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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성폭력 피해자, '민사소송'을 제기하다> 토론회

by kwhotline 2018. 12. 24.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 기념 토론회]
성폭력 피해자, '민사소송'을 제기하다
◾ 일시 :  2018.11.28(수) 오후 2시
◾ 장소 : 광화문 변호사회관 10층 조영래홀 
◾ 주최 : 한국여성의전화, 국회 아동·여성·인권정책포럼 

1. 11월 28일 수요일 오후 2시, 광화문 변호사회관 조영래홀에서 <성폭력 피해자, '민사소송'을 제기하다>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2. 본 토론회는 성폭력 피해당사자와 지원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성폭력 피해자의 민사소송을 통한 권리행사가 갖는 의미와 ‘손해배상 청구권’을 둘러싼 다양한 쟁점과 한계를 살펴보고, 이에 대한 돌파구를 찾고자 기획되었다. 토론회에서는 먼저, 성폭력 피해자를 둘러싼 통념과 쉽지 않은 소송과정 등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두 명의 피해당사자 발언이 진행되었다. 이어 최선혜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소장과 김재희 변호사가 각각 「성폭력 피해와 민사소송」, 「성폭력 피해 보상과 관련한 민사소송의 사례와 법적 쟁점」이라는 주제로 발표하였으며, 토론자로 박윤숙 (사)한국성폭력위기센터 소장, 전해정 국민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김현숙 홍익대학교 법학연구소 연구원이 참여하여 토론이 진행되었다.
 
3. 토론회 주제 발표에서 최선혜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소장은 「성폭력 피해와 민사소송」이라는 주제로, 성폭력 피해 배상에 있어서의 어려움과 민사소송을 하는 것의 의미를 발표하였다. 먼저, '성폭력'이라는 위법행위를 통해 입은 손해를 배상받고자 하는 노력이 '가짜' 성폭력 피해자의 다른 의도로 해석되며, 피해자에게 전가되는 입증 책임과 성폭력 입증의 어려움·'폭행과 위협'을 전제로 하는 '최협의'의 성폭력 개념·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통념 등으로 인해 형사사법체계 내에서 성폭력이 '인정'받기 쉽지 않은 현실 속에서, 위법한 행위로서의 '성폭력' 개념을 확대하고 이에 대한 피해를 회복하는 방법으로서 민사소송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또, 피해자 개인정보 보호 등 성폭력특별법에서 규정된 수사·재판상 성폭력피해자에 대한 권리 보장이 민사소송에서도 적용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였다. 
또한 긴 소송 기간과 형사 소송에서의 어려움으로 피해자가 바로 민사소송을 제기하지 못할 수 있으며, 상해로 인한 피해가 지속되고 있거나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계속해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경우, 피해가 장기간 진행 중이거나,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 피해가 드러나는 경우 등으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 민사 소멸시효 적용에서 고려되어야 할 것임을 꼬집었다.
이외에도 성폭력 피해에 대한 적정한 수준의 손해배상액을 산정하고, 소송 중에 가해자가 재산을 처분하거나 은닉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배상의 실질적 이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 국가는 성폭력 수사·재판과정상 인권침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분명하게 인정하고, 피해자가 학교, 공공기관, 사업주 등 원인을 제공하거나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대상 혹은 언론에 의한 인권침해 등에 대해 손해배상청구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함을 역설하였다.
 
김재희 변호사는 「성폭력 피해 보상과 관련한 민사소송의 사례와 법적 쟁점」이라는 주제로, 현행 성폭력피해 관련 민사소송에서는 형사판결 확정 이전 민사소송을 제기하게 될 경우 꽃뱀 프레임이 작동하여 적절한 시기에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발생함을 지적했다. 또한 형사절차에서 적용되고 있는 성폭력 피해자 보호 규정이 민사소송절차에 대부분 도입되고 있지 않아 성폭력 피해 민사소송 시 피해자 신상정보가 가해자에게 공개되는 문제 등, 형사상 피해자 보호 제도와 민사상 배상제도의 불균형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 낮은 손해배상액과 보복 우려, 신상노출, 소송의 장기화 등을 인한 고통 등으로 소송의 실익이 적다는 점도 민사소송 진행의 걸림돌로 작용함을 지적했다. 이어 아동기 성폭력 사례를 통해 소멸시효의  문제를 살펴보면서, 만약 아동기 성폭력으로 인해 수십여년에 걸쳐 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는 가해행위 당시부터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나날이 발생한 새로운 각 손해를 안 날로부터 별개로 소멸시효가 진행되어야 할 것임을 꼬집었다.     
 
