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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코로나 19'가 부각시킨 위기를 극복하는 법 - 2020 여성주의 집중 아카데미, 뜨거운 시선 #재난과 성차별 편 후기

by kwhotline 2020. 9. 28.


'코로나 19'가 부각시킨 위기를 극복하는 법


- 2020 여성주의 집중 아카데미, 뜨거운 시선 

예외적 상황이니 그냥 넘어가야 하나요? 

그래서 더 난감한 성차별 타파하기! #재난과 성차별 편 교육 후기



한국여성의전화는 매년 보다 깊이있는 주제로 여성주의 집중 아카데미 '뜨거운 시선'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2020년 9월 15일 화요일부터 '재난과 성차별'을 주제로 총 4강의 교육이 열렸는데요. 6월에 열린 '죽음과 장례' 편 교육에 이어, 예외적 상황에서 발생해 더 대응하기 난감한 성차별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총 650명이 신청하는 등 뜨거운 호응이 있었던 이번 교육, 후기로 만나보시죠.





9월 15일에 열린 첫 강의는 코로나 상황에서의 한국의 여성 노동과 가정폭력 실태를 먼저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는데요. 체감으로만 느끼고 있었던 것들을 통계와 숫자로 살펴보니 심각성을 더 느끼기도 했고요. 국가적 대응과 각종 정책들이 성차별적 사회 구조에는 얼마나 둔감한지 실감하기도 했습니다. 지재윤 님의 후기로 그날의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들려드립니다.



[1강] "해고‧돌봄 0순위, 재난 속 여성노동자 | 배진경(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코로나 19'가 일상을 갑작스럽게 '언택트 시대'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온라인의 근무환경 시스템이 가능한 사람과 그렇지 못하는 사람 간에 새로운 계층 선이 그어지는 세상으로 바뀌는 중요한 새로운 기준 한가운데 내가 있구나, 멍하니 느끼고 있었습니다. 제 자녀는 5세반 졸업식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시작된 6세반도 제대로 등원하지 못해 '퇴소를 하는 게 나으려나...' 고민하며 지금까지 어린이집 선생님과 나누었던 육아와 교육이 오롯이 제 몫이 되었습니다.


세끼 밥과 그 사이 간식 두 번, 그리고 반복해 치우게 되는 놀잇감, 설거지, 빨래, 늘어나는 아이 TV 시청 시간에 대한 걱정으로 날이 잔뜩 선 높은 톤은 짜증으로 섞인 나의 목소리…. 이 모든 것이 개인적인 내 체력 문제라는 생각과 함께, 많이 힘들어한다는 가정주부에 대한 뉴스 소식에서 그저 ‘아이가 하나라, 학업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나이라, 내가 집에서 있어서, 재택근무하는 일을 갖게 되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라며 스스로 위안을 삼기만을 반복했습니다. 구조적 사회 시스템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육아가 중요하다, 가장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라는 등등의 말로 겉은 포장하지만, 제가 느낀 건 그저 애 키우는 아줌마로 지금까지의 나의 모습이 한꺼번에 사라지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산은 하지 않으면서 소비만 하는 사람으로 심지어 나조차도 그렇게 다른 사회 구성원들처럼 똑같이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강의의 마지막 키워드. 성평등 노동, 남녀가 같은 일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근무환경과 노동에 대한 가치 인정에서 남‧여 차별이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그저 한 사람으로 대우를 받을 수 있기를... 그리고 돌봄민주주의에서는 ‘모성애, 돌봄, 희생’이라는 단어가 마치 여성만을 고귀하게 표현하는 단어가 아니라 사람이 사람에게 가져야 하는 태도가 되는 단어가 되길 바라봅니다.


