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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이슈/칼럼

“사법체계에 대한 기대 다 버렸다” 가정폭력 피해자녀의 절규

by kwhotline 2012. 6. 8.

“사법체계에 대한 기대 다 버렸다” 가정폭력 피해자의 절규

 

여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사법정의 토론회 열려

법률전문가들, 가정폭력 저항 정당방위 인정해야

 

 

지속적인 가정폭력에 시달린 아내가 단 한번의 반격행위로 남편을 살해했을 경우, 이는 정당방위로 인정 될 수 있을까?

 

아직까지 우리나라 법원에서 이를 정당방위로 인정한 사례는 없다. 이에 지난 5166명의 법률 전문가들이 모여 가정폭력 피해자에 의하여 가해자가 사망하는 경우 법적용 실태와 그 한계, 정당방위 적용 가능성 등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서울 중구에 위치한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한국여성의전화 주최로 진행되었다.

 

토론에 앞서 가정폭력 피해여성의 자녀들이 피해자이자 증인으로서 그동안의 심경을 토로했다.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억울한 현실

 

김자영(가명) 씨의 자녀 A씨는 힘들게 말문을 열었다. “평생을 가정폭력의 피해자로 살아온 어머니가 가해자가 되어 구치소에 수감된 상황이 억울하다고 말했다. A씨가 태어나기 전부터 자행된 아버지의 폭행은 시간이 갈수록 더 교묘하고 잔인해졌다.

 

어머니를 때리는 아버지를 막기 위해 신고를 해도 아버지의 가정사라는 한마디에 경찰은 집안을 슬쩍 보고 돌아가 버렸다. A씨는 경찰이 한번만이라도 제대로 개입했더라면 아버지가 그렇게까지 (폭행을) 했을까요.”라고 울부짖으며 어머니의 재판과정을 지켜보고 우리나라 경찰과 법에 대한 기대를 모조리 버렸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식칼을 들고 폭언을 하며 위협하는 남편으로부터 극도의 공포를 느낀 김자명 씨는 남편이 식칼을 이불 밑에 두고 잠든 사이에 넥타이로 남편을 목 졸라 죽였다. 그로써 38년간의 가정폭력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국민 참여재판을 통해 징역 5년을 선고받아 청주교도소에 8개월째 수감 중이다.

 

덧붙여 A씨는 우리나라 가정폭력의 법체계를 비판하며 관련 법조인들이 가정폭력이 어떤 것이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정서적·신체적 피해들을 알고 한번이라도 심사숙고 해본다면 가정폭력 피해여성들이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게 되는 맥락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가정폭력의 특수성을 이해할 것을 촉구했다.

 

B씨의 어머니 김명희(가명, 54) 씨는 다발성 경화증이라는 희귀불치병을 앓고 있음에도 지속적으로 남편에게 육체적· 언어적 폭력을 당했다. 남편은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것 아니냐?’, ‘돈을 벌어오지 못한다.’는 등의 이유로 아내를 구타했고, 이에 김명희 씨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목욕관리사와 요양 보호사로 일했다.

 

B씨는 피를 많이 흘려 응급실에 실려 가는 와중에도 어머니는 공무원이신 아버지의 사회적 위치를 생각해 신고를 하지 못했다.”오히려 그 점을 알고 난 뒤 아버지는 더욱 심하게 어머니를 학대했다.”고 밝혔다. 결국 지난 3월 어머니는 아버지를 살해했다. 어머니와 같은 희귀병을 앓고 있는 B씨의 동생은 시각마저 잃어버렸다. B씨는 어머니는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어머니의 손길 없이는 살 수 없는 시각장애인 동생을 위해서라도 선처해달라고 호소했다.

 

 

 

일반 폭행사건에선 진단서 요구 안하면서...’

 

김자영 씨의 법정대리인인 오지원 변호사는 가정폭력 피해자에 의한 남편의 사망사건의 경우 재판부는 지속적인 폭력에 대해 증명할 엄격한 증거를 요구한다.”남편으로부터 맞을 때마다 병원에 가기보다 혼자서 감내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입증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진단서 없이도 유죄를 인정하는 일반 상해사건과 달리 유독 아내의 정당방위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인색하다.”고 꼬집었다.

