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한여전 회원 번개 후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김지은입니다> 단상 나누기

by kwhotline 2020. 8. 19.

[한여전 회원 번개 후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김지은입니다> 단상 나누기



정(한국여성의전화 기획조직국)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이 세상에 드러난 7월, 이후로 우리는 피해자와 함께하는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피해자의 편지를 보며 함께 가슴 아파하고, 피해자를 위한 메시지를 보내고, 보라색 우산을 들고 함께 행진하기도 했습니다.


2020년에 처음 열린 이날의 회원 번개에서는 사건에 대한 단상을 함께 나누고, 분노를 해소하는 시간이었는데요. 불과 이틀 전, 갑작스러운 번개 소집에도 무려 여덟 분의 회원들이 모였습니다!



#1 사건을 둘러싼 단상 나누기


🎤정 : 모두 반갑습니다! 너무 오랜만에 만나서 기쁘고 반가워요. 이번 사건에 대해서 많이 궁금하고 이야기 나누고 싶은 것도 많으셨을 것 같은데요.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 그래서 화가 나고 속상했던 이야기, 뭐든 자유롭게 나눠봐요.



'왜 이제와서 이야기하느냐'는 사람들에게


🎤중헌 : 피해자에 대해 "왜 이제야 말했냐"고들 해요. 그런데 이건 기억을 못하나봐요. 윗선에다 나름 이 분이 애를 썼잖아요. 도와달라는 신호도 보내고 했는데 아무런 방법이 없었잖아요. 그때. 더 방치되고. 그런 것들은 아예 귀담아듣지도 않고. 그럼 그 사람들도 왜 이제야 와서 생각하냐, 그렇게 했는데도 안 됐으면 얼마나 이 분이 혼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런 생각들은 전혀 안 하더라고요.


🎤쩡이 : 엄마가 이 사건을 이야기하면서, “왜 4년 동안 그 사람은 아무 말도 안 했을까?” 계속 그것만 얘기하시는 거예요. "엄마. 나보다 엄청 높은 상사가 나한테 그랬는데 내가 얼른 어떻게 이야기를 하냐, 그리고 그 사람도 나름대로 부서도 옮겨달라고 얘기도 하고 그렇게 했는데도 안 됐다고 나는 그렇게 알고 있다"고 했죠. 그러고는 그 날은 얘기가 끝났는데요. 


다음 날 또 얘기를 하시는 거예요. “아니 왜 그 사람은 4년 동안 얘기를 안 했다니막 이러면서. 이걸 저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건이 아니라 기사를 통해서만 보는 사건이고, 그래서 아무튼 엄마를 설득을 못하고 설전을 더 못하고 온 거죠엄마랑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아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계속 얘기를 했어요. 그 사람은 굉장히 노력을 했고, 어쨌거나 있었던 사실이고, 4년 동안 고발할 수 없었을 거다, 이 사람도 증거자료나 그런 걸 모으려고 얼마나 노력을 했겠냐, 그런 이야기요.



피해자가 이야기 꺼내기 어려운 이유


🎤쩡이 : 엄마랑 그러고 와서 생각을 하기를 제가 처음에 초년의 회사생활을 했을 때 그런 성추행을 당했었거든요. 그때 굉장히 나이 많으신 남자 과장님이셨어요. 당시에 회사 내 언니들 사이에 그 과장님이 지하에 계시는데 절대 혼자서 지하에 가지 말라고 했어요. 자세하게 얘기는 안해주고 어쨌든 혼자서 가지 말라고 얘기를 해주는데 할 수 없이 혼자 가야 하는 상황이었던 거예요. 그래서 내려갔는데 그때 성추행이 있었던 거예요. 


그때 너무 당황스러웠고 스물셋, 이럴 때였으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죠. 그래서 '일단 여기를 벗어나야겠다' 싶어서 서류를 빨리 찾아야 한다면서 올라갔어요. 그러고는 한 몇 년 동안 그 사람을 피해 다녔어요. 왜냐하면, 부딪치지 않는 게 저도 최선이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이거를 누구한테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하며, 나에게 이미 이렇게 성추행을 했는데 뭔가 증거자료가 진짜 없잖아요. 


🎤중헌 : 그 시대만 해도 지금 미투운동하면서 그래서 사람들이 용기를 내는 거지, 안 당해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여자들은 간접적으로 많이 당하고 살잖아요. 


