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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2016년 신입활동가 직무연수, 오늘의 울렁거림이 큰 파도가 되기를

by kwhotline 2016. 3. 24.

오늘의 울렁거림이 큰 파도가 되기를

- 2016년 신입활동가 직무연수 -

 

취재_이서정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촬영_고요한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으레 봄이 되면 사람들은 무언가를 새로이 시작한다. 여기 불광동 팀 수양관에는 특별한 출발선에 선 사람들의 열기로 가득하다. 한국여성의전화 신입활동가 직무연수가 바로 그 뜨거움의 원인이다. 광명, 광주, 김포, 대구, 부산, 서울, 성남, 수원, 시흥, 안양, 익산, 진해, 창원, 청주 총 14개 지역에서 35명의 신입활동가가 이번 2016년 신입활동가 직무연수에 참여하였다. 

 

고미경 상임대표의 '여성의전화 활동의 이해와 실천'은 한국여성의전화를 알려주는 데에 그치지 않고 신입활동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길잡이가 되었음을 알 수 있었던 유이정 활동가와의 인터뷰

 

 

 

 

“끓어오르는 열정 같은 게 느껴져요. 동시에 ‘내가 저렇게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요.”

고미경 상임대표의 ‘여성의전화 활동의 이해와 실천’을 들은 유이정 활동가(광주여성의전화)의 소감이다. 자신을 향한 의구심과는 다르게 그의 눈빛은 강한 포부를 말하고 있는 듯하다. 고미경 상임대표는 앞선 강의에서 한국여성의전화의 조직정체성과 그간 일궈낸 성과를 보여주었다. 또한, 앞으로 활동가로서 갖추어야 할 자세, 지부별 활동 방향, 한국여성의전화 사업수행의 관점과 원칙에 대한 도움말도 아끼지 않았다.

 

 

 

5년 후 자신의 모습은 어떠할지 이야기하며 종이를 채워가고 있는 활동가들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을 사람들

저녁 식사를 마친 뒤에는 각자가 생각하는 활동가는 무엇이고 5년 후의 자신의 모습은 어떠할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가지각색의 생각들이 탱탱볼처럼 튀었다. 자유 활동가(김포여성의전화)는 ‘지금도 행복하지만 조금 더 행복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 활동가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손문숙 활동가(한국여성의전화)는 ‘생각만 하지 않고 행동하는 사람. 말 그대로 ‘activist’’가 활동가라고 말했다. 또한, 유이정 활동가(광주여성의전화)는 앞으로 활동가로서 끈기 있게 버티겠노라 다짐했다. 5년 후의 자신의 모습에 대해 이상희 활동가(시흥여성의전화)는 “열심히 활동하는 활동가의 모습으로 여성의전화 사무국장이 되어있을 것이다. 외형적인 변화는 없을지 몰라도 내면의 힘은 그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만큼 단단해져 있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당당히 포부를 밝혔다. 이 외에도 ‘초심을 잃지 않는 활동가’, ‘가족과 친구들이 ‘멋진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느끼도록 하는 활동가’, ‘자신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고 그 모습 그대로를 표현하는 활동가’ 등 많은 의견이 나왔다. 공통된 한 가지는 여기 모인 35명의 활동가 모두 어느 곳에서 무엇을 하든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으리라는 것이다.

 

 

포장지 속의 선물은 무엇일까? 주는 사람, 받는 사람, 보는 사람 모두가 즐거운 선물 증정 시간!