4. 박윤숙 (사)한국성폭력위기센터 소장은 「민사소송을 통한 성폭력 피해자의 권리행사의 의미」라는 주제로, 성폭력 피해에 있어 민사소송은 정신적 손해배상의 의미가 크며 피해자의 권리와 정의를 회복하는 과정으로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꽃뱀 프레임 등에도 불구하고,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을 받을 권리에 대해 법적 대처가 끝날 때까지 지원자가 함께 하면서 그 의미를 확보해가는 것이 중요하며, 이러한 과정이 피해자의 책임이 아닌 가해자의 책임임을 분명히 하고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정의 문제로 확장하면서 생존자로서의 의미를 확장하는 과정이 되어야 함을 역설했다.
 
전해정 국민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을 둘러싼 논의」라는 주제로, 소멸시효 기산점은 입법의 미비가 아닌 해석의 문제임을 꼬집으며, 시효 완성 전에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사실상의 장애 사유가 있어 권리행사를 기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소멸시효조항 적용을 금지하고, 특히 아동기의 성적 학대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적용을 금지할 것을 제안하였다.
 
김현숙 홍익대학교 법학연구소 연구원은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의 비교: 배상과 보상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형사소송절차에서 피해자 등의 신청으로 손해배상명령을 내리는 민사소송에 가까운 배상명령제도의 활용현황과 문제점, 개선방안을 이야기하였다. 2017년 지방법원에서 인용한 전체 배상명령 2,758건 중 성폭력범죄는 단 8건에 불과한 실정에서, 강제집행력이 있는 배상명령을 내려야 하며, 국가의 배상명령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였다. 
 
5. 성폭력 피해자의 당연한 권리인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권이 정당하게 행사될 수 있도록, 그리하여 성폭력 피해에 대한 정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그 돌파구를 찾는 과정은 계속될 것이다.
 
 
 [당사자 발언 1]
저는 16~17년 전 있었던 성추행 사건으로 형사소송을 진행했고, 민사소송을 제기하려는 중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사건에 대해 말씀드리면, 2001~2년 당시 테니스부 코치에 의한 성폭행 피해였습니다. 이후에 시합장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됐고, 도망치듯 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후 기관 및 변호사 사무실에서 도움 받고 고소장을 작성하여 제출했고, 광주여성의전화에서 상담 및 의료비 지원을 받았으며, 광주 스마일센터에서 숙식지원 등을 받았습니다. 
 
올해 4월 가해자의 항소가 기각되고, 7월 상고도 기각되어 가해자에 대한 10년의 실형이 확정되었습니다. 상고 진행 중에 민사소송을 시작했는데, 형사소송도 가능한지 모르고 있다가 여러 기사를 접한 후 ‘가능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기관/법적 상담을 받았습니다. 주변에서는 어렵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며 99%가 말렸지만, 1%라도 가능하다면 해보고 싶어서 소송을 시작했으나 정확한 정보나 지식은 없었습니다. 형사소송이 너무 힘들어서 또다시 이런 소송을 한다면 안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민사소송은 큰 어려움이었고 큰 결정이었습니다. 
 
민사소송을 어렵게 결정했는데 민사에는 소멸시효 문제가 있었습니다. 제도 앞에서, 싸워볼 수는 있지만 어렵다는 주위 얘기 때문에 또 한번 어려운 싸움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피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앞으로 바꿔나가야 할 과제라 부딪힐 만하지만 현실적으로 패소 비용이 걱정됐습니다. 3심까지 갈 경우 패소 비용이 1000만원 정도 되는데, 그걸 들은 후에는 안 하려고 마음을 먹게 되기도 했고, 그런 현실이 원망스럽고 비참해지기도 했습니다. 피해자로서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기 위한 소송인데 거액의 소송비용까지 제가 고려해서 소송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손해는 있는데 배상은 없는 현실이 억울했습니다. 저의 권리를 침해한 가해자가 그 손해를 물어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형사에서 죄값을 물었지만 그것이 제 손해를 배상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민사소송 1심에서 가해자가 승소하여 현재 2심 진행 중입니다. 저는 대법원까지 각오하고 싸우려고 합니다. 중재가 아니라 성범죄 피해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판결문을 받고 싶어서 싸우려 합니다. 배상액도 1억을 받으려 합니다. 성범죄 피해자는 통상 3천만원을 받는다고 하는데, 저는 최대 50회 이상의 강간, 상해 피해가 있었고, 따라서 3천만원보다 많은 배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억이라는 금액도 저의 피해를 다 보상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성폭력 피해 배상금이 지금보다 더 상회하는 금액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피해자보다 몇 배 더 무거운 처벌과 책임을 가해자들이 치렀으면 좋겠습니다. 
 
