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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이슈/성명·논평

[이야기가있는정책제안2] 20대 대학생, 참여를 말하다

by kwhotline 2012. 4. 9.

20대 대학생들, 참여를 말하다

-여성주의, 따스한 봄을 알리는 시작일 테요

 

4월 3일, 청담의 한 카페가 시끌벅적하다. 19대 총선을 앞두고 대학생들이 바라보는 대학문제와 그에 따른 정책 제안을 위해 한국여성의전화가 '대학생 좌담회'를 개최했기 때문이다. 각자 학교에서 소소하게는 여성주의 공부부터 총여학생회(이하 총여) 준비, 성평등 모임 등 각기 다른 방법으로 여성주의를 실천하는 대학생들이 모여 이 자리를 빛내주었다. 열띤 토론을 통해 여성주의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대학 내 일상과 문제들을 엿볼 수 있었다.

 

 

 

 

"청춘들의 학교, 안녕하십니까?"

승연: 저는 상경계열 학과에 다니는데요, 학과가 보수적인 분위기여서 교수나 학생들이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덜 공부해도 된다.’, ‘여자는 집에서 남자에게 맛있는 밥만 차려줘도 된다.' 는 식의 이야기를 서슴없이 해요. 학과에 여학생들이 절반이 넘는데도 말이죠.

진구: 교내에선 진보적 이야기가 많이 이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성문제에서는 유독 보수적으로 바라보더라고요. 그 점이 아이러니했습니다.

소피: 학과마다 성폭력 방지에 대한 내규가 있어서 성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분위기에요. 그렇지만 개인적인 부분에서는 인식의 편차가 큰 것 같아요.

승연: 성희롱 선배 랭킹도 다 있죠. 선배 중에 이야기할 때 말걸 때 손을 잡거나 어깨를 감싸는 식의 과한 스킨십을 하는 분이 있어요. 여자들 모두 불편해하고 기분이 나쁜데도 그걸 지적하기가 좀 힘들어요. 이런 걸로 대자보에 문제제기 글을 쓰기도 그렇고요.

온기: 어떤 곳에는 성희롱하는 교수가 있어도 그 교수의 사회적 위치 때문에 전혀 지적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상황도 있어요.

승연: 학기말 교수 평가서에 교수들 성추행이나 성희롱에 대한 조항이 있긴 해요.

노아: 근데 문제는 익명이 아니라는 거죠. 조사해보면 누가 썼는지 알 수 있다고 하더군요.

소피: 매 수업이 끝나고 성차별발언에 대한 평가서를 작성하고 조사하는 피드백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노아: 예전엔 총여가 그런 일을 했었는데, 정치적노선이 바뀌거나 사라지면서 유명무실해졌어요.

온기: 행정 직원에 대한 교육도 필요한 것 같아요. 학교 내 성문제가 있었을 때 학교 담당자가 '이게 왜 문제냐. 날 이해시켜라'는 식으로 나와서 황당했어요.

라미: 학교인턴에서 여자라는 이유로 서류도 안낸 상태에서 탈락한 적이 있어요. 그 담당자 말로는 자신은 남자랑 일하는 게 편할 뿐이라며 절대 편협한 사람이 아니라고 오해 말라네요. 학교 교직원내에도 성에 대한 삐뚠 인식이 있는 것 같아요.

 

성폭력상담을 모르는 성폭력 상담소?”

노아: 학교에 성폭력 상담소가 있지만, 상담소에 직원이 딱 한명이라 학교 전체 일처리를 혼자 다해야해서 힘들어하세요. 사실 성폭력 사건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죠.

온기: 저희 학교 성폭력 상담선생님은 심리만 전공해서 성폭력상담에 있어서는 전혀 모르셔요. 그래서 성폭력 상담소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만나게 하기도 하고, 피해자가 상담을 하면 가해자 입장에서 사건을 진행하는 등 2차 피해가 발생했대요. 게다가 피해자에게 양보해서 합의하라는 식의 발언들도 했다더군요.

라미: 저는 성폭력상담소에 상담 받으러 갔더니 발설 시 법적 책임을 묻는다는 각서를 쓰래요. 여성단체에 이를 문의했더니 어이없어 하더라고요. 원래는 그래선 안 되는 거라며.

승연: 결국 집에 가서 엄마한테 하소연하고. 그거밖에 없죠.

