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적 폭력만이 폭력 아냐, 폭력은 복합적으로 발생해
-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피해자 포커스 그룹 인터뷰(F.G.I)> 후기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모인 사람들
애인‧가족 등 소위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기에 가려지고 지워지는 수많은 여성폭력 경험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폭력 경험들은 끔찍한 상해를 발생시키는 신체적 폭력이 아닌 이상 ‘폭력’으로 호명되지 못하고 ‘훈육’ ‘단속’ ‘과도한 애정표현’ 등의 이름으로 정상화되곤 합니다. 개인의 자율성과 존엄이 훼손되는 심각한 폭력임에도 ‘사랑싸움’ ‘집안일’ 등으로 치부되곤 합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문제의 사회 제도 및 인식 부분 등에서의 해결책을 찾고자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피해자 포커스 그룹 인터뷰(F.G.I)>를 지난 7월 30일~8월 7일 총 4회 진행했습니다. 피해자의 경험을 통해 길을 모색하고자 했습니다.
인터뷰는 총 네 그룹에서 각 1회씩 진행되었습니다. 7월 30일 가정폭력(자녀) 그룹 인터뷰를 시작으로 8월 1일에는 데이트폭력(성인) 그룹, 8월 4일에는 가정폭력(부부) 그룹, 8월 7일에는 마지막 인터뷰인 데이트폭력(10대) 그룹 인터뷰가 이어졌습니다. 모두 열 분의 참여자들이 인터뷰에 함께했습니다.
(※ 총 9일간 참여자를 모집했음에도 많은 분들이 신청해주셨는데요. 피해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결코 녹록지 않은 일임에도 이번 인터뷰 취지에 공감하며, 기꺼이 참여 신청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인터뷰가 진행된 한국여성의전화 2층!
“모든 걸 자기가 원하는 대로, 강제적으로 하려는 것이 문제”
“폭력을 나누자면 신체적 폭력, 뭐 성적, 경제적 다 들어가는데, 기본적인 건 자기 사고방식만 옳다고 주장을 하는 거였어요. ‘넌 내 말을 들어야 돼, 아니면 안 해’ 하면서 모든 걸 강제적으로 하려는 그런 사고방식에서 모든 게 비롯되는 것 같은 거예요.”
- 가정폭력(부부) 그룹 참여자 발언 중
“저는 피해가 심한 사람들보다 (신체적 폭력 피해가) 심하지 않고, 주변에서도 ‘너희 아버지가 이렇게 잘해주는데 너는 왜 아빠에 대해 안 좋게 말해’ 하니까 제가 (가정폭력) 피해자라고 인지가 아예 안 됐었어요.”
- 가정폭력(자녀) 그룹 참여자 발언 중
“화나면 당장 자기네 집으로 오라고 협박하고, 물건을 집어던진다거나 발로 차거나, 아니면 운전을 난폭하게 하거나 이건 그냥 기본적인 거고, 그냥 싸우면 다 저 때문이라는 말을 항상 하면서 제 탓으로 돌렸어요.”
- 데이트폭력(성인) 그룹 참여자 발언 중
“사실 집착이나 질투가 사랑으로 오인받기가 쉽잖아요. 그래서 그때는 그런 걸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더 해 줬으면 좋겠고 그런 게 있는데, 그때 집착으로 인해서 저는 좀 학교생활에 있어서 아이들하고 상호교환을 하고 그런 것이 좀 어려웠고, 그때 가해자랑만 관계를 구축을 하면서 가해자의 말에 굉장히 의지하게 되고 그런 면이 있어서 혼자 자립할 수 없게 되는, 본인이 만들어지는 게 되게 유해하다고 느꼈어요. 자존감도 많이 떨어지고, 의존성이 생기고. 이 사람에게만 의지하게 되니까 자꾸 다른 활동도 못 하고 그렇게 됐던 것 같아요.
- 데이트폭력(10대) 그룹 참여자 발언 중
인터뷰를 마치며, 이러한 여성에 대한 폭력들이 ‘친밀한 관계’에서는 특히 ‘폭력’으로 인정되지 않는 현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남성이 여성을 통제하는 것’이 허용되는 남성중심 가부장제 사회에서, ‘친밀한 관계’는 여성의 성역할과 ‘여성으로서의’ 의무가 더욱 강하게 작동할 수 있는 관계로 인식되니 말입니다.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관련 토론회 9월 17일 개최
한국여성의전화는 이번 포커스그룹인터뷰를 바탕으로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입니다. 데이트폭력 근절 캠페인 영상을 제작해 서울시에 전파할 계획이며, 오는 9월 17일에는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관련 제도 및 정책 개선을 촉구하는 토론회를 개최하려고 합니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친밀한 관계’가 가진 함의를 묻고, 여성폭력이 발생하는 근본적 원인과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되어야 하는 제도 및 정책에 대해서 이야기하려 합니다.
이번 포커스그룹인터뷰에서 확인했던 것처럼(물론 이전에도 그랬고요!), 추후에도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관련 활동에 한국여성의전화와 함께해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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