- 지재윤



[1강] ‘안전한 집’에 머물러 주세요? 실태조차 모르는 가정폭력 | 송란희(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코로나 19'는 사람 간 전이가 지나치게 쉽게 이루어지는 전염병이기에 모이지 말라를 순화시킨 표현이 각자의 공간인 안전한 집에 머물러 달라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그렇지만 '집을 편하고 안식으로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그나마 학교에 가서, 직장에 가서, 모임 활동 등에서 숨통 틔이며 사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라는 생각을 바로 하게 되었습니다. 정책을 실행하는 사람들은 모두 가정 내 권력자인지, 화목한 가정에서 오르지 않는 전세나 매달 내지 않아도 되는 월세가 아닌 자가에서 음식 배달 앱을 잘 이용하며 살 수 있는 사람들만 있어 정작 인식하지 못하는 것인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의에서 다양한 통계 자료들을 보며 너무나 짧고 명확히 해석되어 웃펐습니다. 정확히 알 수 없다, 가정폭력의 실태를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이 사실이구나, 하면서도 "왜 프랑스, 아르헨티나, 사이프러스, 캐나다, 독일, 스페인, 영국, 미국의 통계에는 모두 'Increased(증가)'가 붙는데 한국은 왜 오히려 감소하는 거지? 도대체 뭐가 다르길래?" 하는 한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다만 그래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면, 늘 있었던 문제가 코로나 19로 더 드러나게 되었다는 것! 그래서 오히려 줄어든 가정폭력 수치가 모두의 관심을 이끌고, 변화를 도모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관심이 현재 쉼터가 어떠한 형식으로 운영되는지도 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또 가정 내 폭력 피해자로는 다른 가족구성원(자녀와 반려동물)들도 함께 있기에 피해자 한 사람에게 국한된 정책은 이용에 큰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내가 사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그저 가정폭력에 대해 잘하고 있겠지, 정책이 있겠지, 하는 짐작만이 아니라 어떻게 대하고 다루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게 된 중요한 시간이었습니다.

- 지재윤






9월 17일에 열린 두 번째 강의에서는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촉발되어 뜨거운 논쟁 중인 '기본소득'에 대해서 공부했는데요. 기본소득에 대한 아이디어는 과연 어떤 역사 속에서 확립되어 왔는지, 그래서 오늘날의 기본소득의 개념과 특징은 어떤 것인지 배울 수 있었는데요. 이러한 기본소득이 여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성평등한 기본소득 시대를 맞이하려면 어떤 질문이 수반되어야 할지 알 수 있었습니다. 최해찬 님의 후기를 들려 드립니다.



[2강] 긴급재난지원금의 함정! 미리 준비하는 기본소득 시대 | 이지은(기본소득신진연구자네트워크 대표)


혼란스러운 코로나 유행 상황에 이런 소중한 강의를 접할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특히 전 실제로 강의를 이렇게 들어본 적이 없는데 이번에 첫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어 좋았습니다. 강사님들도 아주 자연스럽게 강의해주셔서 내용이 아주 귀에 팍팍 꽂혔습니다. 강의 시간 동안 수고해주신 문자 통역사님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번 시간에도 내용이 좋았고 이번에는 참신한 내용이 좋았습니다. 기본소득과 젠더 평등, 젠더 정의를 연결지어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꽤 좋은 생각해볼 거리였습니다. 특히 강의 시간이 3시간이라서 제 생각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생각까지 들어볼 수가 있어서 그냥 강의랑 다른 게 여기서 느껴졌습니다. 아무래도 실제로 강의실에서 듣는 것보다 의견을 공유하기 쉬워서 그런 것 같습니다. 3강, 4강에서도 이렇게 도움되는 강의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 최해찬



9월 22일에 열린 세 번째 강의는 한국의 재난, 재해 정책에 숨어있는 성차별을 탐구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여성, 성평등 정책의 역사를 간단히 살펴본 후 서울시를 중심으로, 여성 안전 정책은 어떤 한계를 가지고 있는지 그 대안까지 들어보았습니다. 윤미희 님의 후기를 통해 들어보세요!