 

"여성주의라는 반감의 코드"

라미: '여성주의' 이름 자체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하는 일은 같은데 정당들처럼 이름을 바꾸면 뭐가 달라지는지. 여성이라는 글씨가 여자 편들기나 여성우월주의 같대요.

온기: 총여에 대해서도 ‘여성주의 학생회’라고 하고 싶은데, 하도 반감이 심하니까 딱히 이름 지을게 없어요. 정치적 올바름 센터라고 할 수도 없고 허허.

승연: 학교에 여자 휴게실이 있는데, 남학생들이 우리는 어디서 자냐고 뭐라고 하더라고요.

라미: 남학생들은 과방에서 막 잘 수 있잖아요. 여학생들은 못 그러는데.

진구: 저도 여자휴게실이 부러웠는데.

온기: 학교에 보건실이 있었는데 남학생들이 점령해서 거의 남자 휴게실로 쓰였어요.

진구: 재밌는 말인 것 같아요. 남자들은 이미 과방에서 잘 수 있다는 거. 이미 누리고 있기에 애초에 '차별'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요. 저 조차도 딱히 여성에 대한 차별이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여성의 삶에 대해 공부하다보니 몰랐던 문제들이 비로소 보이더라고요.

 

"성평등 교육의 부재"

진구: 여성학 수업은 마치 먼 과거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랄까. 가깝게 느껴지지 않는 점이 있어요. 성교육 또한 마찬가지에요. 일상적인 부분에 대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시해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까 문제를 직접적으로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 같아요.

소피: 학교에서 성윤리 수업을 들었는데요, 남녀학생 모두 신체접촉에 있어 예민해지고,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는 실천적인 수업이었어요.

라미: 대학 내에서도 성문제를 꾸준히 이야기하는 수업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학교 내 성평등 지수, 평균 47.5점”

토론을 마무리하며 자신이 느끼는 학교 내 성평등 점수를 매겨보는 시간을 가졌다. 성문제에선 학교와 학생들이 여전히 보수적인 것 같아 낮은 점수를 주었다는 평가와, 그래도 학생들이 문제의식을 통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더해져 47.5점이 나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적극적 조치와 더불어 성문제를 인식할 수 있는 문화적인 요소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법적으로 성교육 및 인권감수성 교육이 확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학 내 성문제를 이야기 할 수 있는 정치적인 큰 창구가 부재한 상황과, 이러한 문제에 귀 기울인 정책들이 부족하다는 점에 공통적으로 안타까움을 표했다. 따라서 이번 4월 11일 총선에서는 대학생의 목소리가 주목하는 정책들이 반영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성문제에 문제를 느끼는 우리 대학생들의 적극적인 의사 표명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선 '투표'라는 작은 종이에 20대들도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토론을 마치고 나오는 길, 겨울의 끝을 알리는 봄비와 함께 하얀 눈이 내렸다. 봄의 시작을 질투하기라도 하듯 매서운 추위는 우리의 옷자락을 움켜지게 만들었다. 토론을 통해 대학 내 문제들에 분노하면서도, 여성주의라는 섬세한 프리즘은 좀 더 따듯한 봄날을 만드는 희망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일까, 봄을 질투하는 이 추위조차 따스하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의 이야기와 관련된 한국여성의전화의 총선 정책 제안!

 

1.국무총리 산하 중앙여성폭력추방위원회 설치

- 관련 법률 개정을 통한 국무총리 산하 중앙여성폭력추방위원회 설치

- 지자체에 지역여성폭력추방위원회 설치

 

2.여성폭력 근절을 위한 통합적 인권교육 의무화

- 성인지적 인권 감수성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폭력예방교육 관련 법 제정

- 여성폭력예방 및 성인지적 인권감수성을 함양하기 위한 대상별, 연령별 의무교육체계 수립(각급 학교의 정규과목으로 시행)

- 가정폭력, 성폭력, 학교폭력, 성매매 등 폭력에 대한 통합적 접근을 기본으로 하는 교육프로그램 마련

 

3. 여성폭력 근절을 위한 적극적 캠페인 실시

- 여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를 위한 중앙정부 차원의 공익광고 제작 및 공중파 방송송출, 캠페인 실시(최소 연 4회)

- 중앙정부 뿐 아니라 지자체에서도 관련 공익광고를 제작하고 캠페인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 조치 실시

 

* 한국여성의전화 총선 정책 제안서는 www.hotline.or.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글_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황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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