 

 

 

모두가 즐거운 활동가 퀴즈 시간

이어서 한국여성의전화의 역사와 그동안의 활동 내용을 묻는 활동가 퀴즈가 열렸다. 너도나도 손을 번쩍 들어 올리는 신입활동가들의 모습에서 넘치는 의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정답을 맞혀 푸짐한 상품을 받은 활동가, 오답을 골라 아쉬워하는 활동가, 일부러 오답을 외치는 송란희 사무처장 모두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이번 활동가 퀴즈의 진행자는 지지 활동가(수원여성의전화)였다. 작년에 그는 진행자의 자리가 아닌 신입활동가의 자리에 앉아있었다. 한 해가 지난 뒤 그는 또 다른 신입활동가들의 앞에 선배로 서게 되었다. 이에 지지 활동가는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하며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 “사무실에서 맡게 되는 행정이나 서류에 치이다 보면 종종 스스로 의구심이 들 때가 생겨요. 그럴 때마다 처음 신입활동가 직무연수를 받았을 때 느낀 두근거림, 피가 끓어오르는 것만 같은 열정, 여성의전화 활동가로서의 자부심이 큰 힘이 돼요. 그때의 감정이 가슴에 깊이 남아서 지금까지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었어요. 지금 많이 혼란스러워하는 신입활동가분들이 있으실 거예요. 하지만 제가 직무연수를 통해서 느꼈던 그 떨림과 자부심을 올해 신입활동가분들도 느끼셨다면 분명히 멋진 활동가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신입활동가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정화 사무국장님께서 ‘멘토를 정하라’고 하셨는데 이에 공감합니다. 훌륭한 선배님들이 많으므로 나만의 멘토를 정한다면 힘이 들 때마다 동기부여가 될 거예요. 하나 덧붙이자면 직무연수에서 만난 동기들과 좋은 친구가 되셨으면 좋겠어요. 당장 연수를 받을 때는 서먹서먹할 수 있겠지만 처음 시작했을 때의 고충을 공유해서 그런지 나중에 가장 반가운 존재도, 고민이 생겼을 때 생각나는 존재도 다 동기더라고요. 다른 지부에 물어볼 게 있거나 도움을 요청해야 할 때 편하게 말을 걸 수도 있고요. 이런 면에서 신입활동가 직무연수는 전국의 다양한 동기들을 사귈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예요. 이번 만남을 통해서 많은 동기와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소신을 당당히 드러내는 손문숙 활동가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

활동가 퀴즈가 끝나고 뒤풀이가 시작되기 전에 앞선 모든 프로그램에서 활발하게 참여한 손문숙 활동가(한국여성의전화)를 만나보았다. 그는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전문 상담원 교육을 받았고 여성인권영화제 ‘피움’의 프로그램 팀에서 일했었다. 이후 꾸준히 여성인권과 관련된 자원 활동을 하다가 작년부터 한국여성의전화와 함께하게 되었다. 그에게 올해 신입활동가로서 꼭 하고 싶은 한 가지의 일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이번 주부터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폭력 전문 상담원 교육과 가정폭력 전문 상담원 교육을 시작했어요. 제가 꼭 하고 싶은 한 가지 일은 함께 교육을 받은 분들이 교육을 받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한국여성의전화와 함께 활동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드는 것이에요.”라고 답했다. 또한, ‘활동가’라는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은 생각을 밝혔다. “우리는 자신을 활동가라고 말할 때 부담을 갖게 돼요. 실은 단지 활동을 하는 사람일 뿐인데 말이죠. 그 이유는 두 가지라고 생각해요. 첫 번째로는 활동가라고 말하지만 실은 활동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에요. 스스로 부끄러워서 활동가라고 말하는 것이 불편한 것이죠. 두 번째로는 활동하는 사람을 불편해하는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에요. 가만히 있는 사람을 두려워하지는 않죠. 하지만 움직이는 사람은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죠. 이처럼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고 두려워하게 하는 사람을 활동가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누구나 활동가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스스로가 활동가인 것이 자랑스러워요.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에요.”

 

이틀 동안 진행된 2016년 신입활동가 직무연수를 통해 기존활동가들과 신입활동가들은 한국여성의전화가 지향하는 여성주의 가치를 공유하였다. 이번 만남에서 느꼈던 열정, 자부심, 혹은 걱정, 의구심과 같은 모든 울렁거림이 훗날 큰 파도가 되어 많은 사람을 포용할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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