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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이슈/성명·논평

‘양성평등'정책을 들여다보며

by kwhotline 2015. 11. 17.

‘양성평등'정책을 들여다보며


재재

한국여성의전화 인권정책국 활동가


제4차 여성정책기본계획(안) 공청회. 출처. 여성단체협의회






- 정부가 ‘양성평등’이라는 이름으로, 여성인권 및 성평등 정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여성발전기본법」이 「양성평등기본법」으로 전면 개정되어 2015년 7월부터 시행되었다. 정부는 「양성평등기본법」 제7조에 따라 「제4차 여성정책 기본계획(2013-2017)」을 수정·보완하여 「제1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2015-2017)」을 발표하였다. 


‘여성’정책이 ‘양성평등’정책으로 둔갑하여 시행되고 있는 지금, ‘실질적 양성평등 실현’이라는 구호 속에 여성 및 성평등 정책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4차 여성정책기본계획(2013-2017)

1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

대과제

중과제

대과제

중과제

1. 여성의 경제적 역량 강화

1. 생애주기별 여성고용 활성화 지원

3. 고용 격차 해소

1. 다양한 분야의 일자리 확대

2. 일자리에서의 성차별 개선

2. 일자리에서 성차별 개선

3. 대상별 특성에 맞는 역량 강화 지원

3. 생애주기별 고용 활성화

4. 다양한 분야의 여성 진출 및 일자리 확대

2. 돌봄 지원과 일가족 양립 기반 구축

1. 돌봄의 사회적 분담 강화

2. .가정 양립 확산

1. .가정 양립 지원 강화

2. .가정 양립 제도의 실효성 제고

2. 일과 가족의 양립 기반 강화

3. 자녀 돌봄에 대한 지원 강화

3. 여성에 대한 폭력 근절과 인권 보장

1. 폭력피해 여성에 대한 보호지원 내실화

5. 폭력근절과 인권보호

1.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 근절

2. 이주여성 인권보호 강화

2.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피해자 지원 내실화

3. 여성인권 보호 및 안전을 위한 사회환경 조성

3. 가해자 처벌과 재범방지의 실효성 제고

4. 성폭력가정폭력 및 성매매 방지 실효성 제고

4. 안전한 사회환경 조성

4. 여성가족의 복지 및 건강권 증진

1. 여성친화적 복지서비스 확대

6. 건강과 복지 증진

1. 양성평등한 건강권 보장

2. 다양한 가족지원 확대

2. 맞춤형 복지 지원 강화

3. 여성의 건강지원 강화

5. 여성의 대표성 제고 및 참여 확대

1. 공공부문의 여성 대표성 제고

4. 공공·국제분야 여성 참여 확대

1. 공공부문 여성 대표성 제고

2. 통일과 평화안보를 위한 여성 참여 활성화

2. 통일과 평화·안보를 위한 여성 참여 활성화

3. 국제사회의 양성평등과 여성역량 강화를 위한 노력에 주도적 참여

3. 국제사회의 양성평등 실현 노력에 주도적 참여

6. 평등의식과 문화의 확산

1. 중등 및 고등교육에서의 양성평등 강화

1. 양성평등 문화 확산

1. 교육에서 양성평등 강화

2. 미디어와 문화·예술분야 양성평등 환경 조성

2. 평등하고 여성친화적인 방송문화예술 환경 조성

3. 생활 속 양성평등 실천

7. 성평등정책 추진역량 및 책무성 강화

1. 성인지적 정책 추진을 위한 제도 운영 내실화

7. 양성평등정책 추진기반 강화

1. 양성평등정책 추진체계 정비

2. 성평등정책 추진주체의 역량 강화

2. 양성평등정책 추진역량 강화

3. 성평등정책 추진기반 정비

3. 성별영향분석평가와 성인지 예산 제도 내실화





  * <제4차 여성정책 기본계획>과 <제1차 양성평등 기본계획> 정책과제 비교표. <제1차 양성평등기본계획> 정책과제 순서를 <제4차 여성정책 기본계획>과 상응한 내용으로 조정함. <제4차 여성정책 기본계획>과 <제1차 양성평등 기본계획>의 정책과제명을 비교해보면, <제1차 양성평등 기본계획>에서 ‘여성’이란 글자가 대부분 사라짐.   


<제1차 양성평등 기본계획>은 그간의 여성정책이 ‘여성대상’ 정책과 동일시되면서 ‘여성만을 위한’ 정책이라는 인식이 형성되어 남성과 무관한 것이라는 오해를 확산했다고 평가하며, 여성 중심 정책에서 남녀 동반 성장을 위한 정책으로 전환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여성정책은 성별권력구조에 따른 차별과 편견, 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정책이기에, 정책의 직접적인 수요자가 ‘여성’이 됨이 당연하다. 여성인권 보장 및 성평등 사회 구축이 ‘남성과 무관한 것’도, ‘여성만을 위한 것’도 아니지만, <제1차 양성평등 기본계획>이 보여주는 그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절실함의 결과물은 너무도 어처구니없다. <제1차 양성평등 기본계획>은 수정내용의 전부라 할 만큼, 집요하게 ‘여성’과 ‘성평등’이라는 글자를 삭제하고, ‘남성’과 ‘양성평등’을 집어넣었다.  


