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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이슈/칼럼

나는 나를, 나의 몸을 사랑한다.

by kwhotline 2012. 7. 10.

나는 나를, 나의 몸을 사랑한다.

 

Episode 1. 나를 위한 옷은 어디에?

 

길을 걷다 맘에 드는 옷을 발견했다!

나는 그곳으로 곧...!

그러나 마치 작은 인형 옷 같다.

점원에게 물었다. 내 몸에 맞는 사이즈는 없냐고.

점원은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미간을 조금 찌푸린 채로,

손님, 여긴 평균 여성 옷 사이즈에 맞게 나와서 큰 사이즈는 없답니다.”

에라이, 이런 뭐 같은. 입고 싶은데 내가 입으면 슈퍼 뚱땡이가 된다는 거야, 뭐야?

따지고 싶지만 나도 내 몸을 알기에 고개를 수그리고 매장에서 나온다.

 

나는 20살 여대생. 누구나 생각하겠지. 하얗고 뽀얀 얼굴에 긴 생머리를 가지고 여리여리한 몸매에 나풀나풀한 원피스를 입고 다니는. 그렇지만 난 정반대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어중간하게 묶어 올린 머리며 내 스스로는 뚱뚱하지 않다고 자부하는 몸매에 억지로 껴입은 옷들까지. 사람들은 이런 나를 보며 ‘20, 예쁠 때지.’ 라는 말을 내뱉지만 난 왠지 그런 말들이 편안하게 들리지만은 않다. 꼭 사회가 정형화시켜버린 틀에 나를 맞춰야 한다는 무거운 강압감과 너는 그렇게 보이지 않으니 더 노력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감이 날 아프게 짓누르기 때문이다.

 

출처 : 왼쪽부터 보그걸, 쿠아, 슈어

 

 

Episode 2. 다이어트를 해야 하나요?

 

방학 때 살이나 좀 빼라.”

, 안 그래도 뺄거야. 나 모델 동아리 하잖아. 거기서 살 빼랬어.”

, 나도. 난 나랑 같이 다니는 친구들 완전 다 말랐어, 나 완전 돼지라고.”

솔직히 나는 고등학교 때까지는 그렇게 뚱뚱한지 몰랐어. 대학교 오니까 완전 애들이 다 마르고 날씬해. 여대라 더 그런가? 꾸미는 거며,옷 입는 거며. 뭐 다 핏이 살고 얼굴이 되니까 그런 거겠지만. 에휴 분해서 살겠나. 살을 빼야지 별 수 있겠어.”

 

나는 또 탁자위에 놓여 진 핑크색 아령 두 개를 들고 운동을 하러 밖을 나선다. 나는 전혀 뚱뚱하지 않고 운동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느끼지 못하는 상태다. 그러나 중요한건 이 생각은 오직 내 머릿속에서만 통용되는 생각이라는 것이다. 나보다 훨씬 날씬한데도 입을 옷이 없다며 투덜대는 친구, 55사이즈를 입는다며 이번에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친구, 정말 마른 다리를 가졌음에도 치마를 입을 수 없다는 친구들. 얘들아, 그럼 오늘 치마를 입은 내가 뭐가되니?

 

 

출처 : 쥬비스

 

Episode 3. 나를, 나의 몸을 사랑하고 싶다.

 

대학에 처음 붙고 나서 여학생들이 너도나도 한번쯤은 도전해 보는 것이 바로 다이어트다. 나도 요가학원에 다니며 빼려고 노력했지만 이내 이정도면 됐지라는 마음으로 접었다. 그리고 대학에 진학하고 또 다시 내 발목을 잡은 것은 살 좀 빼야겠다.’는 주변사람들의 무언의 압박들이었다. 그렇게 해서 시작한 다이어트. 성공과 실패, 다양한 다이어트 방법들 중 안 해본 것이 없을 정도로 많은 도전을 거듭했다. 그러다 문득, 왜 난 내 스스로의 기준에 나를 맞추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무턱대고 정해버린 기준에 날 끼워 넣으려고 하는 걸까? 하는 고민에 빠졌다. 나를 위한 옷이 없다면 나를 위한 옷을 만들어줄 수 있는 곳에 가면 되는 거고, 다이어트의 압박이 아무리 심해도 내가 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해도 되는 거고. 편하게 생각할 수도 있는 문제들을 나는 단지 예뻐야 하니까. 그래야하니까. 맞춰야 하니까. 라는 터무니없는 이유들로 포장하곤 했다.

 

그러나 이건 정말 나를 사랑하지 않고 나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는 것을 홍보하고 다니는 바보 같은 짓임을 깨달았다. 다이어트도, 옷도 나를 위한 것이 아니면 하나마나, 입으나마나 이다. 나를 위해 가꿀 수 있고, 나를 위해 나만의 기준을 만드는 20살이 되고 싶다. 이제는 남들이 정의하는 날씬하고 호리병 같은 몸매보다 조금은 통통하지만 나에게 가장 예뻐 보이고 만족스러울 수 있는 지금의 내 모습을 사랑하는 삶을 살고 싶다.

 

한국 여성의 전화 제2기 대학생기자단

이지연(newbornfruit@naver.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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