🎤채연 : 아는 언니가 다니는 신문사에, 그 신문사가 나름 진보적인 신문사고 거기서 되게 그냥 입 다물고 좋은 선배인 줄 알았던 선배가 있었나봐요. 그런데 이번 사건이 터지고 나서 여자들이 많은 술자리에서 “남자는 3초에 한 번 그런 생각들을 한다”, "그래서 펜스룰 같은 걸 해야된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나름 '진보'라고 주장했던 남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이야기도 했었어요. 


또 다른 언니도 고등학교 선생님한테 그런 경험이 있었는데 그런 경험을 잊었었대요. 자기는 “공부도 잘하고 이 선생님한테 사랑받는데 내가 이런 일을 겪었을 리는 없을 거야”라고 생각을 하고 잊었다가 이 사건을 계기로 그게 다시 생각이 났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뭔가 지인한테 그런 경험을 들으니까 왜 피해자가 오랫동안 말을 할 수 없었는지 이해가 갔어요.


🎤혜선 : 용화여고랑 똑같네요.


🎤희근 : 정말 우리가 상담을 하다보면 '반전'이 많잖아요. 피해자가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면 나보고 미쳤다고 할걸요"라고 종종 하는데, 심지어 직업적으로 보면 절대 그래선 안 되는 목사라든지, 그런 사람들이 자기를 폭행한 얘기를 하면서 내가 이런 얘기를 아무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시잖아요. '저 사람은 절대 그러지 않을 거야', '보이는 그대로가 다일 거야' 생각했던 사람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 같아요.



가해자의 입장에만 이입하는 사람들에게


🎤중헌 : 그 사람의 업적 같은 것만 높이 사고요. 이 사람이 이 정도쯤 하면 장례는 무사히 치르게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 이런 이야기도 많이 하더라고요.


🎤풀은주 : “그 사람이 허튼 소리를 할 사람이 아니고”라는 말... 결국 안희정 씨나 박원순 씨처럼 아는 사람이 많고 영향력이 크면 클수록 많은 사람이 믿어주고, 또 그 말들이 막 퍼지고, 정말 더 큰 힘을 갖게 될 수밖에 없구나, 생각했어요. 


사실 나도 어떤 사건이 있고, 그게 아는 사람일 때는 뭔가 그 사람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한번 듣고 싶어지고 뭐라 얘기를 하면 '그런가?' 이렇게 되기도 하고, 이런 걸 생각해봤을 때 또 이해가 되기도 하고요. 이게 아는 사람이 많고 영향력이 많을수록 되게 끈질긴 힘을 갖는다는 것과 위력에 의한 성폭력이라는 게 이해가 어려운 사람이 많구나, 싶은 거예요.


또 “나 같으면 그 상황에서 그렇게 하지 않을텐데”라고 굉장히 단호하게 얘기하는 사람이 많은거예요. “왜 그런 식으로 했지? 나라면 절대 그러지 않을텐데”라고 하면 그 앞에서 할 말이.... 상담에서 들은 걸 생각해보면서 조금 이해가 되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뒤돌아보면 잊어버리잖아요. 그래서 이것도 참 쉽지 않구나. 결론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연 : "아니, 그런데 박원순이 그럴 사람이 아닌데"부터 딱 나오는 거예요. 시민을 얼마나 생각하는 사람이고, 지금까지 행보를 막 설명을 해요. 그리고 그 다음에 나온 게, "엄마는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라는 걸 이해를 못 하겠어"라고 나와가지고요. 엄마랑 유대감이 되게 깊었고, 항상 나랑 같은 생각일 거라 여기는 게 기저에 있었는데 그 말을 들으니까 너무 깜짝 놀래가지고 말이 안 나오는 거예요. 


정말 그거를, 피해자 입장에서 조금도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아요. 박원순한테만 너무 이입을 하니까. 괴롭게 생활하고 있을 피해자를 전혀 고려를 안 해줘요, 세상이.


