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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이슈/성명·논평

6․4 지방선거에 대한 단상과 대안

by kwhotline 2016. 2. 17.

64 지방선거에 대한 단상과 대안


박인혜(새정치민주연합 여성리더십센터 소장)



정치만큼 여성에게 성차별적인 영역은 없다고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는 더욱 여성에게 불리한 선거였다. 외형적으로 전체 여성의원 비율은 증가했지만 광역의원의 숫자는 크게 감소했고. 남성중심적 패권적인 공천과정의 폐해는 극에 달해 여성정치 확대에 적신호가 켜졌다. 냉정한 평가를 통해 여성정치세력화를 위한 새로운 실천전략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지방자치는 여성정치세력화의 중요한 무대가 된다는 점에서 지방자치와 여성운동에 대해 숙고해야 한다. 기초의회의 수준과 역할 문제를 들어 그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으나 지방자치는 무엇보다 지역주민을 정치적 주체로 만들고 지역사회를 정치화시키는 순기능에 주목해야만 한다. 많은 사람들이 정치를 친근하게 생각하게 되었고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도 확장되었다. 정치를 욕망하는 여성들도 증가했다. 다수의 풀뿌리 여성조직들이 지역을 파고들고 있다. 지난 대선부터 여성들의 투표성향이 선거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도 보고되고 있다. 이번 선거의 관심사항 중의 하나는 여성대통령 출현이 여성후보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하는 것이었는데 박대통령 자신은 여성정치세력화에 대해 관심이 없는듯하나 지역 유권자들은 보수층에서조차 대통령도 여성이 하는데하면서 여성의 정치 참여에 대한 호감을 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여성운동이 해온 일도 바로 이것이었다. 30% 여성할당제, 비례대표 여성 50% 교호순번제, 국회의원 선거구마다 여성의무공천제 등의 제도화는 여성운동의 눈부신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여성단체들을 통해 성장한 여성 리더십들이 정치의 장으로 진입했다. 여성지방의원수는 꾸준히 증가하여 19910.9%, 1995년과 1998년 각 2.3%, 20024.4%, 200614.5%, 201019.2%,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21.8%를 달성했다. 국회의원 역시 1996143명에서 201219대에서 47(15.7%)으로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2006년부터 실시된 정당공천제와 기초의회의 비례대표제는 여성의원수가 2002년에 비해 3배로 증가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선거에서 여성의원 비율이 20%대를 넘어설 수 있었던 것은 공직선거법에 명시한 여성의무공천제의 힘입은 바가 크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논쟁은 종래에 구축해온 여성정치세력화를 위한 제도들의 문제를 성찰하고 한 단계 전진한 제도와 담론을 만들어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아쉽게도 여성운동은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정당공천제는 장점과 폐해가 공존하고 있어 여성 내부에서도 폐지여론에 밀려 폐지반대에 합의하지 못했다. 정당 내부의 여성들도 연대하지 못했다. 지방선거에 임박해서 새누리당이 공천제 유지로 급선회하자 새누리당의 여성당원들도 폐지반대로 돌아섰다. 구 민주당은 폐지 여부를 전당원투표로 결정하고자 했고 여성당원들은 격렬하게 폐지를 반대했다. 거대 두 정당의 여성들의 입장도 갈린 것이다.


정당공천제폐지 논쟁은 폐지와 유지 양극단을 오가다가 선거가 임박해서야 유지로 가닥을 잡았고 기능적인 선거 공학적 패권적 남성 중심적인 공천으로 직결되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번 선거에서 여성기초의원이 증가할 수 있었던 것은 비례대표제와 여성의무공천제의 공이다. 지난 20여년간 지방자치가 실시된 결과 여성정치역량이 많이 축적되었다. 기초단체장과 광역의회, 그리고 지역구에 출마하려는 여성들이 증가했다. 여성 후보들은 역량이나 자질 면에서 남성 후보들보다 훨씬 우월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공천과정에서 희생되었다. 여성 30% 공천은 각 정당마다 당헌에 명시된 사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지역위원장 눈치 보기, 줄서기가 횡행할 수밖에 없었다. 여성들의 연대도 꿈꾸기 어려웠다. 여성후보들은 각자 살아남기 바빠 다른 여성후보들을 도울 형편이 못되었다. 그나마 지난 총선까지 작동했던 외부 여성단체들의 지원도 이번 선거에서는 현저히 감소했다. 권력의 여성분할통치 전략은 여야가 다르지 않았다. 여성후보에게 공천과정은 지옥의 문을 통과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다. 여기에 여성과 정당공천제 간의 딜레마가 존재한다. 비례대표제나 여성의무공천제는 정당공천제를 통해서 작동하고 그것을 통해 여성의원 비율이 증가하는 것인데 역설적으로 공천제도가 여성간의 경쟁을 격화시키고 지역구 공천의 발목을 잡는 것이다.


이런 공천제도의 문제에 대한 보완책으로 각광받은 것이 상향식 공천제도였다. 본인은 상향식 공천제도만 잘 만들어지면 여성과 소수자에게 공정한 공천률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당의 상향식 공천제도 혁신위원회에 적극 참여했다. 그러나 그것은 순진한 생각이었음이 곧 판명되었다. 6개월에 걸쳐 열심히 만든 제도는 정작 공천레이스에 돌입하자 지역위원장, 국회의원들의 자기사람 심기에 밀려 무용지물이 되었다. 상향식 공천제도의 유일한 도구였던 여론조사는 민심의 바로미터가 될 수 없음이 드러났다. 공심위에 구색 맞추기로 들어간 외부 심사위원들은 거수기 노릇을 해야 했다.


어떤 제도라도 그 제도의 음양은 공존한다. 정당공천제나 할당제, 여성의무공천제도 그러함을 이번 선거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도화는 목적이 아니라 과정이다. 장점에 초점을 맞추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그림자를 해결하는 일이 필요하다. 먼저 제도적 보완으로 현재 권고사항으로 되어 있는 공직선거법상 여성 30% 공천을 의무사항으로 개정하는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동시에 정당에서 여성정치인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한 제도적 기반은 이미 존재한다. 정당법 상 각 정당에 교부되는 보조금 중 10%를 여성발전기금으로 사용하게 되어 있고 이를 근거로 새정치민주연합은 여성리더십센터를 설치했다. 정당마다 전국적인 여성조직이 있는데 교육을 통해 이런 조직을 활성화시키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이렇게 조직화된 당내 여성들이 제도개선의 역할을 맡아야 할 것이다. 그동안 당 외부에서 제도화를 주도하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정치에 진입했다면 이제는 당 내부의 여성들이 제도화를 주도하고 그 성과를 가져가야 할 것이다. 이제 여성운동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하는 것이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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