 가정폭력 위험성 평가 관련 국내외 연구 자료를 검토하고, 현장 경찰·가정폭력 피해 당사자 인터뷰를 통해 활용 실태를 조사하였다. 본 토론회는 이러한 연구결과를 공유하고, 대안적 가정폭력 위험성 평가 모델을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토론회에서는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김홍미리 여성주의 연구 활동가, 손문숙 한국여성의전화 쉼터 활동가가 각각 「국가가 알지 못하는, 국가가 초래한 위험」, 「스냅사진으로는 볼 수 없는 것들: '가정폭력 재범위험성 조사표'와 친밀한 폭력」, 「새로운 가정폭력 위험성 평가 모델 제시 및 활용 방안」이라는 주제로 발표하였으며, 토론자로 김항곤 경찰청 여성청소년과 과장, 조은경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부 교수가 참여하여 토론이 진행되었다.

3. 김홍미리 여성주의 연구 활동가는 「스냅사진으로는 볼 수 없는 것들: '가정폭력 재범위험성 조사표'와 친밀한 폭력」이라는 주제로 발표하면서, 친밀한 폭력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그러한 사건들이 일어나는 '관계'가 핵심인 범죄임을 꼬집었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현행 가정폭력 재범위험성 조사표가 친밀한 폭력관계가 갖는 일상적 위험을 인지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하여, 현 조사표가 고위험 가해자군을 분별할 수 있는지, 현 조사표를 통해 경찰은 폭력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지, 가정폭력에 대한 가해자와 피해자 및 경찰의 인식격차는 조사표의 활용 과정에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고자 했으며, 남편의 폭력으로 인한 경찰 신고 경험이 있는 피해여성 3명과, 여성청소년계 경찰 2명 및 지구대 경찰 1명과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연구가 이루어졌음을 밝혔다.
이어서 김홍미리 활동가는 연구를 통해 도출된 현행 재범위험성 조사표의 문제로 신체적/물리적 폭력의 심각성만을 기준으로 위험도를 측정하려는 낙후된 폭력감수성, 피해자를 살피는 것에 대한 경찰의 역량 부재 등을 주요하게 언급하였다. 또 가정폭력 사건 현장에서 경찰이 피해자의 증언은 불신하는 반면 억울하다는 가해자의 호소에는 '연민'을 느끼며, 폭력가정이라 하더라도 지켜야 한다는 가해자-경찰-국가의 공동 이해관계로 인해 도리어 피해자에게 죄책감과 수치, 면목 없음을 느끼게 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무엇보다 피해자들이 두렵다고 표현하는 이야기는 언젠가는 살해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이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에 대한 막막함을 포함하며, 피해자는 폭력관계 안에서 그 속에 파묻히지 않고 살아내기 위해서 고투한다는 점, 모두의 외면 속에서 피해여성들이 사망하거나 사라지거나, 혹은 맞서 싸우는 에너지를 소진하기 이전의 모든 시간들에 국가의 공적 개입이 가능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함을 강조했다. 종합적으로는 친밀한 관계에서의 위험을 예측한다는 것은 친밀한 폭력을 '(폭력)사건'이 아니라 '(폭력)관계'로 접근하고, 재범위험성 조사표를 작성하는 경찰의 '살핌역량'을 강화하며, 출동한 경찰이 피해자에게 당신의 말을 믿고 있다는 느낌을 전달하고, 친밀한 폭력에 내재해 있는 일상성과 심각성의 메커니즘을 이해함으로써 가능함을 역설했다.