[당사자 발언 2]

저는 오늘 초등학교 시절 제가 당했던 피해사실들과 공소시효가 지난 아동 성폭력 피해자가 얼마나 힘든 현실과 싸우고 고통이 지속되고 있는지 관심과 지지를 호소하고자 나오게 되었습니다. 나아가 저와 같이, 아동성폭력 피해를 당하고 평생에 걸쳐 심각한 피해를 받고 있지만, 시효제도의 문제점으로 가해자와 가해가 발생한 공동체에 대하여 어떠한 피해배상도 요구할 수 없는 억울한 피해자들이 앞으로는 정당한 법적인 보호를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 이렇게 목소리를 내게 되었습니다. 저는 저의 사례를 공유하면서, 아동성폭력의 피해와 2차피해의 고통이 얼마나 힘겨운지와, 현행 법제도의 문제점을 알리면서 우리 사회가 아동성폭력의 피해의 심각성과 아동성폭력 관련 법제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대한민국의 법이 정의롭게 변화하기를 염원합니다. 

20년전 서울 금성초등학교 테니스부에서 있었던 일들은 너무나도 무서워 지금까지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 당시 운동부 아이들은 코치의 욕설과 폭력에 길들여져 있었고 운동장과 숙소에서는 그 누구도 감히 상상못할 끔찍한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코치의 발로 명치를 걷어차인 아이는 숨을 못쉬었고, 얼굴을 밟힌 아이는 공포에 질렸으며 다리에 금이 간 아이는 아픈다리를 더 맞았습니다. 똥묻은 휴지를 입안에 넣었고, 발로 차인 이마엔 피가 철철 흘렀으며 밥먹다가도 이유없이 두들겨 맞는 등 폭행의 끝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또한 아이들에게 이런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죽이겠다고 협박해 아무도 입밖에 꺼낼 수 없었습니다. 

무자비한 폭력이 일상이 되면서 코치는 제 몸을 더듬었고 숙소에 단둘이 있던 어느날부터는 옷을 벗기고 성폭행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숙소 뿐만 아니라 학교 수영장 샤워실에서 제가 혼자 씻고 있는 것을 알고 몰래 들어와 탈의실로 끌고갔으며, 운동이 끝난 후 아이들을 다 보내고 저를 빈 교실로 데리고 가기도 했습니다. 
입에 담을 수 없는 성적농담을 즐겨했고 아이들에게는 지나가는 여자의 가슴과 성기를 더듬고 오게 하거나 집에서 부부관계하는 모습을 망원경으로 몰래 훔쳐보게 하는 등 성폭력도 서슴없이 지시하였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이런 끔찍한 기억을 지우려고 애쓰며 살았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김은희씨의 17년 전 기사를 보았고 누가 제 이야기를 알고 쓴 것처럼 비슷해 두려움과 역겨움에 토할 것만 같았습니다. 또다시 그때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라 몇날 몇일을 괴로움속에서 살았고 제 과거가 더 이상 지우려고 애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3월 저 또한 가해자를 처벌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어렵게 용기내 혼자 경찰서도 찾아갔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아무 조사도 할 수 없다는 말에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과 그냥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는 마음만 들었습니다. 

한달 후 가해자가 지금까지 학교에 재직 중인 것을 알고 교육청에 신고를 했고, 본인을 조사 나온다는 소식을 들은 가해자는 바로 사직서를 제출하여 학교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가해자는 제 진술서에 있는 모든 내용을 다 인정했으며, 스스로 파면도 죽음도 제가 원한다면 모든 걸 다 포기하고 용서를 구하고 싶어 했음을 학교측은 전달해주었습니다. 
저는 이 말을 믿을 수 없어 가해자의 진정성 있는 모습을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앞에서는 제가 용서를 안해주면 죽어버리겠다며 빨리 합의를 진행하고자 했지만 뒤에서는 저 때문에 75살까지 학교에서 일할 수 없게 된 사실에 억울해 했고 변호사 선임 후 성폭행 사실도 부인하는 등의 행동에 더 이상 합의는 무의미 하다고 생각했습니다. 

