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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페미니즘도, 남자도 아닌 오직 나를 위한 ‘이기적’ 섹스

by kwhotline 2016. 7. 4.



페미니즘도, 남자도 아닌 오직 나를 위한 ‘이기적’ 섹스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이기적 섹스” 강연 열려


도경은_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5월 26일 오후 7시, 한국여성의전화(이하 여전) 교육장에서 섹스 칼럼니스트이자 「이기적 섹스」의 저자인 은하선 강사의 강연이 있었다. “사랑에도 공부가 필요하다”는 슬로건과 함께 진행되는 실용연애특강의 한 부분이었다.





이기적 섹스? 도대체 무엇인가요?


이기적 섹스란, 대다수 남성의 ‘이기적 섹스’를 가리키기도 하지만, 더 나아가 ‘이기적’ 섹스에서 벗어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강사는 여성들의 섹스를 위하여 「이기적 섹스」를 썼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미 섹스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고 행동할 수 있는 남성들의 눈치를 보지 않았다고도 말했다.


“모든 남자가 그런 건 아니다!”


‘이기적 섹스’에 대해 남성들은 이렇게 말한다. “요즘 남자들은 야동을 보며 여자들이 어떻게 하면 좋아하는지 연구도 한다.” 즉, 남성들의 섹스는 ‘이기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강사는 틀린 말은 아니라며 본인이 받은 수많은 상담편지 중 일부를 보여주었다. 요지는, 자신들의 애인 혹은 부인은 섹스에 ‘깨어있지’ 않아서 불만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니 섹스를 좋아하고, ‘잘 아는’ 은하선 씨가 애인 혹은 부인에게 무언가 말을 해주었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이러한 편지들에 답을 해주었지만, 이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답을 해주지 않는다고 했다.


우선 편지를 보내는 남성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파트너와의 관계가 고민이라며 보낸 편지들이 상호합의를 거치지 않고 보낸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파트너와 합의 후에 보냈다면, 구체적이고 ‘야한 소설’ 같은 얘기를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또, 파트너와 합의 후에 그런 편지를 보낼 만큼 소통을 하고 있었다면, 편지를 보낼 시간에 차라리 파트너와 대화를 했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애초에 문제를 해결하고자 상담편지를 보내는 것이 아니다. 편지를 보내는 대부분의 남성은, 섹스에 대해 잘 아는 ‘신여성 은하선’과 섹스에 눈을 뜨지 못한 순진한 ‘구여성 내 여자’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가지고 있다. 그러한 남성들은 소위 ‘개방적인’ ‘신여성’과 한번 얘기해보는 게 목표인 것처럼 접근한다고 강사는 말했다. 진짜 중요한 문제였다면 벌써 성 상담소에 갔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부분의 남성은 섹스 칼럼니스트를 ‘우습게’ 본다. 편지를 보내어 상담을 요청하는 남성들은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강사가 상담에 대한 대가를 요구했을 때 돌아오는 대답은 나중에 돈을 벌면 연락하겠다, 혹은 부르주아 여성이다 등이었다. 이는 남자들이 평생 ‘공짜’로 돌봄을 받아왔기 때문이라고 강사는 지적했다. 또, 자신과 섹스를 하고 글을 남겨달라는 남성들도 있다고 했다. 칼럼니스트로서 글에 싣는 섹스는 대개 의미 있는 것들이다. 또, 글을 쓰는 것 역시 하나의 노동이다. 하지만 남성들은 그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넌 너무 이기적이야”


여자들은 살면서 여러 가지 이유로 이기적이라는 말을 듣는다. 밥을 제대로 안 차려줘도, 아이를 낳지 않거나 적게 낳아도, 아이를 낳고 나서 일이나 공부를 하고 싶어 해도 여자는 언제나 ‘이기적’이다. 마찬가지로 섹스에서도 여자는 이기적이라는 말을 듣는다. 섹스하지 않아도, 또는 하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제대로 얘기를 해도. 섹스하는 동안 가만히 있어도 모두 이기적이라고 불릴 이유가 된다. “정말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강사는 말했다.