손문숙 한국여성의전화 쉼터 활동가는 「새로운 가정폭력 위험성 평가 모델 제시 및 활용 방안」이라는 주제로, 먼저 현행 가정폭력 재범위험성 조사표가 신체적 폭력만을 강조하고 가해자 개인의 성향에 집중함으로써 가정폭력의 본질인 통제 행동의 패턴을 착안하기 어렵다는 점, 이로 인해 현장에서 가정폭력 피해자가 처한 '위험'을 제대로 착안하여 충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척도로서 기능하거나 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본 연구가 시작되었음을 밝혔다. 이어 대안적 '가정폭력 위험성 평가' 내용은 그 자체로 경찰로 하여금 가정폭력을 보다 잘 이해하여 위험성을 제대로 착안할 수 있도록 하는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함을 강조했다. 위험성 평가의 내용으로는 일상적·복합적으로 발생하는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와 고립, 성적 학대, 경제적 학대 피해의 지속·반복성을 구체적으로 묻는 질문, 통제 전략으로서 강압·위협·협박 여부를 포착할 수 있는 질문, 성차별이 내재된 성역할에 대한 통제 여부를 묻는 질문, 피해자뿐 아니라 가족구성원의 피해를 파악할 수 있는 질문을 포함하여 구성하였음을 밝혔다.
또한 본 '가정폭력 위험성 평가'를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조건들로 활용 훈련프로그램 개발 및 교육, 가정폭력 위험성 평가 의무 사용과 평가의 효용성 증대, 현재 경찰이 가지고 있는 권한의 적극적 활용, 가정폭력에 대한 경찰의 이해와 인식 개선, '가정 보호'에서 '피해자 안전과 인권' 중심으로의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이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이어 「국가가 알지 못하는, 국가가 초래한 위험」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시작한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2017년 11월 2일 가정폭력 가해자에 의한 한국여성의전화 부설 피해자보호시설 침입사건의 경찰 무대응 사례를 통해 국가가 여성이 처한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꼬집었다. 또 폭력은 폭력 자체가 목적이 아닌, 피해자로부터 공포와 두려움을 유발하려는 기제이기 때문에 폭력의 형태는 다양할 수 있고 신체적 폭력이 아닌 단순한 위협만으로도 충분한 통제의 효과를 거둘 수 있으며, 이러한 위협은 권력관계의 불균형이라는 맥락에서 발생한다는 점, 통제에 순응하지 않으면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예측과 이를 실제로 관계에서 경험하는 여성들이 처하는 '위험'을 국가가 제대로 식별하지 못할 때 여성은 취약해짐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국가 스스로 위험을 초래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울이고, 국가가 여성에 대한 폭력을 정말 근절시키고자 한다면 남성들이 여성에게 가하는 통제, 강압, 위협에 대해 더 잘 알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국가가 지금까지 제대로 개입하지 않거나 서툴게 개입하는 방식으로 젠더폭력에 공모해 왔음을 밝혀내는 일로부터 여성의 취약성이 감소될 수 있음을 역설했다.     

4. 토론자로 참여한 김항곤 경찰청 여성청소년과 과장은 해외 위험성 평가 도구들인 영국의 DASH, 캐나다의 ODARA 모델과 관련해 현장 경찰관들의 의견 등을 바탕으로 12월 한달간 시범운영을 해볼 계획이며, 효과성과 타당성을 검증해서 전국 확대 여부를 결정하고 내년 초 전문 연구용역도 의뢰할 예정에 있다고 밝혔다. 또 가정폭력처벌법 개정 이전에 현장 경찰 등이 할 수 있는 부분들로서 신고를 받으면 가정폭력이 있었다는 것을 기록으로 남겨두고, 현재는 1년만 보관하고 있는 것을 3년으로 늘리고, 신고자의 전화번호로만 확인될 수 있었던 이력에서 목격자 번호도 확충하여 유관성을 높일 수 있도록 데이터를 늘릴 것이며, 앞으로 가정폭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대응할 것임을 밝혔다.

조은경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현행 가정폭력 재범위험성 평가표의 독특한 점이자 장점으로 단순히 총점에 의거해 재발 위험성을 판정하지 않고 평가자(현장출동 경찰관)의 직관적 판단을 반영할 수 있도록 '결정문항' 개념을 도입했음을 언급하며, 문제는 현장출동 경찰관들이 피해자의 주관적 위험 인식에 의존하여 가해자의 위험성을 판단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고 평가표의 문항이 추상적이라고 느끼고 있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짧은 시간에 피해자로부터 가정폭력의 내용과 이력에 대해 적극적으로 청취하는 훈련을 받지 않은 현장출동 경찰관들이 '가정의 보호'를 우선하는 법률상 취지에 따라 직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어 직무수행상 어려움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아무리 좋은 위험성 평가도구가 있다 할지라도 실제 가정폭력 현장에서 이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무의미할 것이므로, 현장 경찰관들에 대한 피해자 중심의 가정폭력 대응과 성인지적 교육, 위험성 평가표 사용 훈련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한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5. 가정폭력의 위험성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경찰로 하여금 가정폭력을 보다 잘 이해하여 위험성을 제대로 착안할 수 있는, 그리하여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의 일상성과 '위험'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가정폭력 위험성 평가' 마련과 그에 따른 제반 노력들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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