🎤희근 : 엄마가 그 여자가 잘못했다고, 그래서 아까운 사람 한 사람이 갔다"고 하시는 거예요. 어떻게 저렇게 순진하실까, 엄마라서 말을 그래도 막 했어요. (웃음)  '아니, 그 사람이 변호사 출신인데 이미 게임 끝났으니까 그런 선택을 한 거다. 그리고 그 사람이 젊은 혈기에 분해서 못 살겠다고 죽은 것도 아니고, 육십이 넘은, 이미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사람이잖아요. 자기가 아무런 밑바탕에 거리낌이 없는데, 내가 굉장히 깨끗한 사람인데 고소만으로 죽는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가 어디 있냐'면서 따다따다 했더니 엄마가 그냥 깨갱하고 그래서 제발 친구분들과 이야기할 때 제발 그렇게 좀 얘기를 하시오 (라고 했죠). 


어쨌든 한 번 딱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답이 나오는데 왜 그렇게 사람들은 그놈의 공적이 어떻고, 지금까지 그 사람의 이미지 그런 거에 딱 고정을 시켜놓고 왜 그렇게 한 사람,그 앞에 있던 조그만 사람은 왜 보려고도 하지 않는지 참 답답하더라고요엄마가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건 그분들 무리에서 다 그렇게 이야기를 한다는 거예요. 그걸 남편이 옆에서 그걸 듣고 있다가 장모님이 딸이 무슨 일을 하고 다니는지 모르시는구먼” (그러더라고요.)


🎤혜선 : 그런 것도 있어요. 성폭력의 영역에 성추행, 살짝 만지는 건 안 넣어서 그렇게 '미약한 것'으로 치부하면서요. 지금 생각해도 성질나네, 가해자가 와이프랑 별거를 했던 걸 이야기하면서 “별거를 했기 때문에 성적 욕구로 그렇게 했겠지"라는 거예요. "그러면 내가 남편이랑 사이가 나쁘면 나는 남자 성폭행해도 돼?" 이렇게 응하게 되는 거죠.





우리는 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중헌 : 이걸 똑바른 시선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처음에 사망과 관련해 뉴스가 조금씩 새어나왔잖아요. "음모 아니야?" 이랬어요. 이게 사건이 빵 터지고 진실이라는 게 밝혀졌잖아요. 그때부터는 다른 시선으로 봐야하는 거거든요. 제가 믿었던 박원순 시장은 아닌 거잖아요. 사건으로만 다뤄야 하는데 어떻게 피해자 신상을 캐고 피해자에게 더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사회가 이해가 안 되는 거예요. 


우리도 어떻게 보면 믿었던 사람에게 이런 걸 당하고 나니까 피해보상 받고싶은 심정이거든요. 주변사람들한테 막 설명을 하죠. "그래서 그 사람이 죽였어? 그사람은 신고라도 했을 뿐이야. 왜 4년전에 말 못했냐? 지금이라도 했잖아. 이사람이 죽음을 선택했는데 왜 피해자에게 죽였다는 화살이 가야 하냐". 너무 분노가 치밀더라고요.




#2 <김지은입니다> 독후감 나누기


'여성', '비서'에게 부여한 노동


🎤정 : 저는 안희정 사건과 이번 사건에서 '비서'라는 직업이 수행해야 하는 노동에 대해 계속 너무 놀라고 있어요. 책 <김지은입니다>에 쓰여 있기를, 구두를 어느 방향으로 지사님 신기 좋게 놓아야 한다는 것부터 인수인계를 받았다고 하고요. 이 노동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너무 '비서'라는 직업에 부여된 노동이 문제적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란희 : 그러니까 그 이번 사건에서, 뭐 안희정 사건도 그렇지만. 비서를 '발탁'하는 거잖아요. 그게 너무 사실 좀 놀라웠거든요? (당사자가) 지원하고 업무능력을 평가해서 뽑는 게 아니라, '예쁜 여자'가 있으면 '너 한 번 와볼래?' 그런 다음에 '내일부터 여기 오세요.' 그랬다는 거죠. 근데 이거 얘기가 나온 다음에 사람들이 트위터나 이런 데 막 올리는 거 보니까, 비서 뽑을 때는 다른 데서도 그렇다는 얘기들이 있는 거예요


도대체 여자를 뭘로 보는가사람으로 안 보는 거죠. 딱 이렇게 뽑아서 딱 이용하고. 그리고 업무를, 직장에서 업무 역량을 성장시킨다는 개념이 있어야 하잖아요. 근데 그런 걸 안 시키고, 뭐 이런 것도 되게 중요하긴 하지만 맨날 이것만 하면서 있을 수는 없잖아요? 맨날 뭐, 과일을 깎고, 넥타이를 어떻게 해주고, 팬티를 주워다가 무슨.... 아이고 진짜. 별 말도 안 되는 그런 걸, 공정한 채용 절차를 거쳐서 들어온 여성들을 그런 노동에다 막 배치를 하니까 정말 너무 화가 났습니다.



