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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이슈/성명·논평

‘진도대교’를 기억합니다

by kwhotline 2011. 3. 23.
‘진도대교’를 기억합니다


아내폭력은 없어야 한다고 외친 지 28년 되었지만, 올해에도 어김없이 폭력에 시달리다 생을 마감하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인적 드문 산골에서 동도 채 트지 않은 새벽에 죽이겠다며 낫을 들고 달려온 남편을 둔기로 때려 사망에 이르게 한 故 권정미씨(가명). 정미씨는 청주여자교도소에서 국민참여재판을 기다리던 중에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오랜 폭력의 후유증으로 인해서 별도의 보살핌이 필요한 정미씨였지만, 청주여자교도소는 보살핌은커녕 급격히 나빠지는 건강 상태를‘꾀병’으로 진단하고 방임했습니다. 결국 청주로 이송된 지 1개월여 만에 돌아가셨고 대한변호사협회의 도움을 받아 유가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청구하였습니다. 꼭 승소해서 교도소 내 아내폭력 피해생존자 메뉴얼과 지원시스템을 만드는 물꼬가 되길 바래봅니다.

아내와 딸을 죽음으로 내몬 남편이 집행유예로 풀려난 일도 있었습니다. 故 이금례씨(가명)는 지난 5월“남편의 폭력 때문에 생을 마감한다, 남편을 엄벌에 처해 달라”는 스물세장의 유서를 남기고 진도대교에서 다섯 살 딸과 함께 투신했습니다. 유서는 9월에 친정집 장롱 깊숙한 곳에서 발견되었고 유족들은 가해자를 고소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가정폭력으로 인한 자살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폭력 남편을 집행유예로 풀어주었습니다. 죽음으로 호소해도 처벌하지 않는, 아내폭력에 너무도 관대한 재판부를 비난하며 여성의전화 전국 지부와 회원들은 전국적인 서명운동을 시작했습니다. Daum 아고라에 토론방도 열었습니다. 많은 네티즌과 시민들이 서명과 토론에 참가했고, 그 결과 폭력남편의 처벌을 호소하는 3,395명의 서명지를 2심 재판부에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2011년 1월 6일. 2심 선고가 있던 날. 풀려났던 폭력남편은 실형 1년 6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었습니다. 돌아가신 분이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면 1년 6개월 선고도 턱없이 부족하지만‘남편의 폭력 때문에 자살했다’는 故 이금례씨의 호소가 받아들여진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이제야 故 이금례씨가 편히 눈감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11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아내폭력 피해 생존자의 말에 귀 기울이고, 먼저 손 내밀어서 이런 슬픈 소식이 우리에게 전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 진도대교 가해자 처벌에 서명한 네티즌들의 멋진 한마디

토토 manyfin****
서명합니다.
또 가해자는 보호해주고 피해자는 죽음으로 내모는군요. 어이가 없는 세상입니다.

cartier8003 cartier****
서명합니다. 꼭 흉기를 휘둘러야만 살인인가요... 남편을 가만히 둔다면 제2 제3의 희생자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습니다. 그런 남편을 집행유예로 두는 것은 살인 방조죄가 아닐까요

아프로디테 kr***
가정폭력은 영혼을 짓밟는것입니다. 남에게 당한거라면 신고라도 할 수 있지만, 가정폭력은 영혼을 말라죽여 결국은 차가운 바다 속에 가라앉게 만들정도의 악랄한 범죄입니다.
집행유예라니요...

가은이맘 hiyoko****
서명합니다. 아.. 5살짜리 딸아이를 데리고 바다로 뛰어들 때 얼마나 가슴이 찢어졌을까요?
제가 눈물이 다 나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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