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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이슈/칼럼

마을만들기에 마을 사람들이 없다

by kwhotline 2012. 5. 25.

마을만들기에 마을 사람들이 없다

 

지난 8일 서울시 마을공동체의 비전과 방향 설정을 위한 마을공동체 시민토론회에 참석했다. 마을공동체를 위한 긍정적인 대안 모색이 있었지만 아쉬운 점도 남았다. 먼저 마을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마을만들기가 사업이 되면, 마을사람들은 다시 (사업 없는) 마을 변두리로 밀려날 수 있다. 밀지 않아도 밀리는 것이 공공이 영역에서 소외됐던 소수자의 삶이기에 마을만들기 '사업'은 더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마을에 있는 사람들은 마을 밖 변두리로

이날 패널들은 입을 모아 마을에는 여성, 아동, 노인들이 살고 있으며, 마을 주민들 스스로 마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여성, 아동, 노인들은 시민토론회에 없었고, 현재이 서울시 마을만들기 사업의 의제에서도 여성, 아동, 노인들은 소외되고 있다. 패널로 참여한 유나경 소장은 마을에는 노인과 아이 키우는 엄마들만 남아있다며 주민역량을 위한 교육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즉 마을에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지만 공공의 영역에 진출한 경험이 없는 이들은 마을이 '사업'의 대상, 고공의 영역으로 바뀔 때 다시 '사업'이 없는 마을 변두리에 머물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패널들의 말은 구구절절 맞는 말이지만, 이것을 마을공동체 마을 공동체 사업에 어떻게 녹여낼지는 그야말로 오리무중이다. 어렵지만 그럼에도 붉하고 가정 먼저 해야할 일은,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살피는 일이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마을의 구획을 넓혀라

현편으로 마을 주민은 아니지만 마을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에 관여하는 사람들에 대한 개념이 마을공동체의 개념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 마을에는 아이와 아이 키우는 엄마와, 학교와 학원, 마트와 문방구, 복지관과 지구대, 어린이집과 경로당, 보건소와 병원, 커피숍, 옷가게, 호프집들이 흩어져 있다. 누구에게는 마을이지만 누구에게는 직장일 수 있고,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으며 마을을 구성한다.

마을공동체 토론회에서 한 시민 발언자는 자신에게는 직장이 있는 곳이 마을이라고 말했다. 거주지 단위로이 마을이 아니라 다양한 경계를 상상해야 한다는 의미다. 마을을 구 단위, 동 단위 거주자 등으로 구획적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마을을 움직이는 다양한 모습들을 그려보고, 그 속에서 살기좋은 마을의 모델을 그려가는 것이 필요한 때다.

누군가는 지역운동으로, 누군가는 보육운동으로, 누군가는 평등평화 마을만들기로, 누군가는 동네모임으로 마을공동체를 가꾸어왔다. 조그만 물결이 자칫 급물살에 휩쓸려갈 수도 있겠다. 휘말릴 것인가, 더 크고 더 넓고 더 깊게 키울 것인가는 이제 우리의 몫이다.

 

글_김홍미리(한국여성의전화 서울지역운동팀)

 

 

*본 기사는 은평시민신문 제53호에 기고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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