 

입증의 어려움만큼이나 정당방위를 가로막는 이유는 가정폭력 피해아내들이 남편으로부터 폭행을 당할 때가 아니라, 남편이 잠들거나 쉴 때 주로 살인을 저지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당장의 폭력이 행사되고 있는 상황은 아니더라도 가정폭력에 만성적으로 시달리고 있는 상황 자체는 신체의 자유와 의사의 자유 등이 포괄적으로 침해되고 있는 현재의 침해 상황이라고 보아 정당방위를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정폭력피해여성 구제할 사회적 수단 없어

 

한국여성의전화가 언론에 보도된 기사로 낸 통계만 보아도 가정폭력으로 희생된 아내는 2010년 최소 74, 2011년에는 남편과 애인에게 살해당한 여성이 최소 65명이다. 아내살인이나 애인살인에 대한 공식적인 집계가 이루어지지 않아 실제 수치는 이보다 더 웃돌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정폭력의 경우 사적영역에서 발생하는 부부싸움으로 인식되어 외부의 개입을 꺼려하는 사회적 관행이 아내폭력을 방치한다는 지적도 있다. 폭력을 당해도 마땅히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가정폭력 발생 시 경찰에 신고를 한다 해도 김자영 씨의 경우처럼 경찰이 왔다가 가버리는 요식행위에 그쳐버리거나, 응급조치나 임시조치를 한다고 해도 그 비율이 평균 기준 10% 미만이다. 가정폭력 피해여성을 국가차원에서 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재한 상황이다.

 

이에 양현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정폭력 피해자는 그들을 구제해줄 사회적 장치들의 방관 속에서 홀로 외롭게 폭력에 대처해 왔다, “피해자의 가해자살해는 가정폭력에 대한 구조적 방조의 결과 피해자가 행한 사적구제라고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 시간 동안의 발제와 토론을 마친 뒤, 토론회에 참석한 참가자들과 여성폭력에 대한 국가차원의 관심과 제도적 장치를 촉구하는 플랜카드를 들고 국가인권위원회 건물에서부터 거리행진을 했다.

 

 

한국 여성의 전화 제2기 대학생기자단

김나영 (nayoungkim1990@gmail.com) 기자/ 구소라(volvol6287@naver.com) 기자

 

 

 

 

아래 글은 여성폭력에 침묵하는 사회를 바꾸고 싶습니다한국여성의전화 해피빈 모금에 참여 해주신 분들이 댓글로 남겨주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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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이 심했던 나는 아무리 어려지고 싶어도 20살 이전으로는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그땐 하루하루가 공포와 눈물밖엔 기억이 안 나네요.

 

sh***

저희 엄마는...스스로 목숨을 끊으셨습니다. 아버지라는 그 인간의 신체적, 정신적 폭력에 오랜 동안 피폐해진 마음을 이겨내지 못하셨습니다. 성인이 된 저와 제 여동생은 그 인간과 연을 끊고 나와 살지만 아직 미성년자인 막내 동생을 저희 힘으로 데리고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가정폭력이 제일 두려운 이유는 바로 그것이 되 물림 된다는 것이지요. 가정폭력... 말 그대로 가정 안에서 일어나는 '폭력'입니다. 개인 가정사가 아니란 말입니다.. 저 역시 오랫동안 폭력에 노출되고 이제는 엄마까지 그렇게 떠나보낸 후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힘든 시간을 겪고 있습니다.. 단 한사람으로 말미암아 몇 명의 사람들의 인생이 망가졌는지.. 생각하면 할수록 너무 화가 나고 그 사람을 죽여 버리고 싶습니다. 죽을 사람은 따로 있는데.. 더 이상 그 누구에게도 이런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가정폭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인식에 변화 또 제도에 변화가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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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결혼해서 애도 있고 지금 임신 중이지만 정말 자식이 생기니 더더욱 용서가 되지 않는군요. 어렸을 때 부모님이 싸우면 정말 식칼 같은거 몰래 숨겨놓고 자는 척하고 그랬는데.. 제 자식한테는 그런거 안 물려주고 싶어요.

*

가정폭력을 하는 아버지를 바꿀 수 없는게 안타깝네요. 사회에서도 가정폭력에 대한 강한 방안시스템이 있어야한다고 봅니다. 그저 남의 일이라 생각하여 쉬쉬하는게 힘이 없는 아이들은 답답합니다. 그렇게 가정폭력의 방안에서 웅크리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제발 실질적인 방안이 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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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일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목을 졸리고 식칼 위협받고... 저에게도 좋지 않은 기억입니다.. 가해자들은 밖에서는 멀쩡하게 사회생활 다 하면서 아내와 아이들을 신체적, 정신적으로 폭행합니다... 그런 사람들을 제대로 제재할 수 없다는 현실이 이렇게 비극적 결말을 낳게 하고요... 가정폭력은 님들 이웃에서도, 지금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가정폭력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빨리 근절되었으면 좋겠습니다...

cl***

저도 지금 아빠의 폭력 때문에 집을 나와 있는데요. 우리나라의 현실이라는 것이 참 안타까울 뿐입니다. 가해자는 절대 그 고통의 크기를 알지 못 합니다. 자신이 그만큼 겪어 보기 전까지는 아이들이 저보다 더 어린 친구들이 한시라도 빨리 이런 지옥 속에서 벗어날 수 있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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