<김지은입니다>에서 인상깊었던 구절


🎤채연 : (김지은 님이) 그 동안 얼마나 힘들게 싸우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같이 읽으면서 울었어요. 저는 아래 구절이 인상 깊었는데요.

 

"피고인 유죄 3년 6개월 징역. 친구가 프린트한 나의 입장문을 전달해주고 오겠다고 했다. 되돌아 오는 길에 달달한 아이스초코에 생크림 휘핑 잔뜩 올려서 사와달라고 부탁했다. 단 것이 먹고 싶었다. 그 때서야 사무실 주변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날 선고가 뜰 때까지 변호사 사무실에서 친구랑 변호사님이랑 막 기다리다가, 몇백일동안 숨죽여 살다가, 그제서야 감각들이 살아나고 감정들이 살아나는 게 너무 벅찼어요. 이렇게 힘든데 어떻게 그걸 무고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그런 가정을 하는 거 자체가 정말 무례하고 있을 수 없는 일인 거 같아요.


🎤란희 : 지금 이 사건 피해자 분이 그 전에 이 책을 읽지 않았었거든요. 근데 이 사람이 첫 기자회견 때 쓴 것 중에 "그저 인간답게 살고 싶었습니다"라는 말이 있어요. 그걸 기자회견 제목으로 썼는데, 그 말이 여기 똑같이 써 있는 거예요. 깜짝 놀랐죠. 피해자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사실은 그런 거밖에는 없는데...


'페미니즘은 여성도 인간이라는 급진적인 주장이다'라는 말 있잖아요. 그 말이 왜 진짜 아직도 너무 급진적이라는 걸 피부로 공부하는 시간인 거 같아요. 머리가 아니라 피부로 공부하는 시간이요.



오늘 모임에서 우리는!


🎤풀은주 : 이렇게 모이면 한 마디하면 아 그렇지하고 금방 공감하고 하는데 잠깐만 밖으로 살짝 나가도 너무 큰 벽인 거예요그래서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이게 벽이 있는데 점점 견고해지고 있다는 느낌도 들고, 막 무력감 이런 느낌도 들고점점 서로가 쌓여가는 그런 느낌도 들면서 이걸 어떻게 하지 하는 막막함 이런 느낌도 들었었어요.


🎤채연 : 저는 사실 세상의 벽과 굉장히, 세상의 벽으로부터 도망가 있는 상황인데, 세상의 벽을 마주하고 싸우고 계신 분들 보면서 너무 멋지다고 생각했고, 저도 조금 더 그런 힘을 기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쩡이 : 제가 되게 좋아하는 언니가 저한테 해주는 이야기 중에 "잘 하고 있어. 이 때까지 잘 해왔어."라는 말이 있거든요. 지금 힘든, 약간 그 사건 때문에 힘든 시기이고 여성의전화도 어쨌거나 험난한 길 가야 하지만 되게 잘 하고 계시는 거고요. 누구나 또 항상 응원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더 힘내서 잘 되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모임 자주 했으면 좋겠어요.


🎤중헌 : 이번에 피해자도 본인이 얼굴 내밀지 않고 기자회견 하지 않아도 되는, 우리 여성의전화가 나와서 해주시는 거, 이런 게 너무 자랑스럽고요. 그리고 그 속에 우리가 같이 너한테 힘을 줄 수 있다, 뒷받침하고 있다, 지지해주고 있다, 응원하는 저, 여러분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중헌 회원 님의 말씀처럼, 우리가 함께 힘을 주고 받고 지지해주고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요즘인지요. 오랫동안 대면모임을 하지 못했던 갈증도, 사건을 둘러싸고 여러 답답했던 마음도 모두 해소되는 번개모임이었습니다. 올해 계획된 번개 모임이 모두 진행되지는 못했지만, 코로나가 잠잠해지는 그날 다시 돌아올 회원 번개 모임!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