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여성주의집중아카데미 ‘뜨거운 시선’
2018년 페미니즘의 방향을 제시하는 여성인권운동의 역사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8기 재인
지난 10월 23일부터 11월 15일까지 네 번에 걸쳐 여성주의집중아카데미 ‘뜨거운 시선’(이하 뜨거운 시선)이 진행되었다. 뜨거운 시선의 부제는‘페미니즘의 방향을 제시하는 여성인권운동의 역사’였다. 2018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 다시 한 번 여성주의에 대해 ‘뜨거운’ 시선을 보내며2019년 어떤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할지 여성인권운동의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10월 23일 화요일 진행된 뜨거운 시선 1강은 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 객원연구원이신 신상숙 선생님께서 진행한 ‘왜 지금 다시 한국여성인권운동 역사인가’ 였다. ‘왜 지금 다시’ 인권운동역사를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은 ‘앞으로의 페미니즘을 위해 방향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인권을 가질 수 없던 아주 오래전의 상황 등 국제 여성인권의 발전 과정을 보면서 옛날부터 싸워오던 페미니스트들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가지고 있는 것들이 이들이 얻어낸 것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세계의 흐름에서 여성인권과 관련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젠더의 주류화’였다. ‘여성의 권리는 인권의 문제로 다루어져야 한다’는 힐러리의 연설을 시작으로 외부에 놓인 여성에 대한 이슈를 중심으로 가져와야 하며 모든 의제에서 젠더 감수성을 강조해야 한다는 내용은 오늘날 활발히 이루어지는 미투 운동과 성차별과 관련한 이슈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이후 개화기부터 시작된 한국의 여성운동을 함께 알아보았다. ‘성폭력’이라는 단어의 등장까지 역사를 살펴보며 우리나라의 여성운동 역시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한국 여성운동의 현주소를 확인했다. 최근 논의 중인 ‘여성폭력방지법’, 성폭력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 ‘자기결정권’에 대한 논의 부재, 인식개선의 필요성을 실감하며 2019년에도 계속 페미니스트들이 활동해야 함을 알 수 있었다.
10월 31일 수요일에는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상임대표가 ‘정당방위 인정 운동부터 동일수사 동일처벌 운동까지’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진행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폭력은 가장 극단적인 차별이며 사회가 평등해야 안전해진다”고 말하며 사회에 존재하는 성불평등을 꼬집으며 강의를 시작했다. 현행 가정폭력특별법의 목적은 ‘가정을 유지’하는 것이며 성폭력특별법에는 성폭력, 성적자기결정권에 대한 정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매일 1.9명의 여성이 가까운 관계에 있는 남성에게 살해당하는 현실에서 법적인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순간이었다.한국여성의전화가 가정폭력을 겪고 있는 여성들을 위한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여성주의상담과 관련한 내용도 들을 수 있었다. 고미경 대표는 “여성과 관련된 범죄는 통념의 영향이 크다”는 말을 하며 여성주의자가 하는 상담이 치유와 저항에 있어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했다.그리고 페미니스트들이 2019년에 뜨거운 시선을 보내야 하는 과제들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가정폭력과 관련한 정당방위로 인해 구속된 피해자를 위한 정당방위 인정 운동, 여성에 대한 폭력을 분명히 정의한 여성폭력근절기본법 추진, 성폭력 피해자의 입을 막는 무고죄를 소개하며 고미경 대표는 이 문제들은 인권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함을 역설했다. 2019년 우리의 시선이 어디로 가야 할지에 대해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11월 8일 목요일에는 ‘태어나는 여성, 구성되는 여성’이라는 주제로 김보명 여성학 연구자의 강의가 진행되었다. ‘여자는 누구? 무엇인가?’라는 부제에 맞게 ‘무엇이 여성을 구성하는지’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었다. 2016년 5월 일어난 강남역 사건은 여성들이 ‘여성이기 때문에 잠재적인 피해자가 되었다’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요인이 여성’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여성들은 젠더를 발견하게 되고, ‘사회가 여성을 여성으로 만들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김보명 연구자는 밝혔다. 페미니즘이 여성이 무엇인지를 질문하는 과정이라는 말도 덧붙였다.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시몬 드 보부아르,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그리고 많은 여성의 연대를 소개했다. 보부아르를 통해 ‘여성과 남성의 다름은 본질인가’, 파이어스톤을 통해 ‘하나의 계급으로서 차별받는 여성’에 대해 알아볼 수 있었다. 탈코르셋 등 사회가 규정하는 여성성을 벗으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최근 페미니즘에 중요한 시사점을 주는 강의였다.
11월 15일 목요일에 진행된 마지막 강의는 ‘호주제 폐지운동부터 시작된 다양한 가족구성원을 위한 역사’라는 제목으로 김순남 가족구성권연구소 대표가 진행했다. ‘정상가족’이라 불리는 한 형태의 가족을 우리 사회가 ‘이상적인’것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으로 강의가 시작되었다. “결혼제도 밖의 사람이 인정되면 제도 안의 사람도 인정받을 수 있다”라는 김순남 대표의 말을 통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정상성’을 해체한다면 ‘정상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고통받는 가정폭력피해자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정상가족’이라는 말의 존재는 ‘어떤 가족은 정상적이지 않다’라는 말을 함축하고 있다. 이는 가족의 형태가 ‘정상/위기가족으로 위계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정상성’에 대한 해체를 통해 우리 사회가 내재한 많은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가족’이라는 말에 대한 본질적인 이야기와 더불어 가족제도와 관련해 현재 한국이 마주하는 법과 정책이 소개되었다. 가족정책이 출산장려정책과 결합하며 가족이 기능주의적으로 소비되는 것의 문제와 더불어 평등한 가족제도가 안착된다면 상대적으로 고출산 국가인 프랑스와 스웨덴처럼 저출생 문제 역시 해결가능하다는 내용이 이어졌다. 마지막으로‘실천으로서의 가족’이라는 말을 통해 강의가 마무리되었다. “가족은 명사가 아닌 동사이며 특정한 형태가 아닌 계속해서 실천해나가는 것”이라는 김순남 대표의 말을 통해 가족의 정의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보게 되었다.
여성운동의 역사부터 성차별 철폐를 위한 법과 제도, 여성과 가족에 대한 정의 등 여성주의집중아카데미 ‘뜨거운 시선’을 통해 우리 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성차별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열정적으로 고민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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