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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뜨거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다

by kwhotline 2016. 7. 21.

2016 여성주의집중아카데미 <뜨거운 시선> 수강후기

뜨거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다



오은영 한국여성의전화 회원


  올해는 작년보다 더 뜨거운 것 같다. 여름도 더 빨리 찾아온 것 같고, 알록달록한 색의 망토를 걸친 계절의 여신이 성큼성큼 걸어가는 모양이다. 날씨도 날씨이지만, 올해가 더 뜨겁게 느껴지는 이유는 한국여성의전화의 뜨거운 시선 교육을 들었기 때문이다. 뜨거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 나, 다른 이들도 이 뜨거운 여름을 더 뜨겁게 보내라는 의미에서 교육 수강후기를 써보려 한다. 


  



 

1강 ‘사소하지 않은 2.63%’


  4월 13일에 진행된 20대 총선은 그 어느 때보다 관심 있게 지켜봤던 총선이었다. 기독자유당의 득표율 2.63%는 녹색당(0.76%)과 노동당(0.38%)을 산술적으로 합쳐도 턱없이 부족한  무시할 수 없는, 무서운 득표율이었다. 첫 번째 강의는 이 무서운 득표율을 만들어낸 보수 기독교의 역사를 살펴보는 시간이었다. 권김현영 강사님의 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종교가 사적 영역에 머물면, 개인적 종교 신념은 토론거리가 될 수 없다. 종교가 공적 영역이 되면 낙태, 동성애 들이 토론 가능해진다는 말이었다. 


 2강 ‘나쁘고 위험한 이슬람교?’

이슬람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던 정말, 알찼던 시간이었다. ‘히잡을 벗어라’라고 하는 말이 또 다른 “코르셋”이자,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던 나에게 두 번째 강의는 많은 것들을 알려주었다. 원래 히잡은 귀부인 등 상류 계급 여성만 착용할 수 있었는데, “서구사회”가 히잡에 대해 비판하기 시작하자 그에 대한 반발로 히잡을 더욱 보편적으로 착용하기 시작했다거나, 코란 안에, 당시의 기준으로, 진보적인 젠더관이 들어가 있다는 것 등 새로운 지식을 많이 알게 되었다.


  3강 ‘성매매쟁점 돌아보기’ 

“감수성”만으로 누군가와 여성인권에 대해 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더 공부하기 위해 들었던 강의였다. 현장에서 경험당사자와 함께 호흡하는 활동가의 얘기를 듣는 것만큼 값진 경험이 있을까싶다. 성매매 합법화/노동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성매매를 합법화하면 성산업을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을 가지고 얘기를 한다. 그 환상을 깨뜨릴 수 있는 근거들을 배웠다. 유엔인권위원회 보고서(2006.02)의 ‘성매매를 합법화하면 합법화 정책으로 인해 해당 지역의 성산업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대담해지며, 이로 인해 성에 대한 수요는 더욱 증가하게 되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인신매매 시장은 더욱 성장하게 된다.’는 내용과 CATW(Coalition Against Trafficking in Women)의 성매매 합법화/ 혹은 노동화 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도 배웠다. 이 강의는 어디서 정보를 얻어야할지, 어떤 부분을 더 공부해야할지를 모르던 나에게 방향을 제시해주었고, 재니스 레이몬드Raymond의 연구 등을 보며 공부하는 중이다. 


 4강 ‘평생 “일”하는 여자의 빈곤 탈출 작전’


 여성학 강의 중 한 부문으로 기본소득을 들은 느낌이었다. 이전 강의인, ‘성매매쟁점 돌아보기’에서 여성의 빈곤화가 전 방위적으로 여성을 얼마나 취약하게 만드는 것인지 알게 되었고, 여성의 빈곤화에 대한 대책으로 기본소득을 연결시켜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복지가 늘어나면 사람들이 복지로만 먹고살 것이고, 국가재정이 바닥날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들과 얘기할 수 있는 헤밍가Hamminga의 사고실험도 알게 되어 재미있었다. 국가재정이 바닥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복지수혜로 노동자 수/국가생산이 줄어들 경우, 그만큼 기본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에 다시 노동자들이 노동을 하게 될 것이라는 사고실험이었다. 


 5강 ‘양성평등 담론의 한계와 문제’

  양성평등 담론은 운동으로서도 이론으로서도 한계를 가진다. ‘남혐’을 포함한 많은 것들에 대해 대응할 수 없으며, 새로운 담론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양성평등”이라는 용어의 문제점도 지적하였다. 인간은 양성으로 구성되지 않으며, 남성이 여성이 되는 것을 “추락”으로 여기는 상황에서 평등이란 개념은 불가능하며, 대칭적이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정희진 강사님의 마지막 강의내용은 “자기 경험에 충실하라”는 것이었다. 그 말에 나를 포함한, 많은 수강생들이 힘을 얻었다. 소화도 안 된 이 이론, 저 이론을 가져와서 어설프게 싸우려들지 말고, 자기 경험에 충실해서 얘기해라, 싸우라는 말이었다.





  교육이 끝난 지금의 난 더 많은 것들, 예상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얻었다. 교육 커리큘럼만보고 ‘몇몇 강의 때문에 신청했어요.’라고 말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울 만큼 많은 것들을 얻었다. 많은 것들을 얻은 만큼 공부해야할 것도 더 많아졌다. 강의를 따라다니면서 들어야할 여성학자, 활동가들도 더 늘었다. 뜨겁게 전해 받은 이 내용들을 어설프더라도 내 주위에 더 전하고, 전해야겠다. 물론 더 깊게, 넓게 공부도 해야겠지만. 그러다보면 뜨겁진 않더라도 나도, 내 주의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늘어나지 않을까한다. 뜨겁지 않다고, 차가운 것은 아니니 먼저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더 예민해질 수 있게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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