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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이슈/칼럼

피임약 재분류, 여성이 결정의 주체여야

by kwhotline 2012. 7. 4.

피임약 재분류, 여성이 결정의 주체여야

 

식약청, 사전피임약 전문의약품 전환() 발표

사전피임약에 대한 접근성 낮추는 결과 낳을 것

여성의 건강권, 결정권 고려치 않은 결정...여성계 강력 반발

 

 

 

2010년 프로라이프의사회가 낙태시술 병원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촉발됐던 임신과 출산에 대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논쟁에 다시금 불이 붙었다. 이번 논쟁에 불을 지른 주인공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이다.

 

지난 617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발표한 의약품 재분류안에는 경구피임약(사전피임약)을 전문의약품으로, 긴급피임약(사후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제껏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구입할 수 있었던 긴급피임약은 처방전 없이도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재분류되었고, 반면 경구피임약은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만 구입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어 두 피임약의 운명이 뒤바뀌게 됐다.

 

이번 발표로 피임약을 둘러싼 관련 집단들의 목소리가 첨예하게 부딪치고 있다. 직접적인 이권이 걸려있는 대한약사회와 대한의사회는 정반대의 입장을 내세우며 전면전에 돌입했고, 피임약 복용을 사실상의 낙태로 규정하며 성 문란을 우려하는 일부 종교단체와 낙태반대운동단체 등도 발 빠른 입장표명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소란스러운 각계의 입장들 중 어디에서도 피임과 출산의 주체인 여성의 삶과 건강을 진지하게 고민한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다. 식약청은 사전피임약이 장기간 복용하면 여성호르몬 수치에 영향을 미치고, 혈전증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며, 투여금기 및 신중투여 대상이 넓어 복용 이전에 의사와 상담 및 정기적 검진이 권장되는 의약품이라는 점을 전문의약품 전환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식약청의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분류안이 여성의 건강을 고려했다기보다는 관련 집단들의 이권 다툼이라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경구피임약은 지난 40년간 일반의약품으로 판매되어 왔고 심지어는 정부가 가족계획정책의 일환으로 경구피임약을 적극적으로 권장보급하기도 했다. 또한 경구피임약은 피임의 목적뿐만 아니라 호르몬 조절 등의 의료적 목적으로도 사용되고 있으며 이런 경우 의사의 처방으로 복약되고 있지만 피임약의 부작용에 대해 자세하게 안내받는 여성은 드문 실정이다. 이러한 의료 시스템 하에서 경구피임약의 부작용 때문에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한다는 식약청의 설명은 이해하기 어렵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건강하게 복약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이는 정부가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할 의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여성들에게 임신, 출산에 관련된 의학적 정보와 의료 접근권, 의학적 조치에 대한 선택권 그리고 이를 위한 제반의 사회, 경제적 기반이 제대로 마련될 수 있도록 사회 전반적인 변화를 고려하여”(‘여성의 임신 출산 결정권을 위한 네트워크기자회견문 중) 이루어져야 한다.

 

저소득층이나 비혼/미혼 여성, 청소년 등 사회경제적 취약 계층 여성들은 매번 병원을 찾아 처방전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피임약에 대한 접근성은 매우 중요하다. 결국 사전피임약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지면 원치 않는 임신과 인공임신중절수술이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중적인 한국의 성문화 환경에서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산부인과 출입을 꺼려하는 가운데 사전피임약의 전문의약품 전환은 여성의 건강권을 더욱 침해할 뿐이다.

 

여성의 임신 출산 결정권을 위한 네트워크(‘여성의 결정권과 건강권을 위한 피임약 정책 촉구 긴급행동으로 명칭 변경)’615일 보건복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진정 여성들의 건강을 우려한다면 모든 여성들이 원치 않는 임신을 예방하고 스스로 임신과 출산에 대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경구피임약과 사후 응급피임약을 모두 일반의약품으로 허용하여 피임약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되, 약제의 특성과 부작용, 개인별 특성에 따른 위험요소 등에 대한 철저한 복약 안내를 의무화하여 여성들이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의약품의 부작용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여성들이 산부인과에서 자유롭고 편하게 건강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 개선과 함께 주치의 제도 도입, 의료 복지 확대 등 공공 의료 시스템의 개편을 위해 노력해야하며, “피임과 임신, 출산에 대한 홍보와 성교육 대중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식약청은 7월 말 재분류() 확정 및 행정조치를 확정하고, 이르면 2013년부터 재분류 결과를 시행할 예정이다.

 

김수희_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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