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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이슈/성명·논평

19대 총선에서 실종되고, 최소화 된 여성폭력 정책

by kwhotline 2012. 4. 9.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각 당의 공천 작업이 끝나고, 4.11 총선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었다.

 

어느 때나 국회의원 총선거는 중요한 의미를 갖지만 이번 총선은 특별히 더 큰 의미를 갖는 듯하다.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함께 있는 선거와 정치의 해이며, 청년 유권자를 비롯한 유권자들의 참여 의지가 그 어느 때 보다 높은 상황이다. 그만큼 지난 4년간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과 국정운영에 많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18대 국회를 돌이켜 보면 현 정부의 불통과 일방적 국정운영에 제동을 걸기는커녕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모르는 척 방임하기도 했다. 지금에 와서는 여야 모두가 현 정부의 실정과 자기들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지만, 여당이나 야당 모두 국정 운영의 한 주체로서 상당한 책임이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런 연유로 많은 사람들은 이번 총선에서 그동안 쌓이고 쌓여 왔던 각종 문제들을 바로잡고자 다양한 정책들을 제안하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를 포함한 여성폭력과 관련된 활동을 하는 여성단체들도 예외는 아니다.

 

18대 국회는 지난 4년간 극악무도한 여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처음엔 들끓는 여론에 밀려 의원마다 수많은 개정 법률안을 발의하며 야단법석을 떨었다. 그러나 여론이 잠잠해지면 처벌을 강화하는 법률을 개정하는 것조차 많은 시일이 걸렸고, 실효성 있는 대책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일명 나영이 사건을 비롯한 아동성폭력 사건들이나, 영화 도가니로 대변 되는 장애인 성폭력 사건도, 관련 법률의 처벌 조항을 강화하였을 뿐이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여성차별의 극단적 표현이다.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는 여성들의 안전하게 살 권리인 기본권을 침해하는 심각한 문제이며,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주요한 사안이다. 그러나 우리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은 그 중요성과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을 포함한 주요 정책결정권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여성폭력으로 총칭 되지만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등으로 구분되어 정책 제안되어야 하며, 그 포괄 범위도 WHO기준의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1차 예방, 폭력의 간접 영향을 받는 고위험군 들을 위한 2차 예방, 직접적 당사를 위한 3차 예방으로 구분되어 정책 대안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각 당의 총선공약을 살펴보면 여성폭력에 대한 각 당의 인식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믿어지지 않지만 새누리당의 19대총선 공약집에는 여성폭력과 관련된 공약이 아동 청소년 생명지키기를 위한 아동성범죄, 인권침해에 대해 사회복지, 아동관련 종사자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실시와, 여성 장애인 복지정책 강화를 위한 장애여성 성폭력 상담 확대 및 여성 폭력 방지 네트워크 연계로 단 두 개만이 명시되어 있을 뿐이다.

 

현 집권여당의 총선 공약에 여성폭력 관련 조항이 거의 없다는 것은 새누리당의 여성인권과 폭력에 대한 무관심함을 알 수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에게 여성폭력 공약이 빠진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총선 공약을 만드는데 새로운 이슈나 반복되지 않는 정책을 우선으로 했다는 설명을 들으면서 새누리당의 인기 영합적이고 근시안적인 태도에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 여성들이 처한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인 여성폭력과 인권에 대해 아무런 의식이 없는 정당이 국정을 책임지는 것은 고사하고, 공당의 자격이나 있는지 의심스럽다.

일자리, 사회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등등 우리사회의 어떤 문제가 과연 과거에 논의 되지 않았단 말인가?

이미 제안되었던 정책들이어도 새로운 관점으로 살펴보고, 실질적인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공당의 자세가 아닌가 말이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경우 여성폭력 관련 공약은 큰 차이가 없다. 통합진보당은 민주통합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고 있으며, 특히 공통부분에서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에 기초한 시설 기준 마련은 여성폭력 문제에 대한 구조적 접근을 시도하는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보여 진다.

 

아쉬운 점은 두 당 모두 문제제기에 있어서는 정부의 통계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상당히 구체적이지만, 정책제안은 미흡하다. 이는 자유선진당의 경우는 더욱 심각해서, ‘모든 형태의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학교, 직장,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인권교육 강화공약은 마치 선언문을 보는 듯하다.

이는 각 당이 여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그저 정부가 제공하는 통계치에 의지해 정책을 입안하고 있을 뿐, 피해 당사자의 고통과 여성폭력의 사회적 파장을 알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막연한 공약은 정책 실현 과정에서 말 그대로 공약(空約)이 될 우려가 높기 때문에 각 당은 총선 이후 여성폭력 정책의 실질적인 실현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각 당의 여성폭력 정책들은 성폭력 문제에 치중되어 있는 반면, 성매매나 가정폭력 문제에 대해서는 극히 적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공약의 비구체성은 가정폭력의 경우가 가장 심각한데, 민주통합당이 제시한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 및 초기대응을 강화하고, 가해자 처벌을 강화나 통합진보당의 가정폭력에 대한 초기응급대응 강화. 피해자보호 및 자립지원의 경우 실천방안이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

 

가정폭력은 여성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심각한 범죄행위이다. 한국여성의전화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언론에 보도된 남편이나 애인에게 살해당했거나 살해당할 뻔 했던 사건이 약 279건에 이르고 있다. 사소하게 취급되는 가정폭력의 사회적 비용연구에서 한국여성정책연구원(2009)은 가정폭력 피해자를 368만명, 이 중 생명의 위협을 받는 정도의 심각한 폭력 피해자의 수는 50만명으로 추정하였고, 사회적 비용은 2821억원으로 추정한바 있다.

 

이렇게 가정폭력은 사안의 심각성과 중대성에 비추어 중요한 여성문제와 여성정책으로 다루어지고 있지 않다.