그나마 <제1차 양성평등 기본계획> 초안에 대해 여성인권운동단체가 개진한 의견이 반영되어, 문제적인 내용이 상당부분 수정되었다. 초안에는 ‘군 복무자에 자기개발 지원 등 교육 및 취업 지원 강화’, ‘은퇴한 남성을 위한 건강관리 프로그램 지원’ 등이 신규 정책사업으로 추가됐었다. 정부의 이러한 정책적 발상은 정부가 ‘양성평등’을 어떻게 사유하는지는 명백하게 보여준다. 





양성평등기본법 제3조에 따르면, "양성평등"은 성별에 따른 차별, 편견, 비하 및 폭력 없이 인권을 동등하게 보장받고 모든 영역에 동등하게 참여하고 대우받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법에 의거해 마련되는 양성평등 기본계획은 구조화된 성불평등 문제를 정책의제로 선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양성평등정책은 ‘양성’평등이라는 성을 여성과 남성, 두 개의 성으로 구분함으로써 젠더이분법을 강화하고 성적 다양성을 배제하는 문제적 명명에서 비롯되어, 성평등을 여성과 남성간의 관계의 문제로 환원시킴으로써 성별권력구조의 문제를 흐리고 오히려 여성과 남성간의 대결/대칭구도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양성평등정책 상의 여성폭력 관련 정책적 흐름을 살펴보면, ‘남성 피해자’, ‘여성 가해자’가 주요 정책대상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이 또한 철저히 성별 이원론적 접근에 입각해 ‘여성에 의한 남성의 가정폭력·성폭력 피해’를 다루고 있다. 양성평등기본법과 이에 따른 기본계획은 불평등한 성별권력관계에 의한 폭력을 다루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정부는 성불평등 구조에 의한 ‘성별에 근거한 폭력(gender­based violence)’으로 가정폭력·성폭력·성매매 등의 여성폭력에 대한 제도화를 이끈 여성인권운동단체의 운동의 역사적·철학적 배경과 맥락을 삭제한 채, 행위와 대상 중심으로 남성을 끼워 넣고 있다. 양성평등정책에서 ‘여성에 의한 남성의 차별과 폭력 피해’를 다루는 것은, 인종간 평등정책에서 ‘흑인에 의한 백인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물론, 남성 가정폭력·성폭력 피해자, 여성 가정폭력·성폭력 가해자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를 ‘양성평등’이라는 정책프레임으로 다루는 것은 그 근거와 가져올 위험을 심각하게 따져봐야 할 문제이다. 젠더화된 폭력피해의 맥락을 드러내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며, 이러한 상황에서 성별권력구조가 나이, 장애, 성적지향, 혼인여부 및 가족형태, 이주경험 등과 결합하여 야기하는 피해경험의 차이를 정책에 반영하기란 더욱 힘들어 질 것이다. 또한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현장에서는 기존의 가정폭력·성폭력상담소 및 보호시설이 남성피해자 지원 및 여성가해자 교정프로그램을 하도록 하거나, 남성피해자 지원을 위한 상담소 및 보호시설 설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도 가정폭력상담소에서 가해자프로그램을 함으로써 상담소를 찾는 피해자가 위험에 노출되고 피해자 지원이 축소되는 등의 문제가 있는데, 남성피해자 지원까지 이어진다면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젠더는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작동하는 이데올로기이자 제도이다. 메타 젠더주의자 정희진은 우리가 여성 혹은 남성이라는 증거는 성기 모양이나 출산력 여부가 아니라 젠더 이데올로기에 의한 행위와 담론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1)남성과 여성은 실제로 존재하며 2)인간은 양성으로 이루어져 있고 3)남성과 여성이라는 차이가 차별로 이어져서는 안 되고 4)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은 조화를 이루어야 하고 5)양성은 평등해야 한다는 것은 통념이며 진실도 현실도 아니라고 말한다.(정희진 공저. 2015.『여성 혐오가 어쨌다고?:벌거벗은 말들의 세계』, 언어가 성별을 만든다. 99-101p). 우리는 이러한 다섯 가지 통념을 고스란히 담은 정부의 ‘양성평등정책’을 마주하고 있다. ‘양성평등’이란 용어와 정책프레임의 탄생했고, 정부는 젠더에 대한 몰이해와 남녀이분법에 입각한 가부장적 젠더이데올로기의 산물을 끊임없이 생산해내고 있다. 그리고 대전광역시, 서울시 구로구 등 지자체 양성평등조례 제·개정과정에서 드러나듯이, 정부 ‘양성평등’의 산물들은 여성 및 성소수자 혐오의 목소리와 적극적으로 교우하고 있다. 


여성인권운동의 상당부분이 제도화된 틀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 정부의 ‘양성평등정책’의 근간을 전면 수정하기란 쉽지 않지 않을 것이다. 기나긴 투쟁이 될 것이므로 철저히 준비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 오는 11월 25일 양성평등기본법 개정 이후 후퇴되는 성평등 정책에 대한 기자회견과 11월 27일 한국여성의전화가 함께 활동하는 ‘성평등바로잡기 대응회의’에서 <성평등 정책, 이론, 운동의 방향과 미래> 대토론회를 진행한다. 성주류화, 성평등 정책의 근간이 흔들리는 지금, 정부의 양성평등정책을 규탄하며 성평등 정책과 이론, 그리고 운동을 돌아보고 페미니즘 이론과 실천으로서 여성운동과 성소수자운동, 여성학계가 나아갈 방향과 미래를 그려보기 위해 마련된 자리에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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