[3강] 안전의 젠더화? 재난·재해 정책의 성차별 | 강희영(서울시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


누구나 안전하게 살 권리를 가진다. 하지만 성차별적 사회 구조로 인해 여성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성차별적 사회 구조가 실제로 여성들의 사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여러 사례와 통계를 통해 볼 수 있었다. 성차별적 사회 구조는 교육부터 돌봄 노동, 고용과 실업 그리고 폭력 피해에 이르기까지 정말 넓은 범주에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번 강의를 통해 안전정책에서 성인지적 관점이 부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여성의 돌봄 노동 증가, 긴급재난지원금의 세대주 지급, 폭력 피해 여성을 배제한 방역 지침 등을 봤을 때 안전정책에서 여성은 고려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모든 시민을 위해야 할 안전정책에서 여성은 배제되고 있다.

 

이러한 불평등을 개선하고 성평등한 안전정책으로 나아갈 때 비로소 모든 시민을 위한 정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시민을 위한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여성이 안전의 주체로서 권리를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강의를 통해 성평등한 안전정책의 가능성을 살펴보았다. 중요한 점은 변화가 인식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안전이 평등의 문제이며, 여성도 안전하게 살 권리를 가진 주체라는 기본 인식이 필요하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여성의 참여를 보장하는 정책 방향과 전략을 세우고 실천하는 안전정책이 되길 바라본다.


- 비버




마지막으로 9월 24일에 열린 네 번째 강의는 독일의 사례를 통해 앞으로 코로나 상황에서의 반여성폭력운동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탐구해보는 시간이었는데요. 제반 상황이 상당히 비슷한 독일에서 유효했던 전략과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많은 영감을 받는 시간이었습니다.


[4강] 코로나와 여성폭력, 해외의 대응 전략 탐구 | 엘리자베스 오버튀어 Elisabeth Oberthür(독일 여성쉼터 협회 ‘프라우엔하우스 코디니어룽 Frauenhauskoordinierung’ PR&난민·소수자 지원 총괄)


독일의 지원 체계부터 차근차근히 설명해주셔서 좋았습니다. 독일과 한국의 피해자 지원 체계와, 코로나로 인한 위기 대응 정책들도 상당히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독일에서는 '정보 공유'를 중심 기치로 가정폭력피해자가 직면하는 어려움과 욕구를 지역과 사회에 알리는 데 주력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쉼터에 입소한 피해자가 감염되었을 경우를 대비한 세심한 매뉴얼을 마련하여 공유하고, 언론 및 정부와 지역사회의 지원을 이끌어낸 사례들은 한국의 상황에 큰 영감이 되기도 했습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여성폭력이 늘어나면서 쉼터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지만 위생 조치 등으로 인해 입소 가능한 쉼터 공간은 줄어들고 있으며, 쉼터와 입소자를 위한 디지털 인프라와 재정적 지원이 취약하다는 한계점, 지원에 대한 접근이 극도로 제한되는 봉쇄기간 동안 피해자와 어떻게 만날 수 있을지 등의 과제를 공유해 주셨는데요. 앞선 강의에서도 느꼈던 것처럼 '코로나 19'는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취약점과 어려움을 더욱 부각시켜주는 계기란 생각이 들었고, 강사님의 말씀처럼 이 위기를 발판 삼아서 도약해가기 위한 새로운 전략들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시차만 7시간이 나는 먼 곳의 강사님과, 또 한국의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니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힘이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늦은 시간에 3시간이나 진행된 강의에 열정으로 참여해주신 총 824명의 참여자 여러분, 모두 감사합니다. 코로나 19가 심화시킨 문제도 많지만, 앞당긴 온라인 시대로 참여자 분들이 언제 어디서나 또 편안하고 활발하게 참여해주실 수 있었던 점은 반갑고 기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도 이같은 온라인 교육을 열어달라는 호응이 뜨거웠는데요, 그럼 한국여성의전화가 준비할 다음 교육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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