이는 아직도 가정폭력을 사소한 개인의 문제로 취급하는 우리사회의 잘못된 인식으로 부터 기인하는 것이다.

 

한국여성의전화는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함께, 지난 38‘38 여성의 날을 맞아 ‘19대 총선 100가지 젠더정책을 발표하였다.

 

여성폭력 공통 정책과제로는 현재 의무화되어 있으나 효과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는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예방교육에서 통합적 접근을 기본으로 하여, 대상별, 연령별 교육체계를 수립할 것과 여성폭력에 대한 의식변화를 위한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공익광고를 제작·송출할 것을 제안하였다. 또한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 하는 여성폭력 피해당사자에 대한 조건 없는 지원을 위해,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체계를 독자적으로 구축할 것과 여성폭력피해자 보호시설 전산망 사용중지를 제안하였다.

 

한국여성의전화는 19대 총선을 맞아 독자적으로 20개의 여성폭력 관련 공약을 발표했다.

여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사법정의 실현을 위해 성폭력에 대한 친고죄 전면 폐지와 무고죄와 명예훼손 적용의 제한, 스토킹방지법제정을 입법과제로 제안했고, 여성의 경제적 권리 확보의 측면에서 민법개정안을 요구했다.

 

많은 경우 여성폭력 피해 당사자들이나 여성폭력 관련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정치세력화 되지 못해왔다. 현재 당면하고 있는 일들이 너무 급해 우리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여성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이고, 여성폭력 피해생존자들에 대한 지원이 복지시혜적인 것이 아니라 국가의 역할이라면, 우리는 여성폭력 관련정책들을 더욱 당당히, 더욱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그래야만 실종되거나, 최소화된 여성폭력에 관한 정책을 만들고 강화해, 여성에 대한 폭력을 예방하고, 가해자에게 적절한 처벌을, 피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을 가능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글_정춘숙(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_각 당의 여성정책>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자유

선진당

공통

없음

성교육·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예방교육을 통합한 성인지적 인권교육 의무화

지역사회청소년통합지원체계(CYS-Net)이나 Wee 프로젝트 등 청소년 지원기관 종사자들의 성인지성고양 및 성매매, 성폭력 등 성문제에 대한 교육과 훈련 지원 강화

가정폭력, 학교폭력 등 예방을 위한 부모교육 도입, 저소득 빈곤가정을 위한 찾아가는 부모상담실시

 

공교육 과정에 반성폭력 교육안의 구체화

성차별, 성폭력, 성별 감수성에 대한 교육이 공교육과정에서 체계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성교육 관련 교육법 개정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에 기초한 시설 기준 마련 : 여성을 위한 주차시설 정비, 가로등 조도 개선 등 도로환경 개선

야간 보행·교통수단 이용 시 편의 증진 : 여성전용콜택시 운영, 야간 교통수단 이용 시 편의 증진

모든 형태의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학교, 직장,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인권교육 강화

 

가족과 여성이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도시와 건축물 만들기를 제도화

가정

폭력

없음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 및 초기대응을 강화하고, 가해자 처벌을 강화

 

가정폭력에 대한 초기응급대응 강화

피해자보호 및 자립지원

없음

성폭력

장애여성 성폭력 상담 확대 및 여성 폭력 방지 네트워크 연계

아동성범죄, 인권침해에 대해 사회복지, 아동관련 종사자 ,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실시

성폭력범죄 사건 발생시 피해자에게 병원에서부터 고소, 공판절차까지 국선변호사가 원스톱서비스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 등 피해자 보호제도 강화

성폭력 범죄 근절과 예방을 위해 형법개정

- 성폭력 범죄에 대한 친고죄 적용 폐지 검토

- 강간죄의 객체를 부녀자에서 남여 구분없이 적용 확대

해바라기아동센터, 원스톱지원센터 등 폭력피해 지원기관간에 협력시스템을 구축하고 유기적으로 협조가 이루어지도록 하여 여성피해자들의 지원체계를 개선

장애인·아동 등 성폭력피해자 유형에 따른 맞춤형 보호시설을 확충하고, 지원시스템을 체계화

의료인, 보호시설 종사자 등 아동·청소년 성폭력범죄 피해 신고의무자의 신고의무불이행에 대한 제재강화

성폭력 가해부모 친권상실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통해 아동·청소년 친족성폭력 피해자 보호 강화

형법 및 성폭력 특별법 개정: 형법상 성폭력특별법 처벌조항 포함, 성적자기결정권 침해의죄로 성폭력 개념 규정, 아내강간죄와 비동의간음죄 포함, 동성간 성폭력 처벌, 피해자 및 가족의 인권 보호, 친고제 폐지

아동성폭력을 포함한 아동유기·폭행 등 아동학대 전반의 예방을 위한 중앙정부지자체 역할과 책임을 명시하고 시스템과 체계 마련, 관련 프로그램·

시설 및 예산 확대

성폭력 가해자 처벌을 위한 양형기준 마련, 성폭력 범죄자 위험성 평가를 통한 분류심사제도 도입, 수감자 교정·교육 및 보호관찰, 사회봉사·수강명령프로그램 실효성 강화

없음

성매매

없음

인터넷 모니터링 제도 활성화 및 규제 강화를 통해 인터넷 음란물 및 성매매 정보로부터 청소년보호

성매매 피해자의 사회회복 프로그램 시행 및 성매매 알선업자에 대해서는 형사처벌 및 업소에 대한 행정처분을 강화

국제사회 권고 수준의 인신매매의 범죄구성요건 법제화

성 착취·인신매매 단속·처벌을 위한 전담반 강화 및 수사가이드라인 마련

유흥서비스, 성산업 축소와 관리 방안 마련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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