정작 ‘이기적’인 여성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여성을 위한 패션 잡지나 주부들을 위한 잡지도 남자들을 위한 섹스를 말한다. “남자 뿅 가게 하는 법 “이 실린 섹스 세션은 잡지에서 꼭 빠지지 않는다. 여자들의 건강에 좋은 케겔 운동은, 남자에게 완벽한 섹스를 선물하기 위한 운동으로 홍보된다. “집 나간 남편이 돌아온다” 광고 문구는 그 운동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결혼해도 남편들이 바람을 피우지 않도록 자신을 가꾸어야 한다. 임신 중에는 섹스할 수 없으니 남편의 외도를 눈감아 주거나 남편을 만족하게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여자들은 남자들을 만족하게 하기 위한 표정까지 배운다.





여성들의 섹스와 남성들의 섹스


여성들의 섹스는 자유롭지 않다. 여성들에게는 섹스라는 단어나 성기에 대해 말하기조차도 어렵다. 특히 나이 든 여성들의 경우, 남성들을 위한 섹스를 평생 학습해왔다. 최근 만들어진 ‘자유롭고 쿨하게’ 섹스하는 여성들의 이미지와 젊은 섹스 칼럼니스트들의 등장은, 그렇지 못한 삶을 살아온 여성들에게 오히려 부담과 억압으로 작용한다. 이런 부담과 억압 역시 남성들의 ‘이기적’ 섹스에서 비롯된 것이다.


남성들은 섹스에 대해 아무렇게나 말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강간범도 버젓이 방송에 나올 수 있다. 그런데도 남성들은 섹스에 대해 말할 곳이 없다고 호소한다. 여성들의 삶이 어떤지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다. 여성들이 자신에 대해 말한 역사는 정말 짧다. 특히 여성들이 섹스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더욱 최근이다. 도대체 여성들은 얼마나 더 참아야 하는가? 아니면 남성들을 잘 설득해야 하는가? 언제까지, 그리고 얼마나 더 ‘친절하게’ 알려주어야 하는가?


“내가 뭘 원하는지를 생각하면서 섹스했으면 좋겠어요.”


여자들은 모두 다 다르지만, 여자들의 이야기는 기본적이고 사소한 것조차도 공유되지 않아 왔다. 또, 여자들의 무언가가 있었던 적도 없다. 특히 여자들을 위한 섹스는 없었다. 최근에서야 이야기되기 시작한 여자들의 섹스는 그저 돈벌이에 활용된다. 여성들이 경제권을 가지기 시작한 이후 여성들의 오르가즘을 위한답시고 홍보하는 것들만 생겨난 것이다. 하지만 정작 그렇게 홍보되는 것 중 진짜 여성을 위한 것은 없다. 여자들을 위한 섹스토이는 여전히 부족하다. 여자들을 위한 포르노는 여성들에 대한 편견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는 여자들이 원하는 것을 한가지로 만들려고 하는 시도일 뿐이다.


다양한 여성들이 존재하는 만큼, 여성들의 욕망도, 판타지도 다양하다. 그러한 다양함을 보여주고 싶어서 강사는 책을 썼다고 했다. 섹스에 대한 강박에 시달릴 필요가 없다고 얘기하기 위해 글을 쓴 것이다. “섹스에 관해 부담을 갖거나, 다른 여자들이 어떻게 섹스를 하는지 비교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라고 강사는 덧붙였다. 여성들이 안고 있는 섹스에 대한 강박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고 싶었다고도 했다. 남성의 요구에도, 페미니스트라는 정체성에도 얽매이지 않는 섹스를 하자는 것이다.


섹스는 삶에서 중요한 문제이지만, 중요한 만큼 자유롭게 이야기하기는 어려운 문제였다. 하지만 모든 여성에게는 각자가 원하는 대로 섹스를 하거나, 섹스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 이제, 다른 누구도 아닌 오직 나만을 위한 ‘이기적’ 섹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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