6월 이런 상황을 알리고자 학교측에 전화하였지만 “가해자측이 법적으로 하려나보다 그사람과 해결해야 할 문제고 학교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내용”이라는 말로 졸업생이자 피해자를 더욱 고통속에 내몰았습니다. 학교측에서 처음 저에게 전달했던 말을 믿고 “학교가 과거에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발생한 사건에 이제라도 책임을 가져 가해자와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는 입장문을 직접 전달하며 시작했지만 이렇게 시작하자마자 회피해버릴 줄은 몰랐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그동안 가해자와 학교측이 했던 말들과 제 진단서를 증거자료로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는 민사소송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저는 교육청 신고 후 학교가 가해자에 대한 충분한 전수조사도 없이 월급이 아깝다는 이유로 6일만에 사직처리한 것을 지적하며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수차례 사과와 재조사를 요청하였지만 학교측은 이를 수긍하지 아니하였습니다. 교육청 또한 전수조사와 징계권한은 모두 사립학교에 있기 때문에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다는 말만 했고 저는 이런 학교에서 또다시 저와 비슷한 피해학생이 나올까 두려웠습니다. 
그리고 8월, 국가기관에서 공공기관 성폭력 대처방안에 대해 컨설팅단을 파견해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제 사건을 신고하여 의뢰했지만 10월에 컨설팅을 받은 학교는 한달이 넘도록 계획서도 제출하지 않으며 개선의 의지조차 보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9월 초 사건당시 학교 책임자이셨던 분이 지금도 계시기에 학교의 비양심적인 행동에 대한 공식사과와 재조사 요청 의견서를 보냈지만 아직도 그분은 묵묵부답이십니다. 
학교측은 이메일 주소도 알려줄 수 없다며 전화를 끊고 4개월 가까이 저에게 어떠한 대답이나 연락도 하지 않았지만 9월 27일 기사가 나가자 개인번호로 아침 일찍 전화가 왔습니다. 600명의 학생들이 받을 상처를 생각해 보라며 기사를 내려줄 것을 요청하였고 의견서를 보고 그동안 제 아픔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며 얼마전 가해자측을 만나 피해자가 원하는대로 다 해주자고 합의 얘기를 전했습니다. 하지만 가해자측은 합의의지만 있을 뿐 자신의 죄도 다 인정 안하고 실망스러운 말만 지속적으로 하여 저를 더 고통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11월 학부모님들이 학교관련 기사를 알게 되어 학교는 간담회를 열었고, 그 후에도 학교측은 애매모호한 태도로 일관하며, 책임을 방관하는 것 같습니다. 학교에 “운동부 코치가 학생을 폭행해 피해를 입혔을 경우 학교장이 사용자 책임으로 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례까지 알리며 법적인 시효는 지났지만 도의적 책임으로라도 저에게 사과하라 요구했지만 이런 내용에 관해서는 언급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학생들이 가장 안전해야할 학교에서 안전을 보장 받지 못했고 이렇게 사과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학교의 행동에 20년 전과 지금 두 번이나 버림받았습니다. 이런 사실로 배신감과 원망스러움만 가득찼으며, 오늘도 혹시 금성초등학교에서 저와 같은 피해자가 있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어 잠이 오지 않습니다. 제가 이렇게 학교측의 이름까지 거론하게 된 것은 저와 같은 피해자가 존재하지 않을까, 그리고 현재 그 학교에 재학하는 아이들이 나와 같은 피해를 당하고 학교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피해가 은폐되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학교성폭력 사건에 있어서는,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피해자가 있어서는 안되며,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과거의 성폭력 문제를 적극적으로 학교측에서 해결하고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힘들게 용기내어 피해사실을 알렸지만 현실의 벽은 너무 높았고 우울증과 불면증, 소화장애로 매일 약으로 하루를 버티며 가해자와 학교를 상대로 힘든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그때 당시 성폭행과 구타를 당한 트라우마로 외상후스트레스 장애 판정까지 받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터무니없이 짧은 시효와 문제 되는 법안들은 저와 같은 성폭력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이고 있습니다. 

성폭행은 당사자가 스스로 용기 내어 말하지 않는 이상 아무도 알 수 없는 범죄로 폭행과는 다른 잣대로 법을 적용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가해자 뿐만 아니라 학교라는 교육기관에서 발생한 성폭력 또한 학교가 아동의 안전에 최선을 다하고 책임을 다할 수 있는 법으로 바뀌어야 될 것입니다. 피해자를 위한 법이 하루빨리 개정되기를 희망하며 저처럼 그동안 마음의 병으로 힘들게 살았을 아동 성폭력 피해자분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진정한 사과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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