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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반가워 그리고 고마워, 한국여성의전화!

by kwhotline 2015. 12. 14.

한국여성의전화 2015 뜨거운 시선 후기, 

반가워 그리고 고마워, 한국여성의전화!


손하은


평소 여성단체에 관심을 가지고 이것저것 소식을 접해오던 중,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을 맞아 여러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 중 하나가 <뜨거운 시선>이라는, 여성주의 집중 아카데미가 열린다는 소식이었다. 우리 사회에서 공공연히 그리고 드러나지 않는 개개인의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성 억압에 대해 늘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던 나는, 2015 뜨거운 시선의 소개 문구를 읽자마자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여기, 여성들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역사, 정치, 경제, 종교를 한 눈에, 깊이 들여다본다. 총 5강에 담긴 2015년 판, <한국’양성평등’사>’. 역사, 정치, 경제, 종교라는 우리 사회의 굵직굵직한 주제들과 여성을 연결 지은 강의들이 어쩌면 소화하기 어려울 것 같기도 했지만, 그래도 재미있겠다는 기대를 안고 신청했다. 강의 첫날. 한국여성의전화 건물을 찾아간 것은 처음이었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여성의전화까지는 한 시간이 넘게 걸리기에 공기 좋고 조용한 독박골로 가는 길은 꽤나 춥고 멀었지만, 도착하니 따듯한 차와 과자들 그리고 여성의전화 선생님들이 나를 반겨주셨다.






 첫날 강의 주제는 여성과 역사였고 두 개의 강의가 준비되어 있었다. 첫 번째 강의는 박차민정 교수님의 ‘규범적 이성애 확립사 – 1920~30년대 변태적 섹슈얼리티’. 1920~30년대의 조선에 대해, 그 때의 섹슈얼리티는 어땠을지, 그 당시 사회의 성문화는 어땠을지, 딱히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단순히 지금보다는 훨씬 더 보수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박차민정 교수님의 강의는 나의 얄팍했던 앎을 조금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었다. 1920~30년대는 일본의 지배 하에 있던 시절이었다. 일본은 거의 모든 면에서 자국의 법과 통치 방향과 동일하게 조선을 통치했지만, 성에 대한 영역에서는 특히 보수적이고 강압적이었다. 일본군이 질서 유지라는 명목으로 거리에서 사람들을 매우 엄격하게 검열했다. 단순한 남녀 사이의 애정표현조차도 거의 금기시되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러한 제도적 억압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사랑을 나누며 살아갔다. 연인들은 일본경찰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며 데이트를 즐겼다고 한다. 결혼한 사람들은 남자든 여자든 부부관계에서 생겨난 각자의 고민을 당시 신문이나 잡지의 고민상담소에 보내 털어놓기도 했다. 그 내용들을 들어보니, 당시의 시대상황과 맞물려 웃지못할 사연들도 있었고, 2015년을 살아가는 나에게 그다지 낯설지 않은 고민들도 있었다. 1920년대와 현재의 성문화와 성지식을 비교해봤을 때, 과학의 발전과 사람들의 노력을 통해 더 자유롭고 건강한 방향으로 발전된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렇지만 그 당시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가지는 고민이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인간이 가지는 문제의식과 질문에 더 평등하고 건강한 방향으로 답을 만들어가는 한국 사회가 되어가기를 바래본다. 




두 번째 강의는 소현숙 교수님의 ‘이것은 역사가 아닌가 – 식민지시기 가족법의 변화와 여성들의 법적투쟁’. 당대의 여성들은 적극적으로 그들 가정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법정으로 가져가기 시작했다. 특히나 이혼 청구 소송이 많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조선 사회에서 남성은 아내를 소박할 수 있었다. 즉 남성은 별다른 절차 없이 여성을 가정에서 내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여성의 이혼 제기는 억제되었고 범죄로 여겨졌다. 그런데 식민지시기 조선은 일제의 법에 의해 지배되었기에 이러한 여성들의 이혼 청구 소송은 일본법에 따라 재판되었다. 때로는 여성들이 호소하는 문제가 일본법에 명시되어있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상황이 어찌 되었든, 여성들은 계속해서 법정으로 그들의 문제를 가져갔다. 당대에 근대적 이혼 제도가 자리 잡는데 여성들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렇게 법적으로 옳은 판결을 내려달라 주장하고 사회의 변화를 촉발시킨 여성들의 삶이 모두 해피앤딩으로 끝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의 요구는 끊임없이 좌절되었고, 외면당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계속해서 요구하였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동이 모여서 법을 움직이는 힘이 된 것이다. 그 당시 여성들은 지금 내가 살아가는 한국을, 그때보다 나아진 한국을 먼저 일구어 나간 사람들이었다. 강의를 계기로 나는 내 자리에서 한국 사회를 위해, 세계를 위해, 그리고 그 모든 곳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볼 수 있었다. 





둘째 날 강의의 주제는 여성과 정치였다. 김은주 교수님의 ‘여성의 정치참여; 안 하는가, 못 하는가’. 교수님은 지금까지 이루어져온 여성의 정치참여 과정을 쭉 설명해주셨다. 정치 영역은 정말이지 여성의 불모지였다. 여러 영역에서 여성의 참여율을 지표로 비교해봤을 때, 정치 영역은 거의 전멸 수준이었다. 그러나 꾸준한 여성계의 운동과 정치 제도 개선을 통해 한 층 한 층 성장해오고 있는 상황을 볼 수 있었다. 과거에 비해 나아지고 있지만 우리가 바라는 여성 정치인이 소수인 현 상황에서, 교수님은 제대로 된 여성 정치인을 세우기 위해서 정치의 제도적 차원에서 할 일과 여성 운동을 통해 이뤄가야 할 일을 명료하게 제시하셨다. 정치 정책의 영역에서는 대한민국의 가부장성에 갇힌 여성할당제에 대한 재고와 여성이 설 수 있는 절대적인 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고, 여성 운동의 영역에서는 여성들에게 젠더 관점을 교육하고 여성 정치인을 육성하여 발굴해내는 것이다. 그동안 나는 정치에 많이 관심가지지 않았고 그래서 아는 것도 별로 없었다. 그렇지만 이번 2015 뜨거운 시선 아카데미는 나에게 도전을 주는 기회가 됐다. 젠더 이슈에 대한 관심을 이제는 좀 더 넓고 깊게 확대하여 사회 전반과 젠더에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는, 뜨거운 계기가 되어주었다. 더욱 즐거운 것은, 이번 강의를 통해 한국여성의전화 후원회원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새로이 회원으로 가입하게 되어 함께하게 될 활동들도 기대된다. 2015년의 끝자락에 만나게 된 한국여성의전화, 고맙고 또 반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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