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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이슈/성명·논평

여성주간 속 사라진 ‘여성’을 찾아서

by kwhotline 2011. 7. 8.



여성주간, 무엇인지 알고 계시나요?

여성주간이란 여성발전기본법에 근거하여 1년 중 1주간을 정해 여성의 발전을 도모하고 범국민적으로 남녀평등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하여 국가 및 지자체, 공공단체 등에서 여러 가지 행사를 시행하는 주간이다.

은평구에서도 여성주간을 맞아 지난 7월 6일, 은평예술회관에서 기념식 및 각종 행사가 열렸다. 한국여성의전화도 이 행사에 참여하였다. 부스를 운영하여 기관에 대한 홍보를 하는 한편, 은평구 시민들에게 직접 현재 시행하고 있는 여성정책에 대한 의식조사를 진행하였다. 이 의식조사는 설문지와 보드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 특히 설문지는 일반사항, 범죄피해사항, 은평구의 현재 여성정책에 대한 사항 등 세부적으로 나누어 문항을 구성함으로써 보다 체계적으로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만들어졌다.

이와 함께 여성주간 행사 전반에 대한 모니터링도 진행하였다.

미리 선정된 요원들이 실제 행사에 참여하여 항목에 따라 행사를 평가하였다. 항목은 행사의 식순에 맞추어 세부적으로 구성되어있었으며 특히 ‘성평등’에 초점을 맞추었다. 모니터링단이 오늘 행사를 여성주의 시각으로 검토하여 잘된 점과 잘못된 점을 분석하고 보고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이에 대한 보고서는 7월 22일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리는 활동보고협의회의 관련자료로 쓰일 예정이다.

오늘 행사는 실내와 실외 두 곳에서 진행되었다. 실외에서는 바자회 및 장터가 열렸으며 은평구보건소에서 주체하는 여성 건강을 위한 행사도 열렸다. 실내에서는 한국여성의전화를 비롯하여 여러 기관이 부스를 운영하였다. 은평가정폭력상담소는 스티커붙이기로 주민들의 성폭력에 대한 의식조사를 알아보는 행사를 진행하였고 은평여성의 쉼터에서는 쉼터에서 현재 치료를 받고 있는 여성들의 작품을 전시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이밖에도 은평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담당하는 부스와 서울농아인협회은평구지부에서 담당하는 여성청각장애인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부스도 있었다.

허울뿐인 기념식. 여성은 어디에?

여성주간을 맞아 ‘특별히’ 준비된 기념식이 시작되었다. 기념식은 1부와 2부로 나누어져 1부는 내빈의 축하인사와 여성유공자 시상식이 2부에서는 여성예술가의 축하공연으로 계획되었다. 1년 중 겨우 1주에 불과한 여성주간을 위한 1시간 반 동안의 더 짧은 기념식이었다.

여느 행사와 다를 바 없는 국민의례와 구청장 및 내빈들의 상투적인 인사 또한 문제가 되었다. 도대체 다른 행사와의 차이점이 보이지 않았다. 구청장과 내빈의 축하발언 역시 모호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모성에 대한 과도한 찬양은 진정한 여성을 위한 인사라고 할 수 없다. 인사치레에 그치는 참석자들을 향한 미모에 대한 입 발린 칭찬들은 차라리 없었으면 더 좋았을 뻔 했다. 성평등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의식도 깊게 생각해보지 않은 티가 역력했다. 가사분담의 완성이 곧 성평등의 완성으로 들리는 듯 했다. 정말로 여성이 편안한 성숙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사회적 움직임이 무엇인지 심각한 고려도 없었으며 하다못해 힘쓰겠다는 발언조차 없었다. 너무도 가벼운 발언들이 이어지는 통에 여성주간 행사가 열리고 있음에도 오히려 그 의미가 퇴색되는 것 같았다.

여성유공자에 대한 포상도 역시 모호하긴 마찬가지였다. ‘은평여성사랑상’이라는 모호한 상의 이름 또한 문제거니와 더 심각한 것은 포상을 할 때에도 수상자가 어떻게 이 상을 타게 되었는 지 여성을 위해 어떤 혁혁한 공을 세웠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었다. 단지 호명을 하고 상을 받고 사진을 찍을 뿐이었다. 점점 겉치레가 되어가는 기념식에 마음이 불편해졌다.

주인공이 없는 기념식은 2부로 이어졌다. 축하공연은 두 팀의 여성예술가가 각각 샌드애니메이션과 퓨전국악공연을 보여주기로 했다. 역시 모호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단지 이 공연이 지금 이 자리에서 열리고 있는 이유는 여성예술가이기 때문인 것 같았다.

화려하고 서정적인 샌드애니메이션은 나쁘지는 않았지만 조금은 가볍다는 생각을 지울 수 가 없었다. 여성을 소재로 한 작품인 것은 좋았는데 이를 단순히 소재사용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작가가 정말 생각하는 더 깊은 여성과 관련한 사회적인 의식은 담겨있었다면 오늘의 행사의 공연이 더 뜻 깊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후에 공연한 퓨전국악공연팀이었다. 팜플렛에는 분명 단아한 한복을 입은 우아한 여성들이 소개되어 있었는데 막상 무대에 오른 여자들은 너무도 선정적인 옷차림에 야한 몸동작으로 눈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같은 여자로서도 무척 난감했다. 심지어는 음향까지 테스트 되어있지 않아 각 악기의 소리가 조화롭지 못해 듣기가 괴로웠다. 과도한 에어콘 사용으로 실내는 너무 추워 공연에 집중하고 싶어도 자꾸 나가고 싶어지게 만들었다.

여성이라고 이름만 붙이면 여성을 위한 것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 절실히 보여주는 기념식이었다. 무엇이 정말 여성인지 여성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뒷받침 되어있지 않은 오늘의 기념식은 결국 주인공이 없는 잔치가 되고 말았다.

여성주간 속 사라진 ‘여성’을 찾습니다!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넓은 행사장을 빌려준 것은 잘한 일이나 단지 장소제공에 그친 은평구청의 소극적인 태도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탓일까. 앞서 진행한 설문조사를 통해 은평구민들의 이야기를 반영함으로써 구청장의 인사말처럼 여성을 위해 앞장서는 은평구청이 되길 바란다.

고갱이 기자단 양승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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